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상처에서 벗어나 나 자신이 되기까지
어린 아이가 세상에 나온 후 그 아이는 부모와 주변 어른들, 몇몇 또래 친구들로 구성된 세계로 둘러싸여 살게 된다. 세상이 아무리 넓고 역동적이어도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둘러싼 작은 세계가 이 세상의 전부이다. 아이가 사는 세계 속에서 아이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그 세계가 아이에게 우호적인지 아닌지는 그 아이가 커서 형성하게 될 인생관과 세계관의 주요 재료가 된다.
많은 부모들은 아직도 아이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고 믿고 있다. 교육을 통해 아이를 부모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믿고 있다는 뜻이다.
세상에는 주류라는 것이 있다. 세상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성공한 기업가, 정치인, 교육계 사람 등이 주류의 가치관과 사고 관념을 만든다. 사람들은 그들이 중요시하게 여기는 것,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정답이라고 믿는다. 그들을 따라 함으로써 자신들도 그들과 비슷한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강하게 믿는 사람들일수록, 부모가 되었을 때 자기 자식에게 못할 짓을 하게 된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식들의 타고난 본성을 꺾고, 겉으로 드러난 것들이라도 성공한 주류와 비슷하게 꾸며놓기 위해 애를 쓴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운동 신경이 타고난 사람들이다. 디자인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은 미적 감각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학습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우리가 교육이라고 믿는 것들 대부분은 실은 특정 분야의 재능과 자질을 타고난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의 잠재력을 빠른 시간 내에 더 효과적으로 발휘하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훈련시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연히 그런 능력들을 타고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교육이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그 효과가 나타나는 교육을 받는, 타고난 재능이 없는 아이들에겐 그런 교육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곧 드러나게 된다. 그러면 부모들은 애가 타기 시작하며 아이가 잘못되었다는 쪽으로 밀어 부치기 시작한다. 자기 아이가 어떤 재능을 타고 났는지, 혹은 어떤 성향과 취향을 타고 났는지에 대해 진지한 관찰 없이 그저 부모 스스로가 원하는 분야에서 아이가 능력을 발휘하길 바라니까. 그 분야에 별다른 재능을 타고 나지 않은 아이들은 그 때부터 죄인이 되고 무능한 사람이 되기 시작한다.
아이가 특정 능력을 타고 났어도, 타고난 정도에 있어 당연히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또한 세상의 여건에 따라 그런 능력에 대한 쓸모가 능력마다 다를 수 있다. 평소 사람들을 실없이 웃기고 헛소리만 해대는 사람 중 특별히 더 유능한 능력을 타고 나고 더욱 오랫동안 그런 재능을 갈고 닦은 사람은 개그맨이 된다. 그러나 그런 재능을 타고 났으나 극소수 재능자를 뽑는 개그맨에 뽑힐 정도가 아닌 사람은 부모로부터 정신 없는 아이, 쓸데 없는 거나 좋아하는 아이 취급을 받기 일쑤다. 부모의 눈에 보기엔 이도 저도 않은 재능이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공부나 열심히 하는 것 혹은 다른 능력을 갈고 닦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어째서 공부는 갈고 닦으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운동이나 미술은 타고 나야 한다고 말하면서, 공부는 노력하면 모두가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 매끈한 몸매를 가진 요가 강사들이 뚱뚱한 몸을 타고난 사람들에게 노력하면 자신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은 어떻게 들리는가. 노력이 부족해서 공부든 운동이든 예술이든 특정 분야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거라는 인식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정신적 폭력에 해당한다.
능력 뿐만이 아니다. 성격이나 취향 같은 것도 상당 부분 타고나는 것에 의해 결정 된다. 물론 살면서 여러 자극과 사건에 의해 바뀌기도 하지만, 교육으로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은 아이의 성격과 취향을 아이 스스로 숨기는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철저히 자기 자신을 스스로에게도 숨기며 산 아이는 언젠가 어른이 되어 한참의 시간동안 인생을 낭비한 후 본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방법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이 세상에는 뚜렷한 성공을 할만한 재능이 없이 태어난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각자가 타고난 재능과 취향, 성격들이 있지만, 그것으로 일정 수준의 빛을 보기에는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을 구성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모든 교육은 어떻게 하면 '성공'을 할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대가 조금씩 바뀌어 공부만 강요하던 과거에서 변화하고 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요리를 좋아하고 요리에 일정한 재능을 보이는 아이에게 부모는 그렇다면 요리로 '성공'을 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성공 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생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위치에 갈 수 있을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체 미래에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평생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모든 분야는 흥망성쇄를 거듭하며 세상의 흐름과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 (물론 시간이 흐른 후에 거 봐 내 말이 맞았지, 하고 말하는 사람은 수없이 존재해 왔지만.) 게다가 특정 분야에서 심지어 탑의 위치에 있던 사람도 여러가지 변수로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체 건강한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대신 평생 비정규직으로 산다면 그 인생은 무척이나 불행한 것인가?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서 평생을 정규직으로 살 수 있는 직업이 단 한 개라도 있는가?
