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제주민 일기 07 - 선상 한치낚시의 묘미

in #zzan5 years ago

저보다 먼저 제주에 자리 잡은 회사 선배가 있습니다. 둘 다 신문사 기자였다가 그만 둔 전직 기자입니다. 언제든 신문에 글을 쓸 수 있는 '예비군'인 셈이죠. 그래서 신문사에서 '제주 낚시 여행'이란 컨셉으로 저희 둘에게 글을 맡겼습니다. 아래 글은 신문사 기고용으로 쓴 것인데요. 분량상 많이 잘려서 들어갔습니다. 원문을 그대로 이 공간에 남깁니다. photo_2019-07-12_16-13-30.jpg

초보가 경험한 한치배낚시
골 세리머니보다 기쁜 한치 손맛의 희열

사회인 야구 선수가 프로무대에 투수로 나서 삼진을 잡으면 이런 기분일까. 축구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할 때의 기분일까. 한치낚시는 물론이고 낚시 자체가 초보인 내가 배를 타고 나가면서 들었던 궁금증은 한치를 낚았을 때의 희열이었다.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김칫국보다 맛있는 갓 잡은 한치로 회도 먹었다. 직접 경험해보니 한치배낚시는 초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낚시 경험이 전무해도, 낚시 장비가 없어도 상관없다. 선장이 직접 낚시법을 알려주고, 낚시 채비는 배 안에 구비돼있다. 낚시하기 좋은 곳을 찾아 헤매거나 목 좋은 곳을 둘러싸고 다른 낚시꾼과 신경전을 벌일 필요도 없다. 낚시배가 적당한 연안 바다에 닻을 내려 자리를 잡고, 집어등을 켜서 유인한 한치를 낚을 수 있다. 첫 기억이 좋으면 점점 빠져든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이미 두 번째 배낚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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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6시 반쯤에 제주시 도두항에서 한치잡이 낚시배인 '피쉬헌터'에 탑승했다. 서귀포 출신의 이도운(37) 선장이 모는 배에 한치잡이의 꿈에 부푼 6명의 낚시꾼이 탑승했다. 배는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항구를 빠져나갔다. 십여분 뒤 배는 용담해변을 바라보며 닻을 내렸다. 더 먼 바다엔 갈치잡이 배들이 늘어서 있었고, 해변의 바위 위에도 드문드문 낚시꾼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선장은 "저기 용담해변이 한치낚시 포인트"라며 "해가 지기 시작하면 저 해변에 낚시꾼들이 빽빽히 들어찬다"고 말했다. 주변에 다른 낚시배들도 이리저리 자리를 찾아 헤맸다. 배 위에서도 질서가 있었다. 아무리 목이 좋아도 바다에선 서로 너무 붙어서 자리를 잡으면 예의가 아니다. 비행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환하게 불을 켠 한치잡이 배가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 잡은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자리를 잡은 뒤엔 선장의 낚시 강습이 시작됐다. 배에선 일반 낚시도 가능하지만, 루어(새우 모양의 가짜 미끼)를 한번에 여섯 개 정도 내릴 수 있는 '주낙'을 하면 한치잡이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초심자가 하기도 어렵지 않다. 추가 달린 낚시줄에 매달린 루어를 하나씩 바다에 내던지고, 낚시줄을 위아래로 올렸다 내리는 '고패질'을 가끔씩 하며 기다리다가 낚시줄을 잡은 손에 느낌이 오거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루어를 하나씩 건져올리며 한치가 걸렸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이도운 선장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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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줄이 엉키지 않도록 루어를 하나씩 던지며 낚시줄을 내리면 됩니다. 그 다음에 이렇게 고패질을 하며 '여기 먹을 게 있다'고 한치를 유혹하면 되요. 루어를 건져 올릴 때도 채비가 엉키지 않도록 차분히 하면 됩니다."

해가 질 때까지 선장이 가르쳐준대로 몇 차례 연습을 해봤다. 기대감에 부풀어선지 낚시줄에 약간의 느낌이 와도 바로 낚시줄을 들어올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도운 선장이 "어젠 해지기 전에도 몇 마리 올라오긴 했지만, 원래는 밝을 땐 안 올라온다"고 조언했다. 한치잡이에 나서기 전엔 그저 한치나 오징어가 빛을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배타기 전에 좀 알아보니, 나름 이유가 있었다. 밤에 배에서 환한 등을 켜놓으면 그 주변으로 광합성을 하기 위해 플랑크톤이 모여들고, 자연스레 먹이사슬에 따라 작은 어종과 한치가 모인다. 그렇게 먹기 위해, 살기 위해 온 한치를 잡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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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해지는 풍경을 보는 낙으로도 충분히 배를 탈만했다. 어두워지자 본격적인 조업이 시작됐다. 약간 당기는 느낌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들어올리면 여지 없이 꽝이었다. 초심자에게 물살이 당기는 느낌과 한치의 끌어당김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조류가 세서 루어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추의 무게를 높였다. 낚시줄을 들어올리고 내리는 일은 단순 반복작업이다. 몸으로 반복작업을 하다보면 그동안 머릿 속을 꽉 채운 생각들을 덜어낼 수 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캄캄한 바다 위에 그저 하나의 빛 안에 모여 우연을 기대하는 자연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한치가 가짜 새우를 콱 무는 그런 우연을 상상했다. 바닷물만 쳐다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제주시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엉뚱한 생각을 하던 사이에 동행한 낚시꾼들은 한치를 하나둘씩 건져올렸다. 은근 경쟁심과 조바심이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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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을 바꿨다. 낚시줄의 잡아당김을 감지하면 들어올리던 방식을 변경해 적당한 시간 간격으로 낚시줄을 들어올렸다. 초심자로서 바다 앞에 겸손하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이십여분 반복하자, 맨 아래에 있던 루어에 한치가 한 마리 걸려들었다. 건져올린 한치는 뱅글뱅글 돌며 이따금씩 '찌익' 소리를 내며 물을 내뿜었다. 물 속에선 추진력이 되던 그 행위가 물 위에선 소용이 없었다. 꼭 당김을 느껴야만 손맛이 아니라, 그저 낚을 때의 기쁨이 손맛이었다. 한편으론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한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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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치를 꽤 맛 본 편이다. 한치회도, 한치회덮밥도 즐겨 먹었다. 그런데 배 위에서 갓 잡은 한치는 이전과는 다른 맛 경험을 선사했다. 선장이 즉석으로 손질한 한치회는 수조에 들어갔다 나온 한치와는 다른 식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살살 녹으면서도 단맛이 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믿기지 않는다고? 궁금하다면 한치 배낚시를 한번 체험해보면 어떨까. 체험낚시 비용은 야간(저녁 6시~밤11시) 1인에 5만원이다. 예약 문의는 010-3068-1880(피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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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네요. 반갑....ㅎㅎ

ESC 아시는군요 ㅋ

제주에 살면 그냥 잠시 들려서도 바다에서 고기를 낚아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전 아직 낚시는 본격적으로 안 해봤는데, 맘만 먹으면 낚싯대만 있어도.ㅋㅋㅋ

아는 도민 분이 한치는 잡아서만 먹는단 얘기에 깜놀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