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History: 합리적 인간에 대한 의구심, 행동경제학의 등장

in #coinkorea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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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경제학에서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가정은 가장 기본이 되는 대전제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까지 소개 드린 대부분의 경제이론도 사실 합리적인 인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이론입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에 이르면 ‘합리적 인간’에 의구심을 품는 움직임들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합리적 인간을 가정한 이야기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으로부터 시작된 경제학의 역사에서 약 200년 동안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이 깨지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합리적 인간’이 경제학의 핵심을 담당하는 철학이었기 때문입니다. 노동가치설, 보호무역론 등 경제학에서 오랫동안 주류로 자리잡았던 이론이 깨질 때도 합리적 인간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알프레드 마샬이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라는 전제조건을 도입한 이유도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가정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변수가 많아지면 이론전개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에 그런 방식을 채택한 이유도 있지만 말입니다.

이렇듯 합리적 인간을 가정하는 움직임은 현대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케인즈로부터 시작된 ‘시장이냐, 정부냐’의 논쟁도 결국 시장이든 정부든 인간이 합리적임을 가정한 문제였죠. 다만 자율적인 시장과 방향성을 미리 결정하고 통제하는 정부 중 어떤 것이 더 경제에 효과적이냐를 따질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이 무렵 등장한 로버트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이론, 정부라는 조직 역시 탐욕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 모인 조직라는 이론을 주장한 공공선택학파도 정부가 합리적이라는 통념을 깼을 뿐 합리적 인간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합리적 인간이 깨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합리적 인간에 대항하는 그 어떤 이론이 나와도, 합리적 인간임을 가정한 이론의 실현확률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법칙은 사실 오늘날까지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 어떤 다른 이론이 등장해도 현재까지는 그 이론을 실물경제에 대입했을 때 맞아떨어지는 확률이 합리적 인간을 가정한 주류경제학보다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드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후반에 합리적 인간에 집단적으로 의구심을 품는 비주류 경제학이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절대진리로 여겨졌으며 지금도 그 명성을 이어가는 합리적 인간에 의구심을 품은 것일까요?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이지는 않다

20세기 후반에 열풍의 주역이 되었던 이들을 경제학계에서는 행동경제학파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인간이 항상 합리적이지만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파가 인간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언제나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했음을 상기해보면, 행동경제학의 근본철학이 주류와는 확실히 다름을 알 수 있죠. 행동경제학파는 투기나 공황이 일어나는 이유도 인간이 때때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비합리적인 행동이란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을 의미합니다.

-농구에서 누군가가 3점슛을 연속으로 넣으면 사람들은 다음에도 그 농구선수가 3점슛을 넣을 것으로 생각한다.
-100만원 이득을 보는 것과 100만원 손해를 보는 크기는 숫자상으로 보았을 때 같지만, 인간은 일반적으로 100만원 손해 보는 것을 더 크게 생각한다.
-조금 더 맛있는 음식집이 나타나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원래 자주 가던 식당을 가는 경향이 있다.
-한 사람이 사과 1개를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때 아주 조금만 나눠줘도 되는데 40~50%정도를 나눠주는 경향이 있다.
-10일과 11일 후의 돈, 오늘과 내일의 돈은 하루차이라는 점에서 같은데 사람들은 오늘과 내일의 돈을 민감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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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손 오류는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에서 2017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행동경제학파인 리차드 세일러가 언급한 현상이기도 하다.

특정 농구선수가 3점슛을 연속으로 성공시켰다 하더라도 그 선수가 다음 번에도 꼭 3점슛을 넣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다음에도 그 선수가 3점슛을 넣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를 뜨거운 손 오류(Hot-Hand Fallacy)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윤과 손해의 크기가 같아도 사람들은 손해에 더 신경을 쓰는 현상은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한 전망이론과 관련이 깊습니다. 이외에 인간의 여러 비합리적인 행태에 대한 예시들도 모두 행동경제학이 발전하면서 성립된 이론들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행동경제학에 영감을 준 이론들을 살펴보고, 행동경제학이 경제사상적으로 블록체인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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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경제학, 그것을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내용만으로도 읽는 독자에게 유용합니다. 이런 지식을 너무 쉽게 보고가는게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실물 경제의 주체인 기업의 의도가 합리적인 소비자보다는 충동적인 소비자를 원하고, 또 그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애쓴 결과라고 봅니다.
끊임없이 이미지를 소비하게 유도하는거죠. 차는 이동수단 중에 하나인데. 제 마음에는 포르쉐911를 몰고 멋지게 다니고 싶은 욕망이 있죠. 이 욕망 누가 심었나요?
그리고 시장정보의 불균형도 심하죠. 세일행사를 해도 소비자는 싸게 파는구나라고 생각하지. 이 가격에 팔아서 기업은 얼마의 이익 또는 손해를 보는지, 왜 싸게 파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정말 주류경제학자들이 합리적 인간을 전제로 시장의 자유를 주장하려면, 이런 정보의 불균형과 합리적 인간으로써의 역할을 방해하는 것들을 해소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제학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주류경제학자는 그냥 친기업 친자본경제학자일 뿐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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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인간을 가장한 이야기들이 와닿네요. 글 잘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