노력은 좋은 것이지만 노력이 타고난 것을 뛰어넘을 정도가 아닌 경우가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다. 인생은 그저 시도만 할 뿐, 결과는 주어지는 것 뿐이다. 주어지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와 같은 결과를 피드백 삼아 그 다음 시도의 방향을 바꾸면 된다.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극소수 부와 재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닌 바에야. 그런데 그렇게 타고나지 않은 것을 어쩌랴.
세상은 늘 개인의 편이 아니다. 세상은 일개 개인이 없어도 잘 돌아간다. 세상의 입장에서 이 세상에 대체 불가능한 개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도 그 사람이 죽은 후 일시적인 무질서는 생기겠지만 세상은 다시 곧 제자리를 찾아 돌아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잊는다.
이것이 현실일진데, 부모라도 아이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의 욕망을 대리 실현해줄 사람은 아이가 아니다. 자신들의 욕망은 스스로 채워야 하며, 채우지 못했다면 계속 노력을 하든지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의 선택지만 있을 뿐이다.
세상에는 교육의 폭력을 통해 상처를 입고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기 자신으로 살지 않기에, 그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도 놓치고 시도할 엄두도 못해본 채 삶을 낭비한다. 시기와 기회를 모두 놓치고 난 후에는 자기 자신으로 짧게 살았던 어린 시절의 정신 상태로 돌아가 점점 심리적으로 이상해지는 자신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된다.
20세기 이전, 많은 나라들에서 교육은 민중들이 자신의 현 상황을 받아 들이고 국가를 위해 생산업에 종사하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위한 방침으로 행해졌다. 20세기에는 빠르게 발전하는 세계 속에서 각 나라가 어떻게 하면 다른 나라를 이길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이 이루어졌다.
지금 시대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대체 개개인에게 무슨 교육을 왜, 어떤 이유로 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묻기 시작하는 때다. 부모 역시 자신의 아이를 위해,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바로 :
아이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아이는 어떤 교육을 왜 받아야 하는가?
아이가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이다.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영문판 캘리의 식탁입니다.
https://steemit.com/art/@mmcartoon/comics-kally-s-kitchen-egg-avocado-salad
만화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스팀잇을 통해 등단하시는것도 좋아보이네요
감사합니다. 허나 그 정도는;
엄마로써 교육폭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음.. 아이를 아직 낳지는 않았지만 저도 요즘 이런점들이 대해 생각도 많이 해보고 남편하고 상의도 많아 하게되는거 같아요 참 교육이란 어렵습니다 ㅠㅠ 어떤 방향으로 아이를 가르쳐야할지요 ㅠㅠ
지금처럼 시대가 변혁기에는 많이들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ㅎ
현실적으로 "금전" 이나 "진로"로 인해서 제3자의 입장에서야 애들 하고 싶은거 해줘! 해도 막상 자기 자식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ㅠㅠㅠ
그런데 사실 모든 것은 부모가 자식을 교육으로 미래를 정해줄 수 있다는 잘못된 확신에서 오는 것 같아요. 결국 사람마다 또 다르겠지요.
그 고민을 글로 써주셔서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ㅎ좋은 하루 되세요!
@rextoys 님 글에 많은 부분 공감하게 되네요.
저도 아이가 생기면서 부터 교육이 필요한지 어떤 교육을 해야하는지 내가 뭘 교육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인지.. 생각을 하게되었어요. 저희 세대만 해도 말만 잘 들어도 콩고물이 떨어지는 그남아 운이 좋은 세대였고 교육과 환경적인 울타리로 크고 작은 상처가 있어도 그대로 살아라 극복해라 그랬지만,,, 그런 것을 물려줄 필요도 이유도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아이가 아홉살이고 정기적으로 육아서를 읽으면서 사심을 아이에게 쏟지 않으려고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지금 하나 마음 속에 두고 있는 제 1 원칙은 "내가 잘 하면 된다." 예요.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그 것을 일단 제가 성실하게 잘 하면 된다.... 그런데 어려웁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실 가치관과 세계관, 인생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다분히 타고난 것을 노력으로 극복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보는 주의입니다. 결과는 노력과 재능 뿐 아니라 운도 많이 작용한다고 보구요. 우리 사회는 너무 성과주의를 들이대며 안되는 것은 노력 부족이라고 몰아부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핵심을 찌르는 문장입니다. 너무 공감되는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네요. @홍보해
우리사회는 너무 노력을 강조하는 피로사회가 되어 버렸죠ㅠ
올리신 그림 느낌이 좋아 들어왔다가 글 보고 여러 생각하고 갑니다. 좋은 아빠가 돼야 할텐데요.
좋은 아빠가 되실 수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