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딜리버리 항해기] 2. "네 개의 큰 다리 밑을 지나는 작은 모험" : 구간 1 (Osaka -> Ieshima)
제 1 구간 : 집으로 향하는 여행
Osaka 大阪 -> Ieshima 家島 (44.5nm , 2011.10.5 약 9시간 항해)
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가는 날이 장날이다. 오사카에 도착한 날, Tadaoka역 근처에서 마쓰리 행렬을 만났다.
TV에서 본 것처럼 다이나믹 하지는 않았지만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축제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결국 그 구성원들이 즐기기 위한 것일테니...
웬일인지 여행을 떠나면 일상이 그립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행을 그리워 하게 된다.
일상이란 곧 집의 다른 말이 아닐 게다. 기형도의 ‘빈집’처럼 쓸쓸한 집도 있지만, 우리들에게 집이란 대부분 따듯하고 안락한 그 무엇이다. 물론, 따분함(=일상)을 느끼기에 여행(=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번 구간의 목적지는 Ieshima家島이다. ‘집섬’이라…
집으로 향하는 여행이라니, 일상과 일탈을 모두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여정, 웬지 좀 깍쟁이 같은 느낌이 드는 여정이다.
그 끝에 있는 Ieshima가 빈집처럼 쓸쓸한 곳일지, 우리가 기대해 마지않는 따듯한(혹은, 따분한)곳일지 궁금하다.
Osaka Tadaoka忠岡의 마리나 프레비. 우리가 깨고 나아가야 할 안락한 보금자리. 일본에 있는 시설물 답지 않게 조금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라 처음에 살짝 놀랐다. 마리나 사무실 내부도 좀 무질서한 편이다. 20여 척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소형 사설 마리나다.
아침 6시 40분 Osaka부 Tadaoka忠岡의 marina Previ를 출발했다.
기압 1005 밀리바, 기온 19 도, 선선한 바람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부는 약간 흐린 날씨, 잔파도가 0.5 미터 정도 되어 보였다.
이번 구간의 check-point는 Akashi Kaikyo 明石海峽 통과이다.
출발지 북서쪽 20마일 쯤에 위치해 있는 폭 2마일 정도의 좁은 해협이다. 최대 7노트 이상의 조류가 흐르는 곳이라 물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조석표는 인터넷이나 전자해도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고, 일본 현지에서는 해상보안청 http://www.kaiho.mlit.go.jp/ 에서 조석표를 구입/일부 복사 할 수 있다)
오늘(2011.10.5)은 달이 반쯤 차 있기 때문에 최대 4노트의 밀물(북서류,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14:40 경 흐르는 것으로 예측되어 있다. 우리는 평속 4노트를 예상하고 항해계획을 세웠으므로, 6시 40분 출발이면 11시 40분경 해협에 도착할 것이고 1~2노트 정도의 순류를 탈 수 있을 것이다.
멀리 보이는 Osaka 도심부의 모습. Akashi Kaikyo 로 향하는 배들이 꽤 많다.
해안선이 단조로워 금새 난바다의 느낌이 들었다.
멀리 보이는 Akashi Kaikyo 다리. 우리가 밑으로 지나가야 할 4개의 다리 중 첫번째다.
비안개 속의 Akashi Kaikyo 다리가 운치있게 찍혔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 무렵의 솔직한 심정은 극성스런 비를 한참 원망하고 있는 중이었다. 항해 첫날부터 비라니...!!
오사카만의 단조로운 해안선 덕분에 마리나를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이 뻥 뚤린 난바다의 느낌이다.
바람이 괜찮아 엔진을 끄고 세일을 올렸다. 8시 30분 경, 바람이 강해지고 파도도 거칠어 졌다. 축범결정.
총 3단의 축범 단계 중 메인세일의 면적을 1/2 정도로 줄이는 2단 축범을 실시했다. J와의 첫 축범이라 30분이나 걸렸다. 원하지 않는 택킹과 자이빙으로 배가 한 바퀴 돌았다. 손발이 안 맞고 바다는 거칠고, 게다가축범에 대한 시각차가 있었다. 축범부의 택tack과 클루clew를 붐boom에 바짝 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J는웬일인지 조금 느슨하게 고정했다. 나보다는 선주인 J가 배의 상태를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좀어정쩡해 보이는 메인세일을 불만스럽지만 그냥 보아 넘기기로 했다.
파도가 점점 더 거칠어 지고(1m 정도) 백파가 보이기 시작했다. 9시 40분경 기어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어이쿠 항해 첫날부터 비라니… 12시 경, 비안개 속에 뿌옇게 보이는 Akahi Kaikyo를 지났다. 바람 방향이맞지 않아 10시경 부터 3시간 가량 엔진을 가동했다. 겸사겸사 냉장고의 전원도 On, 이번 항해의 중요부식(김치, 계란, 무말랭이, 장조림, 깻잎장아찌 등)이 상하지 않도록 신경썼다. 12시 50분경 다시 세일링으로전환, 곧 바람이 더욱 거세어져 3단 축범(메인세일의 면적을 1/3 정도로 줄임)을 실시했다.
