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어사 대웅전 앞마당

불이문을 거쳐서 강당을 쳐다 보았다.
강당은 최근에 지은듯 한데 위풍이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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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는 높낮이에서 생긴다. 올려다 보면 권위스럽다.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눈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생기는 상대적인 것이 권위다. 몸은 아래에 있어도 정신을 높이면 세상의 권위는 아무것도 아닌 법이다.

강당을 지나서 대웅전 앞마당으로 들어섰다. 우중인데도 사람이 적지 않았다.
날씨가 좋았다면 사람들에 치일뻔 했다.

대웅전도 멋있게 앉아 있었다.

대웅전 1.jpg

높은 계단은 마치 불국사의 계단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계단 앞에 있는 석물이다.
생긴 것을 보아하니 사자같기도 하고 해태같기도 하다.
얼굴을 자세히 보면 동물이라기 보다는 마치 서역인들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 모두 불에 탔지만 석물들은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계단앞에 있는 석물도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대웅전 계단 사자상1.jpg

문외한의 섣부른 평가지만 난 여행을 하면서 이런 나름의 상상을 하곤한다. 그맛에 여행을 한다. 문학적 신화적 상상력을 즐기는 것이 내가 여행하는 방법이다.

범어사의 대웅전 앞마당은 매우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석등과 탑의 위치가 어중간했다. 그리고 당간지주도 여기저기 어지러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석등은 대웅전 왼쪽에 그리고 석탑은 대웅전 오른쪽에 서 있었다.

대웅전 석등 1.jpg

대웅전 삼층석탑 2.jpg

석등과 석탑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만든 것이 불국사의 석가탑보다 조악해보인다. 아마도 통일신라시대 말기의 작품인 듯하다. 통일신라의 힘이 약해지면서 기술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기술과 국력은 서로 비례하는 모양이다.

당간지주는 대웅전 마당 좌우측 모서리에 하나씩 서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석탑오른쪽 미륵전 쪽으로 당간지주가 하나 서 있었다.

대웅전 당간지주 1.jpg

당간지주가 이렇게 여기저기 서 있는 것은 임진왜란전에 범어사는 지금보다 큰 전각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마도 신라시대의 사찰구조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바뀐 것 아닌가 한다.

절 앞의 마당은 빈 공간이지만 빈 곳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