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28 왜 한국의 보수는 붕괴하는가?

윤석열이 탄핵심판에 섰다. 보수진영은 심각한 반성과 검토를 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움직임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가 탄핵당한 것과 윤석열이 탄핵당하고 있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박근혜가 중국과 러시아등과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다가 미국의 처벌을 받아 탄핵되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상당부분 동의하는 입장이다. 박근혜 탄핵의 스모킹 건이었던 테이블릿 pc가 조작되었다는 것은 거의 사실에 부합하는 상황임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부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작에 직접 가담한 자가 윤석열과 한동훈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렇게 보면 박근혜의 탄핵은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다 하겠다. 박근혜가 탄핵된 것은 정치적 실력의 부족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질 수 있고 외부의 공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미리파악하고 그에 대비한 대책을 강구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박근혜의 정치적 실력 부족을 의미한다.

윤석열이 탄핵에 이르는 과정은 박근혜와 매우 다르다. 박근혜는 한국의 대외환경과 정책에 일정정도 변화를 주려고 하다가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탄핵을 당했다면, 윤석열은 자신의 잘못으로 추락한 국내정치적 지지율을 군대의 힘으로 이기려고 친위쿠데타를 하다가 탄핵을 당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보수진영은 이정도 되면 무엇이 문제인지 진지한 반성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원래 보수는 실력과 실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고, 진보는 부의 재분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진보가 부의 재분배 대신에 경제적 성과를 주장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보수가 국가운영의 실적이 아닌 가치와 이념으로 지지를 구하는 것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념과 가치를 정치운영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은 진보다. 진보가 자신의 이념과 가치를 상실하면 더 이상 진보라고 할 수 없다. 문재인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문제다. 문재인은 진보적 가치와 이념을 도외시하면서 진보정치의 기반을 훼손해버린 것이다.

국가운영의 실적이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경제적 성과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보수가 경제적 성과와 발전이 아니라 이념과 가치를 주장하게 되면 이들은 보수의 범주를 넘어 극우파시즘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이 정치적 곤경에 빠지게 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국가운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윤석열 하에서 대중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으며 경제도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가 비록 깽판을 쳐도 경제가 잘돌아가고 삶이 여유로우면 대중들도 날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은 정권을 잡자마자 경제적 성과와 대중의 삶의 개선이라는 보수정치의 핵심적 과제를 무시하고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이념 운운하면서 급속하게 극우파시스트화 되어 갔다. 윤석열 하에서 보수정치의 기반이 훼손되고 붕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윤석열이 정권을 잡았을때 한국은 첨예하게 충돌하는 미중간의 갈등에 말려들기 보다는 완화하기 위한 역할을 하면서 한국 경제의 발전이 지속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했다.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충돌할때 일방적으로 미국편을 들기보다는 분쟁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했어야 했다.

윤석열 하에서 한국경제가 침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교역으로 먹고사는 국가가 가장 큰 교역상대국과 적대적으로 대하겠다고 나오고, 러시아에 반대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고 군대까지 보내면서 러시아와 교역을 완전하게 중단하고 말았다. 이렇게 해놓고 정치적 지지가 확대되기를 바란다면 양심이 없는 짓이다.

게다가 윤석열이 중요한 인물의 대부분은 말도 안되는 뉴라이트 들이다. 사실 윤석열 정권을 붕괴시킨 책임의 8할은 뉴라이트들이다. 근본도 없는 뉴라이트가 갑자기 등장해서 국가운영의 성과는 도외시하고 뜬금없는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했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친일식민주의로 회귀하는 것이나 별로 다름이 없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런 허접한 이념적 틀이 일본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뉴라이트가 박정희를 버리고 이승만을 선택한 이유도 분명하다.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이승만을 앞에 내세울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박정희는 경제적 성과라도 있었지 이승만은 그 어떤 성과도 없었다. 박정희는 친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가 젊었을 때의 이야기고 대통령이 된다음 그는 철저한 민족주의적 노선을 걸었다. 뉴라이트들이 경제적 성과와 민족주의 노선을 추구한 박정희를 버리고 이승만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한심한 것은 보수의 본령이라고 하는 대구 경북의 주민들이 아무 생각없이 지금의 윤석열을 마치 박정희식 정치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현재 윤석열은 박정희가 아니라 이승만 정치노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박정희와 이승만은 같은 자리에 있지 않다.

그어떤 성과도 없는 이승만을 오로지 친미라는 이유만으로 국부의 자리로 되돌리려고 하는 뉴라이트를 윤석열이 기용하면서 이미 그는 정치적 패배와 몰락의 길에 접어든 것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그런 한계의 끝에서 일어난 불가피한 결과라고 하겠다.

만일 윤석열이 중국을 적대시하고 러시아와 전쟁을 하더라도 경제적 성과를 거두고 대중의 삶을 윤택하게 했다면 윤석열은 대중의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대중의 지지율 추락과 총선의 결과는 바로 자신의 정치적 성과를 그대로 반영했다고 하겠다. 윤석열과 같이 정치하면 그 누구도 더 나은 평가와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보수가 어떤 정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다. 당연히 윤석열과 같은 뉴라이트적 정치세력과 관계를 절연하고 다시 실력에 입각한 국가운영을 하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의힘이 윤석열과 뉴라이트를 버리지 못하면 더 이상 정당으로 존속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보수가 필요하지 극우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점점 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국가운영의 경제적 성과라른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면 보수로서 국민의임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이미 없어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로 국민의힘이 진정한 보수로 다시 태어나기 바란다.
국가는 진보와 보수의 양날개로 날아간다는 김대중의 말은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