짧지만, 서해 세일링의 경험상 이 정도에는 어망이 있겠다 싶은 지역을 여러 곳 지나쳤지만 무분별하게뿌려져 있는 어망도 부이도 없다. 주변의 다른 배들만 신경 쓰면 되는 편안한 항해가 이어졌다. 극성스럽게내리던 비도 15시 경 부슬부슬 약해지기 시작했다. 비안개가 걷힌 저기에 Ieshima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상보안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조류현황도. 2011.10.29 아침 9시의 예측치이다.
http://www1.kaiho.mlit.go.jp/KANKYO/TIDE/curr_pred/index.htm
6곳 이상의 지역에서 4노트 이상의 조류가 예측되고 있다. 붉은색 원으로 표시한 지역이 우리가 지나온곳이다. 맨 오른쪽 Kobe 아래가 바로 Akashi Kaikyo 이다.
Ieshima 항 입구. 낯선 항구에 들어서면 언제나 어려운 수학문제 앞에 놓인 기분이 든다.
그 수식의 미지수는 수심, 어선, 빈자리, 어민의 인심 등이고, 알고 있는 값이라곤 해가 떨어질 때까지남은 시간정도 일까 ^^;
꽤 큰 화물선들이 항 초입에 위협적인 자세로 도열해 있다. 육식동물에 대항해 어깨를 맞대고 서있는 육중한 들소의 무리같다. 우리 요트는 강하지도 날쌔지도 않은데 저 사이를 어찌 비집고 들어갈꼬...
고장난 배 수리는 확실할 것 같다...
항구 중간쯤에 있는 방문객용 계류시설. 조금 좁아 보여 망설이게 되었다. 지나다니는 배의 영향으로 흔들림이많은 것도 선뜻 발길을 들이지 못한 이유가 되었다. 그나저나 참 고맙고 반가운 시설이다.
집앞에 주차된 자가용처럼 집 바로 앞에 있는 어선들. 단정하고 깔끔한 어촌의 모습이 부러움을 자아낸다.
Ieshima항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꽤 큰 배를 수리할 수 있는 시설도 보이고 큼지막한 어선과 화물선이 꽤많았다. Harima Nada 播磨灘 지역의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항구가 넓으니 요트를 댈만한 장소를 찾는 것이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사실, 어선들이 하듯 지중해식계류법(배 앞쪽에 앵커를 내리고 선미를 항구 안벽에 묶어 세로로 대는 것)을 사용한다면 조수간만차가1~2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일본내해의 항구에서 배를 댈 만한 곳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이런저런 이유로 안벽에 평행하게 대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선주의 입장에서는 웬지 꺼림칙한 앵커를 사용하는 것 보단 안벽에 평행으로 단단히 묶는 것이 개운할 것이다) 알맞은 계류장소를 찾는데 30분 이상을 소모해야 했다.
항구 중간쯤에 있는, 다소 출렁임이 심해 보이는 방문객을 위한 소형 플레져보트용 계류시설을 최후의
보루로 두고 무작정 항구의 제일 깊은 곳으로 배를 몰아 들어갔다. 아기자기한 어촌의 집들이 손에 잡힐 듯가까이 보인다. 다행히 적당한 어선용 물양장이 있어 안전하게 계류할 수 있었다.(현지인의 허락을 받음)
눈에 들어오는 한자와 기초적인 일본어 지식으로 해석해 본다.
"이 시설은 어업전용의 물양장입다. 관게자 이외의 선박의 계류는 작업에 지장이 되므로, 遠慮해 주세요"
遠慮라... 멀리 헤아려 달라?? 일본식 한자인 것 같다. 내 마음대로 해석한다. 신중하게 해 달라는 의미로.
(나중에 알고보니 遠慮는 삼가해 달라는 의미였다. 금지의 완곡한 표현인 듯, 참 일본스런 표현이다)
遠慮해 달라는 물양장에 내 마음대로 안착한 모습.
항구의 가장 깊숙한 곳이다. 수심은 3.5m 정도. 조수 간만의 차가 1.5m도 안되는 곳이니 안심이다.
물양장 옆 선박 수리소의 아저씨에게 계류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현지인이 OK하면 OK인 것!!
잔잔하고 조용하다. 오늘 밤은 우리집 안방에서 처럼 달콤한 잠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Home sweet home~~
항구의 제일 깊은 곳, 어촌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사용했음직한 천연의 쉼터였다. 자연적으로 생긴 오래된어항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잔물결조차 일지 않는 곳이다. 집에 돌아온 기분이다.
따듯하고 편안한… 웬지 이번 항해가 순조롭고 편안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일본내해 첫 항해가 무사히 끝났다. 17시 15분, 기압 997 밀리바, 기온 21도…
Ieshima 항구 동영상. 웬지 정이 가는 동네다. 다음에 들르면 하루쯤 시간을 갖고 천천히
마을을 구경해 보고 싶다.
바닷가에 바짝 다가서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축구전용구장의 관람석처럼 선수(어부)와 관중들(가족들)의 거리가 좁아 친근한 느낌이다.
창문을 열고 바다를 향해 '여보, 어서 들어오세요. 된장국 끓여 놨어요'해도 들릴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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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집니다. 글도 재미있게 쓰시네요.. ㅎㅎ +_+
오호.. 반갑습니다.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