[토큰 이코노미 풀어내기] 3. 바람직한 행동과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이번에는 토큰 이코노미의 마지막 기본요소인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알아보겠다. 바람직한 행동은 토큰 이코노미가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이 잘못 설정될 경우 토큰 이코노미 자체가 붕괴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이 바람직하고 어떤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의 두 글에서 이야기한 토큰의 특성과 토큰으로 보상을 준다는 것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단 여기에서도 네이티브 토큰을 기본 전제로 하고 논의를 진행하며 마지막에 IOU토큰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할 것이다. 토큰 이코노미에서 토큰은 외부 보증인이 불필요한 무신뢰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토큰으로 보상을 주기 위해서는 외부 자금을 끌어오는 대신에 토큰을 추가로 발행하고 기존 지분을 희석시킴으로써 보상자금을 마련한다. 만일 토큰 이코노미에서 아무런 활동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전체 토큰의 가치(시가총액)는 그대로 유지되고 개별 토큰의 가격은 희석분만큼 점점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토큰 이코노미를 성장시키기 위해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들은 특정 행위를 설정해서 보상을 준다. 그렇다면 특정 행동에 대해 토큰으로 보상이 주어질 경우 전체 토큰 생태계의 가치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성립되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한 산수 수준이다. 보상의 대상이 되는 행동이 생태계에 창출하는 가치가 토큰으로 지급되는 보상 금액보다 크면 된다. 이 원리는 너무나 자명하고 일반적이어서 우리 사회 도처에서 이러한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실적을 많이 올리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여기에서 실적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며, 대개 원화로 지급되는 인센티브는 토큰이다. 그리고 보상을 주는 이유는 실적을 올리는 것이 기업 가치를 높였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에 아무런 이익을 주지 않은 혹은 손해를 입힌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면 기업 가치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하락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토큰 이코노미에서도 특정 행동이 보상으로 지급되는 가치보다 높은 가치를 생산할 때 비로소 토큰 생태계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개념적으로 풀어내보자면 인센티브 대상이 되는 행위에 투입된 자원(에너지, 장비, 정신노동 등)을 토큰 이코노미 시스템을 통해 생태계로 흡수하는 것과도 같다.
논의가 여기까지 이르렀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은 아주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 받아가는 보상에 비해 생태계에 기여하는 가치가 현저히 작을 경우이다. 이 때 토큰에 추가되는 가치보다 희석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토큰 가격은 하락하게 되며 전체 생태계의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메카니즘을 통해 블록체인은 토큰 이코노미의 성패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잘 설계된 토큰 이코노미 시스템에서는 투입되는 가치가 희석되는 가치보다 많이 때문에 전체 생태계 가치는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며, 그렇지 못한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는 가치가 하락할 것이다.
혹자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애초에 보상이 지나치게 많게 설정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상의 적고 많음은 어떻게 판단할까? 흥미롭게도 보상수준은 블록체인 스스로가 시장 원리에 따라 동적(dynamic)으로 조정된다. 보상이 투입된 자원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경우 보상을 받은 행위자들은 토큰을 매도할 동기가 더 높아지며, 결과적으로 토큰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토큰 이코노미에서 보상 수준은 대개 시가총액에 비례한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토큰 가격 하락은 보상 수준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보상이 하락할수록 수익-비용 차이도 작아지기에 매도 압력이 약해지고 마침내 보상수준은 투입된 자원의 가치에 근접하게 된다. 비트코인의 예를 들자면 채굴 원가가 현재 가격보다 상당히 낮으면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반대로 비트코인가격이 채굴 원가보다 낮으면 상승을 예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IOU 토큰을 쓰는 모델도 기본적으로 보상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IOU 토큰 이코노미의 보상 재원은 외부 자금에 의해 지급되기에 보상으로 지급되는 토큰이 기존 지분을 희석시키지 않으며, 따라서 바람직한 행위와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행동의 바람직함은 생태계 성장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IOU 토큰 생태계를 키우는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외부 자금 유입인데, 외부 자금이 투자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고려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토큰 이코노미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위들이기 때문이다. 즉, 긍정적인 행동과 분위기가 조성된 생태계는 보다 투자를 잘 받을 수 있으며, 관리가 안되고 엉망인 토큰 이코노미는 외부자금 유입이 더딜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토큰 이코노미의 세 기본요소인 토큰, 보상, 그리고 행동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토큰 이코노미의 작동 요소들에 대하여 설명할 것이며, 첫 주제는 인플레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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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하다 와 바람직하지 않다가 누구의 입맛에 맞도록 정의된다면 그건 탈중앙화가 아닙니다. 대다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 일도 생태계의 가치를 올리는데 일조가 될 수 있습니다. 바람직한일 바람직하지 않은 일 구분하는 것 자체가 갈등의 시작일수도 있습니다.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이라는 말도 있죠
결과적으로 시장가치가 판단해주게 됩니다. 그래서 SMT가 기대되기도 하고요. 자기 나름대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행위들을 자유시장경쟁의 결과로 보여주게 되거든요. 예를 들자면 "점찍고 셀프보팅"을 장려하는 SMT와 금지하는 SMT 토큰의 상대적인 가격 추이가 어떤지 따라가보면 어느 모델이 진짜 생태계 가치에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있는거죠.
스팀잇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읽으니 이해가 잘 되는군요.
아마 제가 스팀잇을 하지 않았다면 이 글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아마 SMT를 설계하는 사람도 많은 고민이 될 겁니다.
아뇨 ㅋㅋㅋㅋ 매우 훌륭한 글이고 잘 읽고 있는데요 아마 클레이옵 님 글에 댓글이 적은 건 그 진의가 오해될 소지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네요
금번에 스팀잇 관련 형사 사건을 처리하다가 리서치 중에 연구원님 존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 지금 알게된 게 오히려 너무 늦긴 합니다만...
스팀잇 관련 형사 사건도 있었나보죠?! 헉...
4등~!
잘읽었습니다. 가즈아~!
역시 진리는 단순한 법이군요!
북마크 해놓고 보고 있습니다^^ 꾸준히 꼭 올려주세요!
가즈앗!!! ㅋ
어딜 가신다는겁니까 ㅎㅎㅎ
무플방지 같네요. ㅎㅎ
이번 글도 장시간 무플 예감... ㅠㅠ
제 전공인 심리학에서는 토큰 이코노미가 바람직한 행동을 얼마나 증가시킬 것인지에 관심이 더 큰데, 이렇게 행동과 토큰 가치에 대한 관계를 써 주시니 다른 측면에서도 보게 되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스팀에서 투자자본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팅봇, 셀프보팅이 거의 확실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이익이 늘 생태계 전체의 이익과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에서는 부적 외부효과라고도 하죠. 이 부분은 이후 인센티브의 불일치(mismatch of incentives)에서 설명토록 하겠습니다.
제 가치관으로는 개인의 이익보다 생태계의 이익이 중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특히 꽤나 큰 돈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다수의 이익을 위해 너의 이익을 포기하라는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다음 글 기대할게요 :D
경제학 교과서에서 종종 드는 예가 오폐수 방류입니다. 공장 소유주 입장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방안이죠. 여기에 대한 의견도 동일하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