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INT] 사토시의 잠언 - 4: 신뢰를 신뢰할 수 있는 가

in #coinkorea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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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블록체인에 대한 칼럼 및 설명을 작성하는 @kilu83 COSINT입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 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세상을 이렇게 떠들썩하게 만들고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인터넷에 남긴 글들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지난 1편을 시작으로 연재물을 통해 사토시가 남긴 말들을 공유하고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들을 해석해드리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사토시가 백서만 내놓고 사라졌다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온라인상에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질의응답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토시의 사상, 목적 그리고 암호화폐의 역사와 본질 등을 알아가는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시리즈 초기엔 일반인들을 위한 내용으로, 후반부엔 기술적인 내용들을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1편 <사토시의 잠언 – 1: 시작과 이유> 바로가기: https://bit.ly/2Nangsq
2편 <사토시의 잠언 – 2: 탈중앙화라는 마법의 단어> 바로가기: https://bit.ly/2ojmsqq
3편 <사토시의 잠언 – 3: 일어나서도 잠을 자는 사람들> 바로가기: https://bit.ly/2prmrS3



사토시의 잠언 – 4:

신뢰를 신뢰할 수 있는 가


저희는 신뢰가 모든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은행을 신뢰하고 자신의 돈을 맡기며, 정부를 신뢰하여 세금을 내고 국가라는 틀 안에서 살아가며, 기업을 신뢰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개인과 개인 간에도 신뢰라는 관계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그 신뢰를 어떻게 쌓으며, 만약 신뢰라는 것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신뢰라는 개념이 사라진다면 세상은 5분도 원활히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이 신뢰와 중개인입니다.

보통 블록체인을 거론할 때 신뢰의 기술이라는 점과 무신뢰(Trustless)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신뢰와 무신뢰, 어떻게 보면 반대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신뢰를 없애면서 신뢰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과연 블록체인은 완전히 무신뢰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신뢰가 무엇인지, 신뢰가 어떻게 권력이 되며 돈이 되는 것인지, 더 나아가 블록체인에서 신뢰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 알아볼 까 합니다.




신뢰라는 이미지

깊이 다루기에 앞서 우선 신뢰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신뢰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trust의 어원은 독일어 trost입니다. Trost는 편안함을 뜻합니다. 상대방이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뢰란 기본적으로 어떤 것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이며 기대입니다. 개인의 경제적 신용등급을 위해 신용도라는 측정 단위를 만들었지만 결코 신뢰를 판단할 순 없습니다.

신뢰란 결국 “내가 원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것을 계속 한다면 신뢰가 쌓이는 것이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계속 한다면 신뢰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신뢰의 반대말인 배신은 상대방이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했을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물론 강제된 신뢰도 존재하지만, 보통의 경우 신뢰라는 이미지를 겹겹이 쌓습니다. 그 이미지가 높게 쌓이면 신뢰도가 높은 것이고, 낮게 쌓여 있으면 신뢰도가 낮은 것이죠.

이 신뢰가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돈입니다. 화폐는 신뢰의 물질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A4용지에 “이 종이는 200만원짜리 노트북 하나와 교환가능 합니다”라고 적었다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질문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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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이를 받으실래요? 아니면 5만원짜리 지폐를 받으실래요? 하나만 선택하세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저에 대한 신뢰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위 글귀가 적힌 A4 용지를 선택할 겁니다. 제가 그 종이를 200만원짜리 노트북으로 진짜 바꿔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겐 그 종이는 200만원의 가치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를 처음보는 사람은 그 종이는 그저 낙서가 적힌 한 장의 A4 용지일 뿐입니다. 당연히 5만원짜리 지폐를 선택하겠죠. 200만원 가치의 종이와 5만원 가치의 종이 가운데 왜 5만원을 선택할까요?

물론 지금의 돈에는 사용 용도를 포함한 매우 기술적인 요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나 저의 A4 용지와 5만원짜리 지폐의 가장 큰 차이는 신뢰의 차이입니다. 저를 신뢰하는 사람보다 정부와 은행을 신뢰하는 사람이 많으니 그렇습니다.

