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5(일)역사단편258. 결말. 1천년전 서경내란의 결말이 중요한 이유

in Avle 종교 철학 인문학2 days ago (edited)

신채호 선생의 <조선1년래 제일대사건>의 마지막 구절을 읽는다.

1천년래사건페이지.JPG

政治(정치)가 이렇게 되매,
宗敎나 學術(종교나 학술)이나 其他(기타)가 모두
事大主義의 奴隸(사대주의의 노예)가 되어
佛敎를 信(불교를 신)하면
依樣(의양)의 棒喝(봉갈)을 傳授(전수)하는 太古(태고)나 普愚(보우)가 날지언정
平地에서 突起(돌기)하는 元曉(원효)가 날 수 없으며,
儒敎를 從(유교를 종)한다 하면
程朱(정주)의 規矩(규구)를 恪遵(각준)하는 退溪(퇴계 이황)나 栗谷(율곡 이이)이 될지언정
門路(문로)를 自立(자립)하는 鄭竹島(죽도 정여립)는 存立(존립)할 곳이 없으며,
비록 世宗(세종)의 正音(정음)이 製造(제조)된 뒤일지라도
原郞徒(원랑도)의 頌歌(송가)가 나지 않고,
唐人(당인)의 月露(월로)를 吟(음)하는 漢詩家가 充斥(충척)하며,
비록 甲午·乙未(갑오, 을미)의 時機를 際遇(제우)할지라도
眞興大王(진흥대왕) 같은 經世家(경세가)가 일어나지 않고,
外勢(외세)를 따라 轉移하는 社會(전이하는 사회)될 뿐이니,
아아 西京戰役(서경전역)의 지은 原因(원인)을
어찌 重大(중대)하다 아니하리오?
< 출처: 朝鮮歷史上 一千年來 第一大事件>

依樣(의양): 依樣畫葫蘆(의양화호로: 양식에 따라 박을 그린다) 의 줄임말.
창의성이 없이 모방만 한다는 뜻이다.
棒喝(봉갈): 불교 선종에서 죽비로 치거나 큰소리로 꾸짖어 교육시키는 것
突起(돌기): 갑자기 우뚝솟아남
從(종): 따르다
程朱(정주): 송나라때의 정호형제와 주희의 주장을 따르는 학파. 정주학(파)
規矩(규구): 법도, 예법
恪遵(각준): 정성스럽게 복종함
門路(문로): 학문상의 지름길
鄭竹島(정죽도): 죽도 정여립(1546`1589), 체제 비판적 사상가였다.
正音(정음): 훈민정음
原郞徒(원랑도): 신라시대 화랑
頌歌(송가): 공덕을 찬양하는 노래
月露(월로): 달빛과 이슬
吟(음):읊다, 노래하다
月露(월로): 月露之學월로지학(=문장만 아름답고 내용이 없는 시문)의 줄임말
充斥(충척): 사람들로 가득참
際遇(제우): 일을 당함, 際會(제회) <갑오-을미년의 사건>을 말한다
經世家(경세가): 세상을 다스려 나가는 사람
轉移(전이): 다른곳으로 옮겨감,
중국을 숭배하다가 일본을 숭배하는 것으로 바뀐것을 말한다.

(옮기면)

정치가 이렇게 되매,
종교나 학술이나 다른 분야가 모두 사대주의의 노예가 되어
불교를 믿으면,
그저 모방한 수양방법을 전수하는
태고종의 普愚보우가 나올지언정
보잘것 없는 곳에서 돌출하는 원효가 날 수 없으며,
유교를 추종한다 하면,
송나라 정주학의 규범이나 정성스럽게 복종하는
퇴계 이황이나 율곡 이이 같은 사람이 될지언정
학문의 길을 스스로 찾는 죽도 정여립같은 사람은
살아남을 곳이 없으며,
비록 세종의 훈민정음이 창제된 뒤에도
원랑도를 찬양하는 노래는 나오지 않고,
당나라 사람의 문장만 아름답고 내용은 없는 시를 노래하는
한시 쓰는 사람들만 가득하며,
비록 갑오년과 을미년의 상황을 당했을 때에도
진흥대왕 같은 세상을 경영하는 사람 출현하지 않고,
외부의 세력을 따라 옮겨다니는 사회가될 뿐이니,
아아 서경전역이 만들어낸 원인을
어찌 중대하다 아니하리오?
< 출처: 조선역사상일천년래 제일대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