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for Brexit : 영국은 캐나다 모델을 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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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던 Brexit 국민투표가 있었던 지도 어느새 2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유럽과 세계는 잠시 혼란에 휩싸였지만, 곧 영국과 EU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시킨 뒤 실질적인 EU 탈퇴 작업에 돌입했다. Hard Brexit 에 대한 우려가 중간중간 제기되었지만 영국 보수당 및 정부의 내홍이 극단적인 사태까지 돌입하지 않는다면 현재로써는 Soft Brexit 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아직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After-Brexit 는 과연 어떠한 형태를 띠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해 많은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FT의 수석 경제 전문가 Martin Wolf는 EU-캐나다 간 통상모델인 CETA가 영국의 갈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간단히 알아 보도록 하자.
Avoiding "Mad Max" Distopia
우리가 Brexit 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영국 경제의 특성에 대해 몇 가지 알고 넘어가야 한다. 프랑스나 독일, 스페인과 이탈리아 같은 유럽연합 내부의 대륙국가들과 달리 영국은 EU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운드 스털링이라는 자체 통화제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영국에게 있어 큰 장점이다. 현재 유로존 내부의 경제 문제 대부분이 경제 상황에 따라 각국이 통화량을 신축적으로 조절하지 못함에서 유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영국은 EU 단일시장 내의 무관세 혜택은 혜택대로 누리면서, 자국의 통화 자주권을 함께 누리는 특혜를 받고 있는 국가이다. 때문에 영국은 Brexit 과정에서 일관되게 단일시장 접근권을 요청한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영국의 단일시장 접근권은 어떠한 형태로써 가능할 것인가? 유럽에는 각국의 사정 상 EU에 완전히 편입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별도의 관계를 맺고 EU와 통상을 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 분류를 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영국이 Brexit 협상 과정에서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는 4가지도 함께 살펴보자.
영국의 선결조건(The 'RED LINE') : ① 유럽사법재판소 관할권 배제 ② 인력 이동에 있어서의 규제 ③ 무역 및 경제규제 수립의 독립성 ④ 독립적 통상정책의 수립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및 EEA(유럽경제지역협정) 가입 모델 : 소위 '노르웨이 모델' 로 일컬어지며,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이 이 그룹에 속한다.
EFTA 및 별도 조약 모델 : 스위스가 채택한 모델이다. 스위스는 EFTA에 가입해 있긴 하지만 EEA에는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약을 몇 가지 더 체결하여 단일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EU-캐나다 FTA(CETA) 모델 : 지난 2016년 체결된 포괄적자유무역협정으로, 과거 EU 탈퇴 진영을 이끌었던 보수당 정치인이자 현 영국 외무장관 보리스 존슨이 이 모델을 따를 것을 주장한 바 있다.
한-EU FTA 모델 : 기본적으로 CETA 모델과 가장 유사하나 부속 조치 몇 가지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한-EU FTA 는 현재까지의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한국 입장에서 상당히 부진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Source : FT : Originally designed by Alan Smith, European Commision |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영국이 EU 를 탈퇴하면서 사회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가장 타격이 적으려면 당연히 노르웨이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제일 낫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EEA 가입국이기 때문에 단일시장 접근권을 동일하게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EEA에 가입할 경우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을 수 없으며, EU 분담금을 적게나마 계속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게다가 영국은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관할을 벗어나고자 한다. 즉 노르웨이 모델은 영국이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위스 모델은 어떠한가? 스위스 모델은 EFTA에는 가입되어 있으나 EEA에는 가입되어 있지 않은 아주 특이한 모델이므로, EU와 상당히 많은 종류의 부속 협약을 체결하여 운영되고 있다. 또한 스위스 역시 적지만 EU 분담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유럽사법재판소의 관할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부속 협약들로 인해 스위스는 독립적으로 이민 규제 등을 수립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스위스는 지난 2014년 EU 시민에 대한 이민 쿼터를 설정하려는 국민투표를 추진한 뒤로 지속적으로 EU와 갈등을 빚고 있다. 스위스가 지난 2007년 EU와 맺었던 자유노동시장 규칙을 파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EU의 준회원국과 같은 지위를 획득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모델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모델 역시 유럽사법재판소의 관할권 문제로 인해 영국은 고개를 저을 것이 분명하다. 우크라이나까지 어렵다면 관세동맹에만 가입된 터키를 벤치마크 삼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터키는 관세동맹 때문에 EU와의 무역에 있어서 독립적인 통상정책 수립이 어렵다. 결과적으로 영국이 필요로 하는 ① 유럽사법재판소 관할권 배제 ② 인력 이동에 있어서의 규제 ③ 무역 및 경제규제 수립의 독립성 ④ 독립적 통상정책의 수립 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영국은 독고다이(...)를 선택하거나 EU-캐나다 FTA의 모델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conomic Costs of Canadian Model
그러나 모든 선택은 경제적 비용을 치르게 마련이다. Martin Wolf 는 "영국이 협상 조건으로 제시하는 4가지 선결조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영국은 캐나다 모델을 선택하면서 많은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라고 언급했다. 그 이유는 역시 영국의 경제 구조에서 의한다. 영국은 현재 제조업 비중이 10% 남짓으로 상당히 낮아져 있고, 그 대신 서비스업이 GDP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對 EU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즉 어찌됐든 영국은 EEA와 같은 수준의 단일시장 접근권을 획득하지 못하면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Source : IMF | Source : IMF |
영국이 캐나다 모델을 선택하였을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비용은 'Single Passport(단일면허)' 의 소멸이다. 패스포트는 "EU 내의 한 국가에서 금융업을 수행할 수 있는 License를 보유하였을 경우, EU 내의 타 회원국에 지점 또는 지사를 세울 때 해당국 정부에게 통보만 해도 무방하다."라는 보증을 서 주는 일종의 사업비자와도 같은 존재다. 때문에 세계적인 금융 회사들은 영국에 지점을 세워 두면 EU내 다른 국가로 진출하기가 매우 편리해진다. 게다가 City of London 은 아직까지도 전 세계에서 유일한 완전한 치외법권 지역이다. (여기 바티칸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바티칸은 엄연한 주권국가이므로 치외법권 지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캐나다의 경우 금융업으로 경제를 유지하는 국가가 아니므로 금융서비스업에 대한 Passport 제도가 불필요했고, 때문에 EU-캐나다 FTA (CETA)에는 Passport 조항이 없었다. 때문에 영국이 CETA 모델과 같은 수준의 통상협정을 체결하려고 시도한다면 결국 단일면허 역시 포기해야 한다. 물론 영국은 이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미 터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서비스업에 대한 단일시장 접근을 'Managed Diversification'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EU의 입장에서는 그저 콧방귀만 뀔 노릇이라는 것이다.
