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26 윤석열의 친위쿠데타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문민통제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석열 탄핵의결이후 계엄에 동원된 군대와 군인들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계속 남아 있다. 계엄발령이후 필자는 즉각 한국군 지휘관들에게 절대로 병영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는 글을 썼다. 여기저기 후배들에게 군대가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전화를 했다. 글을 쓰고 전화를 하면서 내가 조금있다 수사관들에게 체포가 될 것을 각오했다. 한밤중에 끌려갈 것을 생각해서 내복을 꺼내서 입었다. 다행이 국회에서 계엄해제 의결이 이루어지고 비상계엄 상황을 종료되었다.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이 탄핵되고 방첩사, 특전사, 수방사, 정보사 사령관들이 모두 줄줄이 국회에 끌려나오고 수사기관에 체포되어 구치소에 갇혔다. 필자는 이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것은 지휘관은 부당한 명령을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일 지휘관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명령에는 합법적인 명령과 불법적인 명령이 있다. 그리고 합법적인 명령에도 정당한 명령과 부당한 명령이 있다. 군지휘관들은 합법과 불법을 나누는 구분도 애매모호한데 절차적으로 합법과 불법이 갈리는 수도 있고, 내용적으로 보자마자 합법과 불법을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개인과 부대에 위해가 없는 경우에 민간인에게 발포하라는 명령은 내용적으로 분명하게 불법적이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언이 절차적으로 합법적인가 불법적인가는 수명하는 지휘관이 알 수없다.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계엄사령관을 통해서 명령이 내려오면 합법적인 명령으로 간주하는 수밖에 없다. 언론에서 사전에 비상계엄을 위한 준비를 한 것으로 사전모의라고 하는데 그것은 온당하지 않다. 비상계엄도 계엄발영이 되어서 그때부터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니 사전에 행동한 것을 문제삼아 사법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겠다.

아마도 이번에 지휘관들은 합법적이지만 부당한 명령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원래 군인은 부당한 명령도 따라야 한다. 부당한 명령을 거부해도 명령불복종의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지휘관이 죽을 줄 알면서도 상부의 명에 따라 부대원을 사지에 투입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작전계획을 수행할 경우 대부분의 경우 해당 지휘관에게는 정당하기 보다는 부당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부당한 명령도 따라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면 그에 대한 책임은 지휘관 개인이 지는 것이다.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다고 해서 이를 영웅시 하는 것은 사실 올바른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적어도 3성장군이상이 되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받을 각오를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부당한 명령을 받았다고 처벌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에 계엄사령관과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그리고 정보사령관에게 사법처리를 하는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계엄명령을 받아 수행한 군인들의 잘못이 큰가 아니면 비상계엄을 발령한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죄가 더 큰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대통령은 군통수권자이다. 대통령이 명령한 것을 국방장관이 다시 지시하면 이를 수행하는 것이 군대의 당연한 역할이다.

이번 계엄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방장관이 계엄을 건의하고 집행을 명령했다는 것이다. 장관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른 예하지휘관에게 죄를 묻은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령했는데 군대가 아무도 따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군지휘관이 받은 명령을 가지고 이것이 합법적인가 불법적인가 정당한가 부당한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면 어떤 상황이 생길까? 그것은 군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군대 스스로가 합법적이냐 불법적이냐를 판단하고 정당한가 부당한가를 판단해서 행동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원래 군대는 명령은 무조건 복종하고 수행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명령을 수행한 군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문제는 명령을 이행한 군인이 아니라 명령을 내린 대통령과 국방장관인 것이다.

진짜 문제는 군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군대를 통제하는 정치에 있다는 말이다. 이번에 군대가 비상계엄에 동원된 것은 전적으로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국방장관을 문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군이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국방장관이 군출신이면 이런 정치적 문제뿐만 아니라 미래전력을 구비하기 위한 자원의 할당에도 왜곡과 혼란이 발생한다.

어떤 사람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해야 할까? 국방장관 문민화라고 하니 민간군사전문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소위 밀덕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군사전문가가 아니다. 군사전문가는 군인이외에 존재하기 어렵다. 마치 의사가 아닌 의료전문가가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밀덕은 밀덕일 뿐이다.

만일 이번에 민간 정치인 출신, 예를 들어 주호영 같은 사람이 국방장관이었다면 비상계엄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하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비상계엄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방장관에 군출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지적은 결코 틀리지 않다고 하겠다.

한국과 같은 안보상황에서 문민국방장관은 소위 민간군사전문가가 아니라 정치적 역량을 갖춘 차기 국가지도자급이 되어야 한다. 다음 대통령감이 되는 사람이 국방장관을 역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군대가 흔들리지 않게 관리된다.

최근 육사졸업자의 행태를 보면서 실망하고 있다. 특히 38기들은 김용현 국방장관에 대한 구명을 하려고 한다고 한다. 육사 졸업자들이 진정으로 군을 위한다면 국가와 군대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명령을 이행한 군인들을 옹호하는 입장에 섰어야 했을 것이다. 사실 어떤 경우에도 이번 사건을 초래한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옹호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변호를 받아야할 사람은 소외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할자들을 옹호한다. 나는 그래서 육사를 지금처럼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 그리고 장교양성과정도 단순화해야 한다. 한국처럼 조그만 나라에서 육사, 삼사, 학사, 학군 등등으로 이렇게 나누어 장교를 양성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지금처럼 장교양성과정이 나뉘어지면 능력있는 장교들이 군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출신별 지역별 안배에 묶어 능력있는 장교들은 제대로 진출하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설명하면서 누차 언급했지만 우수한 고급장교는 국가의 자산이다. 계급이 높은 장교라고 우수하지는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계엄에 참가한 지휘관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적어도 그들 정도되면 죽음을 각오하고 명령을 거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군을 위해서 그리고 한국에서 정치과 군의 관계가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한다.

이번에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그리고 정보사령관은 계엄명령을 받고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고민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들이 고민하지 않도록 군대에 내리는 명령이 올바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가 군지휘관의 판단에 의해서 좌우되어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