"암호화폐는 본질적인 가치가 없기 때문에 실제 화폐로 보기 힘들다."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암호화폐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구입니다. 파월이 소속된 사기업인 연방준비제도가 발행하는 달러 화폐의 본질적인 가치는 얼마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달러 지폐를 찍어 내기 위해서는 약 3.5센트가 소요됩니다. 100달러 지폐를 찍는다 해도 1달러 생산 비용의 100배인 350센트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똑같이 3.5센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동전이나 지폐를 사용하는 이는 많지 않으며, 유통되는 동전과 지폐의 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돈은 디지털에서 존재하며, 돈이 생겨나는 방식도 그저 컴퓨터 상에서 숫자를 늘릴 뿐입니다. 파월을 포함하여 몇몇 경제학자들은 암호화폐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저도 질문 하나 해보겠습니다.

“정부와 은행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없어진다면 법정화폐의 본질적인 가치는 무엇이며, 계속 쓰일 수 있습니까?”

그들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엔 매우 어려운 경제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교묘히 현혹시킬 뿐, 이 간단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선 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부는 매우 오랜 기간동안 일반인들을 이용하고 사취하는 배타적 권력을 휘둘렀다. 돈의 역사를 공부해본다면 당신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걸 지금까지 참고 지냈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Backed By

“What is Bitcoin backed by?”

비트코인을 일반인들에게 설명할 시 거의 항상 나오는 질문입니다. “비트코인은 무엇이 그 가치를 보장하나요?” “누가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성을 보장하고, 누가 책임자인가요?” 비트코인을 얘기하기 전에 저희가 사용하는 돈부터 살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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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NOTE IS LEGAL TENDER FOR ALL DEBTS, PUBLIC AND PRIVATE”

미국 모든 달러에 적시되어 있는 문구입니다. 이 지폐는 모든 채무, 공적 및 사적으로 사용 가능한 법정화폐라는 의미입니다. 기존의 미국 달러는 브레턴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 하에 금에 페깅되어 통화 가치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달러의 금태환 중지를 선언하여 브레턴우즈 체제도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지폐의 고유 가치가 표시된 가치보다 낮지만 그런 경우에도 지폐를 사용하도록 정부가 선언한 경우의 화폐를 법정화폐(legal tender)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국가에서 지정한 강제적 힘이 있는 국가적 화폐가 법정 화폐입니다.

“사회자: 누군가가 당신의 돈을 훔쳐갈까 봐 걱정하지 않나요?
농부: 아니요. 저는 누군가가 저의 손수레를 훔쳐갈까 봐 걱정합니다. 그 손수레에 담길 수 있는 돈보다 손수레가 더 가치 있거든요.” – BBC와 짐바브웨의 한 농부 간의 인터뷰 中

많은 나라에서 경제위기로 인해 화폐 가치가 0에 수렴하는 일과 금융 파탄이 발생했고, 현재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문제의 핵심은 유동성의 문제도, 시장 기능의 중단도 아닌 대중의 신뢰 붕괴입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과도한 발행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그 과도한 발행은 무엇으로 인해 발생할까요? 대중들의 신뢰가 하락하면 정부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화폐를 더 발행합니다. 유동성 확대에 대한 초과 수요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대중들의 신뢰는 더욱 감소하여 붕괴를 예상하게 됩니다. 붕괴를 예상한 대중들은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며 이는 정부로 하여금 추가로 화폐를 발행하도록 합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이어질 경우 발생하는 것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돈에 가치를 부여하는가? 바로 여러분이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현재 다른 15억명의 사람들과 함께 오늘 가진 돈의 가치가 내일도 똑같을 것이라 굳게 신뢰하며 대규모 환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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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여러분의 화폐 가치는 안전합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 국민의 자산이 위험하다고 밝힌 정부와 중앙은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뢰가 불신으로 바뀌는 것은 짧으면 1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를 볼 때 현재까지 살아남은 명목화폐는 없습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애초부터 가치가 0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법정화폐의 근본적인 문제는 모든 것이 신뢰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화폐의 가치를 지켜줄 것처럼 믿어지고 있으나, 신용화폐의 역사는 이러한 믿음에 대한 배신의 연속이었다.” – 사토시 나카모토

