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없이 몸만 다녀온 러시아 발트3국 여행기> 시베리아 횡단열차 1일차
<아침에 일어나고 나서 보이는 창밖의 풍경>
훈련소 첫날처럼 일어나서 상황판단하기까지 오래걸렸다.
여행을 하면 긴장한 탓인지 아침잠이 없게 된다. 그것에 비해 친구놈은 겁내 잘 잔다.
부러울 정도로
새벽3시까지 잠을 못이루다가 이어폰을 끼고 겨우 잠이 들었다.
머릿쪽에 있는 창틈 사이로 러시아의 한기가 점점 들어와 잠을 조금 설치긴 했지만
그래도 첫날 치고는 괜찮은 적응력이다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
현대사회에서 기차 6박7일을 보낼 생각을 누가 했을까.
그 비어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매력적이게 느껴졌었다.
어찌보면 빠르기와 급함으로는 최고인 대한민국에서 평생을 살다가
160시간이라는 시간을 오로지 기차안에서 보내게 되면 나는 무엇을 할까?
잠깐 숨을 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테이블 풍경. 이때만 해도 책상은 널널했다.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하바로브스크:Хабаровск"에 도착했다.
이 동네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마찬가지로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사실 고려인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까지 만날수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고려인들이 러시아와 구소련이었던 지역에 살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정차하면 이렇게 먹을것과 방한도구등을 가지고 와서 파시는 분들이 많다.
저분은 케이크와 빵종류를 팔았지만 어떤 분은 말린 생선을 팔기도 했다.
기차가 출발하니 하나둘씩 다시 짐을 챙겨서 돌아간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워보였다.
저 분은 추운 눈밭 한가운데서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장사가 많이 안되는 날이었던것 같다.
친구가 그제서야 일어나 멍 때리다가 카메라를 들이미니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횡단열차를 타면 저런 모포와 매트와 배게 그리고 각각의 커버를 준다.
모포는 부드러움에 익숙한 한국인이 쓰기에 많이 까끌까끌하다.
포대자루같은 느낌의 모포는 그래도 창가에서 부는 바람은 잘 막아준다.
또 침대커버는 약하다.내리기 몇시간전에 승무원에게 커버들을 반납하는데 찢어지면 100루블을 낼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시베리아횡단열차의 루트는 위의 지도와 같이
중국과 몽골의 국경을 따라 움직이다가 바이칼호수가 있는 이르츠쿠르크를 지나간다.
각칸의 앞쪽에 있는 정차 시간표. 키릴문자에 익숙하지도 않은데다가 양이 많아 지금 어디쯤에 있는 지 찾으려면 한참을 봐야 찾을수 있다.
많은 사람이 기차안에서 식사를 어떻게 하냐고 궁금해 한다.
기차내에는 뜨거운 물과 컵은 제공해준다.
그래서 우리나라 컵라면인 '도시락'이 열차내의 좋은 먹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간식이나 먹을거리는 '비싸게' 제공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서부터 먹을거리를 챙겨갔다.
뜨거운물이 제공되기 때문에 라면과 누룽지를 주식으로 챙기고
나머지는 정차할때마다 빵이나 쿠키, 차종류를 사서 먹어보았다.
첫날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하게 해치울수 있는 전투식량으로 먹었다.
안에는 라면과 튀긴 쌀로 채워져 있고 라면에 밥말아먹는 그런 맛이었다.
점심이 지나 한끼가 들어가니 그때서야 봉인되었던 우리들의 식욕이 올라왔다.
그렇게 라면 하나를 더 뿌셔 먹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같은 구역을 쓰는 러시아친구들의 짐이 테이블위에 점점 쌓여갔다.
테이블의 대부분이 차와 관련되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차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만큼 설탕도 많이 넣어먹는다.
어느정도냐면 한컵의 차를 먹으려고 하면 적어도 각설탕 3~4개를 들어가야된다.
