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窮理)에 대해 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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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학(大學)책 교정작업을 하다보니 궁리(窮理)라는 단어가 전두엽에 솟아올랐습니다.
마치 저보고 궁리 한번 제대로 해보라는듯 내 머릿골 속 해마라는 도마 위에서 퍼득이고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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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할 궁(窮), 이치 리(理) 궁리-
다한다는 것은 최선을 다한다의 준말입니다. 궁구(窮究)한다는 뜻이지요. 깊이 파고든다…
다할 궁(窮)을 볼까요?
맨 윗뚜껑 저건 뭡니까?
구멍 혈(穴)이네요. 이 구멍은 지붕에 뚫린 구멍도 되지만 여기서는 동굴의 구멍 같은 것입니다. 돌굴이라 하니 만장굴 같이 큰 동굴을 떠올리시겠지만 대부분의 동굴은 몸 하나 통과하기 쉽지 않은 그런 곳들이기도 합니다.
그 구멍 혈(穴) 아래 몸 신(身)이 있네요.
그런데 몸 신(身)은 납득이 가는데…그 옆에 활 궁은 갑자기 뭘까요? 활 궁(弓)-이 것 역시 몸을 뜻하기도 합니다. 머리 목 척추 그리고 다리를 옆에서 보면 저런 형상입니다. 그래서 몸 궁(躬)이라는 한자도 있는 겁니다. 결국 궁(窮)은 내 몸이 구멍 속에 끼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답답증이 심화되기 전에 얼른 이치 리(理)도 풀어보겠습니다.

이치 리(理)도 아주 많이 쓰이는 한자이지요? 특히 소인보다 대인, 군자들이 많이 쓰고 평범한 이보다 현자들이 많이 쓰며 속인보다 수련인이 즐겨 쓰는 한자입니다.
이 리(理)라는 자는 구슬을 쏘옥 꿰는 형상입니다. 임금 왕(王)처럼 보이는 그 부수가 실은 구슬 옥(玉)을 생략한 것이지요. 이치라는 것이 보통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내재된 공식을 이릅니다.
그런데 그 내재된 공식이 겉으로 척!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깊이 궁구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 공식을 찾아내고자 예로부터 성현과 철학자들이 그토록 머릴 싸매고 궁리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하도와 낙서가 나왔고 음양오행이 나왔으며 삼강오륜이 나왔고 인의예지신이 나왔으며 사주 명리, 자미두수 등 오만가지 문화유산들이 인류가 걸어온 길 하늘에 별처럼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몸이 동굴의 구멍 속에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우 궁색(窮塞)한 상태겠지요? 상상만 해도 폐소공포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제 어떡할까요? 몸을 움직거려서 기어코 빠져나와야 합니다. 언제까지? 그 구멍을 빠져나와 그 넓은 세상, 광명한 하늘을 볼 때까지!
그래서 궁색(窮塞)한 상태에서 궁리(窮理)를 다하여 궁구(窮究)한다는 것은 차 한잔과 함께 느긋하게 하는 일이 아니며 사실 필사적인 몸부림입니다.
그런데 보세요. 세상 사람들은 그 동굴의 컴컴한 구멍 속에 몸이 끼어 있으면서도 어느덧 답답함도 잊고 고통을 잊고 잠이 들어 있습니다. 저 바깥 어딘가에 광명한 세계, 내가 돌아가야 할 고향이 있다는 것을 아득히 잊은 것입니다. 그렇게 인간은 적응하고 맙니다. 그 속에 낀 채로 옆구멍 사람과 사랑도 하고 싸움질도 하면서 그럭저럭 삽니다. 심지어 먼 구멍의 누군가와 카톡질도 하면서 나름 쫀쫀한 재미를 느끼며 삽니다. 여기가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 동굴마저도 때가 되면 무너져 내려앉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언제나 그래왔다고 합니다.
그날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우린 재수없어서 우연히 이 동굴 속에 갇힌 게 아닐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진정 거대한 대장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양자도약보다 위대한 대도약을 펼칠 수 있겠지요.
궁하면 끝까지 궁할까요? 아닙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易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역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역은 막히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므로 오래간다.

우린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통하고 통하면 비로소 오래 간다 했습니다.
우주를 관통하는 가장 지극한 특성과 통할 수 있고 그럴 때 바야흐로 우리 생명은 오래 가는 것입니다. 우주를 관통하는 지극한 특성은 무엇일까요?
그건 제 입으로 가벼이 여기 올리기 보다는 그 내용이 담긴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가름하렵니다.

[전법륜] 입니다. 전법륜(轉法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