정부는 현재 돈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화폐 가치가 없어진 국가에선 정부가 노력을 덜해서 그렇게 되었을까요? 아니요. 보장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돈은 국가가 보장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은행의 신용과 그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가 돈의 가치를 보장할 뿐입니다. 비트코인의 가치 역시 그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왜 특정 누군가가 특정 가치를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인가요? 특정 가치를 보장하는 특정 누군가가 그 가치를 더 이상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그냥 그 뜻을 따를 건가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용할 경우, 하나의 경제 생태계가 탄생할 겁니다. 그리고 그 경제 생태계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생성할 겁니다. 현재 비트코인 1개의 가치는 얼마인가요? 대부분 700만원 정도라 답하실 겁니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법정화폐로 평가하는 것은 미래엔 의미 없는 일이 될 겁니다. 향후에도 비트코인의 가치가 법정화폐로 평가받는 다면 비트코인이 얼마가 되었든 결국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봅니다. 비트코인 1개는 1000개의 밀리비트(millibit, 0.001btc) 가치를 합니다.

옛날 옛적 고대 시대의 돈이 조개 껍질이었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근데 그 조개 껍질을 해변가에 위치한 마을에서도 사용했을까요? 절대 아니요. 해변가에 널린 게 조개 껍질인데 그게 과연 가치가 있을까요? 조개 껍질은 지리학적으로 보통 해변가에서 멀리 위치한 마을에서 사용되었습니다. 가치가 생기는 이유는 매우 여러가지이지만 조개 껍질이 가치가 있던 이유는 희귀하고 사용하기가 편리하며 마을에서 조개 껍질이 가치가 있다 믿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돈 시스템에 매우 큰 문제가 있다. 발행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발행 한계가 없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발행권이 오직 이해관계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당신에게 빚이 있다면, 당신은 돈의 가치가 하락하길 원할 것이다. 당신이 저축을 한다면, 당신은 돈의 가치가 상승하길 원할 것이다. 빚이 가장 많다고 알려진 정부에게 화폐 발행에 대한 권한이 주어진다면 과연 그들은 어떻게 할 것 같은가?” –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




현재 사회의 신뢰: 제도, 권력, 그리고 돈

저희는 처음 만나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방향으로 행동할지 모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 방향이 저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항상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일을 진행시켜줄 외부의 개입을 필요로 합니다.

“인간은 서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으로 제도라는 시스템을 창안해왔다.” – 도글라스 노스

제도란 무엇일까요? 법, 은행, 정부, 회사가 모두 제도에 속합니다. 제도 역시 신뢰를 쌓기 위해 만들어 졌습니다. 모르는 사람 간에 신뢰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사회가 공통된 것을 신뢰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간단한 예시로 신호등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신호등 색깔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신호등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붕괴해 초록불이라도 마음 놓고 건널 수 없을 것입니다. 저희는 남들도 신호등이 색깔에 따라 행동하리라 기대하고 신호등을 신뢰합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포함한 모든 SNS가 무료라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을 사용하기 위해 결제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가치를 보유한 것이 과연 돈뿐인가요? 돈만 지불하지 않으면 무료인 것이 아닙니다. 페이스북은 유저들에게 페이스북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데이터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광고인들에게 판매합니다. 광고인들이 데이터에 가치가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고 삽니다. 페이스북이 작동되는 이유는 대중이 신뢰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구글도, 네이버도, 야후도 대중의 신뢰를 기반으로 수익을 냅니다.

페이스북이 만약 이용료를 내라 한다면 사람들이 계속 사용할까요? 아마도 아닐 겁니다. 페이스북이 만약 더 많은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요구하면 사람들이 계속 사용할까요? 네. 계속 사용할 겁니다. 이미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프라이버시의 가치를 모르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신경 쓰는 척을 할 뿐이죠. 페이스북을 비롯한 많은 사이트는 수많은 해킹을 당했습니다. 유저들의 개인정보를 포함한 많은 데이터들이 유출되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용합니다.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돈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야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데 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화폐에 대한 신뢰가 높다. 어지간한 정책실패에도 화폐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만약 제가 여러분에게 5만원을 준다 하고 말을 바꾸면 저에 대한 여러분의 신뢰는 매우 낮아질 것입니다. 5만원이 아닌 사탕을 준다 하고 주지 않아도 거짓말쟁이로 찍히겠죠. 사탕을 준다 하고 주지 않아도 거짓말쟁이가 되는데, 왜 기업이나 정부, 그리고 명목화폐는 수많은 거짓말과 실패에도 불과하고 대중들의 신뢰를 여전히 얻고 있는 것일까요? 피해를 입는 것에 무뎌 졌기 때문이고, 두려움과 강요 때문입니다. 그들이 신뢰를 통해 얻은 권력과 돈을 무서워하는 것이고, 그것들이 필수라는 환상이 저희에게 오랜 기간 천천히 주입되었기 때문입니다. 두려워 떨기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저희는 계속 두렵고 떨기만 할 것입니다.