Source : Harvard Atlas of Economic Complexity |
Passport Problem
재미있는 것은, 이 단일면허제도를 '노르웨이 모델' 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영국이 노르웨이 모델을 선택할 경우 굳이 국민투표까지 해 가면서 Brexit 를 선택한 의미가 없어진다. 때문에 영국은 City of London 의 저력을 믿고(...) 금융기관들이 런던을 떠나 파리나 프랑크푸르트, 또는 룩셈부르크 등으로 향하지 않기만을 빌어야 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EU는 금융 관련 정책기관들을 재빠르게 파리 등지로 옮기고 있다. 런던이 보유한 금융 인프라 중심지로써의 매력이 점차 상실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는 다른 문제도 있다. 우리는 영국이 금융업으로만 경제를 유지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영국 GDP에서 금융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6.5% 수준에 불과하다. (2009년 9% 수준이 최고치였다.) 그렇다면 금융업의 하락을 상쇄한 산업은 무엇인가? 바로 IT 산업이다.* 영국의 통신서비스 및 IT 산업은 2000년대 이후로 빠른 속도로 발전해, 현재는 GDP의 약 4.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IT 산업은 2000년대 초반 2~3% 수준이었다가 금융위기 이후 금융업을 대신하여 상당한 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영국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유럽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는데, KOTRA에 따르면 영국은 법인 등록 기준 10만 명의 개발자를 보유한 한편 2012년 외국인 직접 투자 관련 금액이 10억 파운드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EU는 2015년 이전까지는 상품 및 용역, 금융서비스 시장에서의 단일시장 형성에만 신경을 쓰고 디지털 단일시장에는 그렇게 큰 관심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랬던 EU가 바뀌었다. 2015년 5월 '디지털 단일시장 전략' 을 토대로 IT 서비스 시장에서의 단일시장화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럴 경우 영국은 또 다른 곤경에 처할 수 있다. EU가 디지털 단일시장을 형성하게 된다면 현재 4%에 머물러 있는 EU 역내 국가들의 상호간 온라인 서비스 제공 비율은 상당한 수준으로 상승하게 될 것인데, 여기에서 영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업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가 영국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 주려 벼르고 있는 독일이라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더욱 그러하다.
또한 인터넷 플랫폼 및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병으로 나서는 산업들 (심지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조차 유럽은 엄청난 후발 주자다.) 의 분야에서 미국과 아시아 선진공업국들 대비 상당히 뒤처져 있는 EU의 위기 의식은 대단한 수준이다. EU에서는 현재 미국산 플랫폼의 온라인 독점에 대해 많은 제도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디지털 단일시장이라는 먹거리를 미국이나 일본, 중국에게 넘겨 주지 않기 위해 EU 역외 국가들에 대해 상당히 까다로운 수준의 규제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영국도 이를 피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Big Choices Have Big Consequences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라는 인터넷 밈이 있지만, 사실 감정적인 문제로 인해 큰 그림을 놓치고 그릇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인류의 역사상 수천 년 간 쉬지 않고 반복되어 왔다. 영국은 그간 EU의 체제 안에서 파운드 스털링 체계를 독립적으로 유지하며 상당한 이익을 보아 왔다. 그러나 최근 어려워진 경제를 이민자의 탓으로 돌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아직도 상당수의 영국인들은 단일시장 이탈 이후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자국의 경제에 대해 '대영제국의 주권과 영광을 되찾기 위한 비용' 수준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문제는 간단치 않아질 것이다.
게다가 글을 마무리 하려는 순간, 바다 건너 중국에서 공산당이 주석직의 연임 제한 철폐를 공식적으로 이번 3월 양회에서 논의할 것이라는 뉴스가 들려 왔다. 푸틴과 시진핑, 에르도안이 중심이 된 Authoritarianism Axis 의 확장과 강화, 다운 상태에서 겨우 일어서려고 하는 유럽, 헤롱거리는 미국까지, 2018년은 정말 답답한 한 해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는 계시일지도 모른다.
Cheer Up!
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글을 모두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유럽의 경제 시장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글이네요.
잘 읽고 갈게요~!
감사합니다 :)
👍👍👍👍
잘 읽었습니다. 이 글도 공유해도 괜찮을까요? @홍보해
넵넵, 그렇게 하시지요 ㅎ
글 잘 봤습니다.
통찰력이대단하세요!
감사합니다.
잼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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