나중에 같이 차를 마시다보니 그게 황금비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식당에서 주는 맥주잔정도의 컵에 차나 커피를 탄 다음 각설탕 5개를 집어놓는 광경을 볼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러시아사람들은 횡단열차를 탈때 항상 가지고 다니는 필수 품목이 '꽤 큰 설탕통'이다.
겨울 시베리아 횡단열차안에서는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진다.
아침 9시반 쯤에 해가 떠서 4시쯤에는 지고있었다. 하루에 7시간 정도만 해를 볼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해가 떠있을 때는 계속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었다.
빛이 있어 풍경을 볼수있던 시간이 귀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기차 내의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그때 사진을 찍으면 이렇게 창에 실내가 비춰서 아쉬운 사진만 넘쳐들게 만든다.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가장 많이 봤던 것중에 하나가 '공장 굴뚝'이었다.
한국에서는 안좋은 이미지가 있어서 잘 눈에 띄지 않았던 공장의 매연이 러시아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겨울이라 그런지 꽤나 운치있게 피어나는 공장굴뚝의 매연을 찍으려고 많이 노력했었다.
건질수 있는 건 얼마없었지만 말이다.
기차의 밤은 많이 심심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가져가라고 추천해준다.
우리는 챙겨가지 않았다. 그나마 나는 아이패드에 읽을거리들을 가져가 무료한 시간을 달랬지만
친구는 읽을거리가 없으니 자기가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잘때가 되면 메인 조명을 끄고 수면등만 켜놓는다.
이때, 잠은 최대한 안 자려고 노력을 해야 아침에 늦게 일어날수 있다.
만약 일찍 잠이 들게 된다면, 새벽 아무것도 안보일때 일어나 몇시간동안 아무말 없이 혼자 있어야한다. (이때 씻으러 가는 사람들은 다 한국인이다.)
자기 직전에 꽤나 긴 정차(20분)를 하게 되는 역에 도착해서 기차밖으로 처음 나가보았다.
몸을 좀 풀려고 나갔지만 몇분이 안되어 추워서 다시 돌아올수밖에 없는 날씨였다.
다시 기차안으로 들어와 역에 보이는 기온을 보니 -18도였다.
유리창에 비쳐 18이 3개로 보이니 날씨가 추워 욕하는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는 저렇게 외부의 기온을 밖에다가 표시해준다.
우리나라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첫날 하루종일 달려도 아직 중국 뒤통수 위에 있었다.
이때 나는 생각했다.
"6박7일동안 모스크바까지 도착할수 있을까?"
이 걱정은 6일째 되는 날까지 계속되었다.
우와 멋집니다.
정말 대단하신것 같아요!
팔로우 하고 갑니닷
ninifamily님 감사합니다! 저도 맞팔 할게요~~
와... 저는 엄두도 안나는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래도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네요 +_+
스팀펑크님 반갑습니다~ 사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많은데 놓칠때가 많이 있더라고요 움직이니까요ㅠ
보니까 더 엄두가 안나네요.. ㄷㄷ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데 포스팅을 볼수록 만만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ㅋㅋㅋ
언젠가 꼭 타보고 싶은 열차에요- 덕분에 안에 잇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네요 ;)
맥주잔같은 컵에 각설탕을 4-5개씩 넣어 차를 마시는 것도, 시간처럼 온도를 알려주는 것도 모두 신기하고 재밌어요 ;)
여행 중의 소소한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네요-
@홍보해
기차여행은 항상 꿈꾸던 것이었는데, 생업에 쫓겨서 제대로 해본적이 없습니다. 사진과 글을 이리 올려주시니 대리 만족되는 느낌입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qrwerq님 감사합니다! 더욱 더 대리만족이 되도록 열심히 포스팅하겠습니다~
여행기 재밌어요 ㅎㅎㅎ 자주놀러오겠습니다 ~
시베리아 횡단 철도라니~~ 로망을 실현하는 분들이 있다니깐요. ^^
잘 보고 갑니다.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어요. ㅎㅎ
Interesting
I will follow you to see your future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