중개인이 나쁜 것인가?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백서에서 중개인을 없애 수수료와 투명성을 강조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백서만 본다면 중개인은 중간에서 수수료나 가로채는 나쁜 집단입니다. 그렇게 나쁜 것이었다면 어떻게 지금까지 모든 서비스에 중개인이 있을 수 있었을까요? 저희는 중개인이 왜 생겨났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인지해야 합니다.

중개인은 약간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매우 큰 편의를 제공합니다. 에어비엔비, 우버 등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공유 경제 분야의 기업들 역시 중개인에 포함됩니다. 중개인은 필터링을 합니다.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식별하여 소비자의 리스크를 줄입니다. 현지화에도 탁월합니다. 예를 들어 의류 브랜드인 라코스테는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각국에서 현지 디자이너를 고용하여 현지 시장에 맞춰 다시 디자인합니다. 현지화에 능력이 있는 중개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중개인은 해결사의 역할도 합니다. 주식의 IPO인 경우 업무를 맡은 투자은행에게 보통 상장 주식 가치의 5%를 수수료로 지불합니다. 일회성인데 5%는 매우 큽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되었을 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갑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좋은 안내자를 고용하는 것입니다.

“중개인 시스템은 대부분의 거래에서 효율적이다. 그러나 중개인 시스템은 내재적인 단점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신뢰 대신 암호학에 기반을 둔 거래 시스템이 필요하다. 중개인의 개입과 서로 간의 신뢰 없이도 개인 간의 거래를 가능케 한다.” – 사토시 나카모토

중개인의 존재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개인의 독점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일들이 문제입니다. 중개인이 독점될 시 중개인은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사용합니다. 경쟁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하고, 다수의 이익보다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며, 신뢰를 배신하고 행동합니다. 신뢰가 집중될수록 중개인은 권력을 행사해 사용자들에게 더욱 많은 정보를 요구합니다. 은행이라는 중개인은 신뢰 기반의 권력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세세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며,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남의 돈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신뢰를 져버릴 수 없습니다. 이미 다른 선택권이 다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강요된 신뢰입니다.

“오픈소스라 함은 누구든 코드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코드가 비공개일 경우, 누구도 보안을 확인할 수 없다. 나는 이러한 종류의 프로그램은 오픈소스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토시 나카모토

블록체인에는 과연 중개인이 없을까요? 오히려 그 정반대입니다. 노드라는 수많은 중개인이 존재합니다. 참여자 모두가 중개인이 되는 것입니다. 특정 주체에 몰려 있던 신뢰를 분산화한 것입니다. 특정 주체에 집중된 신뢰를 분산화 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신뢰의 혁명이라 부릅니다. 신뢰가 집중되어 있지 않은데 9년동안 큰 문제없이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은 비트코인이 최초입니다. 최소한의 게임 이론과 간소화된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모두가 합의에 이르도록 합니다. 사토시는 중개인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닌, 중개인의 독점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사라진 신뢰가 낳은 더욱 많은 신뢰

블록체인 관련 컨퍼런스 혹은 밋업에서 한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팀 혹은 개인이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개발했다 해서 그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현재 사람들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무엇을 보고 자신의 돈을 붓고 있는 것일까요? 무엇을 신뢰하는 것일까요? 그 팀 멤버의 과거 이력과 어드바이저가 누구인지를 주로 봅니다. 갈수록 스캠이 판치는 이 시장에서 대중이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블록체인의 무신뢰성이 아닌 프로젝트 팀에 대한 신뢰성입니다. 결국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주체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노드의 수가 몇 개이고, 네트워크가 얼마나 견고한지는 대중에게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재미있게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제외한 그 주변의 모든 것은 신뢰를 필요로 합니다. 최대한 버그 없는 코드를 짜길 바라며 개발자를 신뢰하고, 51% 공격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노드를 돌리는 채굴자를 신뢰하고, 하드포크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커뮤니티를 신뢰하고, 안전한 암호키를 생성하길 바라며 지갑을 신뢰하고, 해킹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자산을 지키길 바라며 거래소를 신뢰하고, 심지어 개인키를 잃어버리지 않길 바라며 자기 자신을 신뢰합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서 사라진 신뢰만큼 블록체인을 둘러싼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신뢰가 요구됩니다.

