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풍경

in #kr-diary2 months ago

 귀에서 소리가 났다. 평소라면 절대 병원에 가지 않았겠지만, 최근 불편한 곳이 있으면 곧바로 병원을 찾겠다고 주변 사람들과 약속했기 때문에 이비인후과에 갔다. 52명이나 대기 중이었고 사방에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 옆에 앉은 사람은 콜록거리다가 상체 전체를 흔들며 시원하게 재채기를 했다.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 다음에 내 옆에 앉은 사람은 끊임없이 훌쩍거렸다. 당연히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마구 비난을 퍼붓던 2021년의 대한민국이 생각나서 재밌었다.
 대기 중인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려 겨우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는 귀 안을 2초 가량 보더니 다음 2초만에 머리카락을 끄집어냈다. 자리에 앉고 일어서는 시간까지 넉넉하게 8초만에 끝이 났던 것 같다.
 집에 돌아오며 굳이 갈 필요 없는 가벼운 증상에 괜히 병원을 찾았다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그렇게 증상의 경중을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나는 다른 모든 증상도 또 가볍게 볼 게 뻔하기 때문에 계속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8초라면 의료 서비스 품질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겠지. 건강보험 재정에는 악영향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