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30. 내 친구 윈딕시 by 케이트 디카밀로 - 가고 싶어하는 것을 붙잡아둘 방법은 없단다
낯선 곳에서 만난 친구, 윈-딕시
종종 개를 키우는 주인공이 나오는 책은 읽었지만, 이 책은 아예 개가 주연급 조연이다. 제목에도 나와 있는 ‘Winn-Dixie(윈-딕시)’가 바로 개 이름이다. 개 이름치곤 꽤 특이한데, 이 책의 주인공 소녀 ‘오팔’이 붙여준 이름이다.
엄마는 어릴 적 집을 나가 버렸고, 목사인 아빠와 함께 낯선 동네로 막 이사를 온 어린 소녀 오팔. 엄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날 사랑하긴 했을까, 왜 날 놔두고 떠나버린 걸까? 오팔은 늘 엄마에 대한 궁금증이 크지만 아빠는 그녀의 질문에 잘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아빠를 따라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자 자기 주변엔 친한 친구, 익숙한 길, 늘 다니던 가게 등 어느 것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적어도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소녀의 울적함과 외로움을 달래준 것이 바로 우연히 발견한 유기견 ‘윈-딕시’였다. 윈-딕시를 처음 만난 건 슈퍼마켓 안이었다. 슈퍼마켓 매니저는 가게 안에 들어온 커다란 유기견을 내쫒으려던 참이었다. 그 모습을 본 오팔은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 자기가 그 개의 주인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덩치도 크고, 냄새 나는 더러운 유기견이었지만 오팔은 이상하게도 그 개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오팔은 이렇게 멋진 친구를 만나게 해준 슈퍼마켓 이름을 따서 즉석에서 ‘윈-딕시’라고 이름을 지어준다.
출처: 여기
조지아 주 Kingsland에 있는 윈딕시 슈퍼마켓 사진.
외로움을 현명하게 이겨나가는 방법
다만 애완동물이 하나 생겼기 때문에 외로움이 덜해졌던 건 아니었다. 그 해 여름, 소녀가 멋진 친구들을 새로 만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고, 엄마의 빈자리를 현명하게 메워가는 것도 모두 윈-딕시 덕분이었으니까. 개 한 마리를 통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는 직접 읽고 확인해보시길. ^^
난 원래 애완동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 개나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정말로 개가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혹은 그 이상이) 되어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어가 별로 어렵진 않다. 기본적인 문법과 독해 실력이 있는 분이라면 처음 도전하는 영어 소설로도 제격일 듯하다. 또한 개를 좋아하시는 분들, 잔잔한 성장스토리를 원하시는 분들께도 이 책을 권한다. 물론 뉴베리 수상작이니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우리말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마디
1.
“I found a dog,” I told him. “And I want to keep him.”
”No dogs,” the preacher said. “We’ve talked about this before. You don’t need a dog.”
”I know it,” I said. “I know I don’t need a dog. But this dog needs. Me.”“개를 한 마리 발견했어요.” 아빠에게 말했다. “내가 키우고 싶어요.”
“개는 안 돼.” 아빠가 말했다. “전에 얘기했던 거잖니. 넌 개가 필요없어.”
“저도 알아요.” 내가 말했다. “저도 개가 필요 없다는 거 잘 알아요. 그런데, 이 개가 필요로해요. 나를요.”
2.
Just about everything that happened to me that summer happened because of Winn-Dixie.
그 해 여름 일어났던 거의 모든 일들은 다 윈딕시 덕분이었다.
3.
Sometimes, it seemed like everybody in the world was lonely. I thought about my mama. Thinking about her was the same as the hole you keep on feeling with your tongue after you lose a tooth. Time after time, my mind kept going to that empty spot, the spot where I felt like she should be.
때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외로운 것처럼 보인다. 난 엄마에 대해 생각했다. 엄마를 생각하는 건 마치 이가 빠진 자리를 혀로 밀어보는 거랑 같았다. 계속해서 내 마음은 엄마가 있어야 할 그 곳, 그 빈 자리에서 서성였다.
4.
There ain’t no way you can hold on to something that wants to go, you understand? You can only love what you got while you got it.
가고 싶어하는 것을 붙잡아둘 수 있는 방법은 없단다. 알겠니? 다만 네 옆에 있는 동안만 사랑할 수 있을 뿐이야.
한국어판 제목: 내 친구 윈딕시
원서 제목: Because of Winn Dixie
저자: Kate Dicamillo (케이트 디카밀로)
출판사: 시공주니어
특이사항: 뉴베리 수상작. 영화화 됐음
Disclaimer) 본문에 실린 인용은 제가 직접 번역한 것으로, 한국에 출간된 번역본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책을 영어 원서로 읽고 있기 때문에 한국 출간본에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책을 소개하기 위해 전반부의 줄거리만 일부 제공될 뿐 본 독후감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독후감] 지난 독후감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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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know it,” I said. “I know I don’t need a dog. But this dog needs. Me.”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것(또는 존재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
아빠가 더 많이 놀아주길 바라는 아이들의 보챔이 오버랩됩니다...
자고 일어나면, 어린이 날인데... 선물이랍시고 하나 사주고 놀아라고 방치하면 안되겠단 생각이 드네요...함께 재미있게 노는게 가장 좋은 선물일 듯 하네요.
덕분에 좋은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 브리님 감사합니다. ^^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보챈다니, 아빠가 아주 재미나게 놀아주시나 보네요.
쟈니님은 좋은 아빠임이 분명합니다. :)
들렸다가요
반갑습니다.
출근길 좋은 글 읽고 갑니다.좋은 하루 보내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책 속 인상깊은 문구들 잘 보고 갑니다!
제가 고른 책 속 문구를 함께 공감해주실 때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
안그래도 개 키우고 싶은걸 참고 있는데...이 책보고 충동입양할까 무서움ㅋㅋㅋ
솔직히 말하세요. 충동입양할까 무서운 게 아니라, 책 읽기가 겁나는 거죠? ㅎㅎㅎ
이 개가 나를 필요해요 라는 말이 와닿네요^^
책읽으면 정말 집에 입양할지도 모르겠어요 브리님 ㅎㅎ
책 읽어보세요. 저는 잘 참았답니다. ㅎㅎㅎ
책 읽는분들 부러워요^^*
동물영화 한편보면 그 여운이 한 3일
정도 갑니다...
유별나게 동물을 좋아해서
강쥐 표정만 바도 기분 좋을때가 있어요 ㅎ
그러시군요. 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런 책 볼 때마다 애완동물 키우시는 분들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흔히 사람은 내 빈자리를 채우려고 하죠.
그 안에 무언가를 다 집어넣어보기도 하구요.
근데, 그 빈자리는 그리 쉽게 채워지는게 아니더라구요.^^;
없기 때문에, 내 옆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더 커진다는 아이러니.
그건 쉽게 채울 수 없죠.
아 뽑아주신 몇 마디가 너무 좋네요. ^^
강아지가 줄 수 있는 감동과 책이 줄 수 있는 감동이 같이 있는 거 같아요.ㅎ 구매욕구가 솔솔...
훌륭한 아이들 책에 주는 뉴베리상을 수상한 책이에요. 아이들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참 좋았어요.
원문으로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 반려동물이 누군가에겐 친구, 가족 이상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걸 책으로 또 느껴보고 싶네요 :) 많이 느끼고 배울게 많을것 같아요 :)
원문으로도 도전해보시고, 영화로도 나와 있으니 영화도 한번 보시면 좋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