업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은 기존 중앙 시스템과 비교하여 매우 안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블록체인 자체가 기존의 중앙 시스템보다 안전한 것은 타당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선 더욱 많은 신뢰가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중개인만 신뢰했으면 끝이었지만, 블록체인에선 아직 매우 여러가지 요소들을 신뢰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나온 혁신이라 불리는 기술들은 초기에 기존의 기술보다 더욱 많은 신뢰가 필요했습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술 주변의 것들에 대한 신뢰는 어떻게 채워 나가야 할 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이 현재 신뢰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신뢰할 만 한가요?”

감사합니다.



References

A. (2017, April 30). The Stories We Tell About Money. Retrieved from www.youtube.com/watch?v=ONvg9SbauMg&t=870s
Qureshi, H. (2017, December 18). Why Bitcoin is not trustless – Hacker Noon. Retrieved from https://hackernoon.com/bitcoin-is-not-trustless-350ba0060fc9
Money as trust. (2011, May 17). Retrieved from https://www.christopherspenn.com/2009/01/money-as-trust/
The Illusion of Trust. (n.d.). Retrieved from http://www.onemanswisdom.info/archives/25-The-Illusion-of-Trust.html
Palmer, S. (2015, June 25). Living in a Trustless World. Retrieved from https://www.huffingtonpost.com/shelly-palmer/living-in-a-trustless-wor_b_7144202.html


By 류짬 of COSINT


오늘 하루도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 COSINT에 게시되는 포스트를 통해 모아진 모든 스팀달러는 불우 이웃에 기부하거나 스팀잇 발전에 기여하는 스티미언분들 혹은 밋업에 후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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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 신뢰라는 단어는 쌍방향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흔히들 탈중앙화와 신뢰를 이야기할때 중앙권력의 횡포/신뢰감의 분산화로 이해하는데 더욱 중요한 것은 탈중앙화로 인한 개인들의 책임의식도 동등하게 아주 중요해진다는 것을 깜빡하는 것 같습니다. 탈중앙화된 만큼 분산된 권력으로서 개개인의 능력이 함께 발전되어져야 하는 것, 이것이 신뢰라고 이해됩니다.

예를 들어 스팀잇의 경우에도 탈중앙화 SNS를 멋있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네드라는 한 사람의 능력에 의존하려는 경향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본질은 여기의 구성원 모두가 한배를 탄 사람으로 탈중앙화를 실천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각자의 책임의식(주인의식)도 비중있게 강조되어져야할것 같습니다.

정확한 말씀이십니다. 주어진 권리와 권한엔 책임이 따라오는 것이죠. 근데 대중들이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ㅠ

디클릭 클릭 파도타고 왔어용~!
좋은 글 함께 응원합니당~!
행복한 주말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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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블루엔젤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늘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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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형이 투표하라는데 짱짱맨분들 투표해주세요!!
관련 포스팅
https://steemit.com/kr/@virus707/15k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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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류짬님!

감사합니다 트래비스님! ㅎㅎ 트래비스님의 킵잇글도 기대할게요^^

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가합니다^^
잘 읽어보았어요 ^^

늘 찾아와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여러분 믿습니까!!?

신뢰하십니까!!?

음~~~ 마지막 질문은 ....
킬루님 코신트팀분들은 편안한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우부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오~!

디클릭타고 왔습니다:]
디클릭 가즈아!

감사합니다! 스파임대를 했더니 홍보가 되나 보군요 ㅎ

Thank you for using Resteem & Voting Bot @allaz Your post will be min. 10+ resteemed with over 13000+ followers & min. 25+ Upvote Different account (5000+ Steem Power).

Thank you to whoever paid for my post.

후진국에 더욱더 나타나는 중앙통제..

그리고 후진국일수록 신뢰붕괴가 쉽고 그로인해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고 있죠.. 안타깝습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