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관종이다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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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스로는 은둔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고 믿었다. 분명 활개치고 다니던 때도 있었지만, 어느새 체력과 열정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이제는 굳이 나서지 않는 편에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오히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뭘 위해 그렇게 달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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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유명세가 편리한 걸 넘어 자랑스러운 적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사람들 입에까지 오르내리고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기면서 눈에 띄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학창시절엔 일명 모두의 친구였던 내가, 나이가 들면서는 아무하고나 연을 맺지 않는 비싸고 특별한 사람인 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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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숨기는 게 미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두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는 마당에 빙하와 오로라를 보러 다니는 이야기를 감히 할 수 없었다. 부럽다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마음이 불편했다. 팔자좋은 금수저라며 나를 비아냥대던 동창도 있었다. 내가 행복하면 누군가는 불행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나와 나의 행복을 숨기고 힘든 이야기나 늘어놓게 되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정말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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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을 막 시작했을 때, 악몽을 꾼 적이 있다. 지인 하나가 사진을 포함한 나의 모든 신상명세와 연애사, 가정사를 스팀잇에 올린 것이다. 그녀는 경악한 내게, 삭제하면 되는 것을 뭐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말했다. 그런 꿈을 꿀만큼 ‘나의 정체’ 가 이곳에 알려지는 것이 싫고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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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정말 없고, 나 역시 숨기고 말고 할 정체거리가 별로 없다. 우습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떨떠름하다. 어떻게든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살고 싶은데, 그게 타인과 전혀 상관이 없을 때가 있고 타인이 꼭 필요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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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게된 강사님 한 분이 SNS 관종 욕할 것 없다며, 우리 모두는 관종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찰나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나는 관심받는 것이 부담스러워 SNS 를 하지 않거나 그만두었다고 반박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 관심이 필요없는 사람일까. 반박도 결국은 나의 다름을 인정받기 위한 것이지 않은가. 음지가 편하다고, 존재가 드러나는 게 껄끄럽다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결국 때와 장소, 방법이 다를 뿐. 누구나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법이다. 연애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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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못하게도, 나의 이름과 얼굴을 알려야 하는 일이 생겼다. 특히나 감도 잃고 자신도 떨어진 분야의 전문가로 나를 내세워야해서 부담감과 난처함, 부끄러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더이상 숨고 싶지 않다. 부끄럽고 자신없다고 접고 또 접다보면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것이다. 구겨지고 찢어졌어도 다시 조심조심 펼쳐보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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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에서도 그렇다. 이곳에서 솔직한 나의 감정과 개인사를 드러내기 위해선 익명성이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한다고 믿었다. 거기엔 내가 이중생활(?)을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현실에서,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면모를 여기서는 내비친다거나. 근데 그것도 나요, 이것도 나지 않은가. 사람들 시선이나 구설수에 오르는 게 두려워 뭐 하나 감추기 시작하면 내 삶에 제약이 생기고 만다. 알아달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숨지도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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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 본 국가자격증 시험은 감사히 잘 보았고 약 두달 뒤 면접이 남았다. 추석이 지나면 약 8개월만에 소중한 사람을 만난다. 그 뒤엔 아마도 요리와 여행에 관한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새벽 3시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한줄기 빛은 가능성이며, 암흑 속에 갖는 것이야말로 희망이라던 친구의 말이 오래 남는다. 깊은 고민을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든다. 일기만 쓸 것이 아니었다. 바닥말고 하늘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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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을 떠나지 않았다. 이곳에 글을 쓰던 시간에 다른 일을 했고 다행히 즐거웠다. 자리를 비운 사이 남겨주신 댓글이, 늦었지만 참 반갑고 감사하다. 나를 기억하고 내가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이곳을 말없이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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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휠드님!! 기다리느라 눈이 빠질 뻔했어요. 그럴거라 생각했어요. 이곳에서 안 보이는 동안엔, 더 분주하고 충실하게 나를 위한 삶을, 미래를 위한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요.
이곳에 글을 쓰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요. 저 역시 자리를 비울 땐 더 가치있고 소중한 무언가를 하고 있었거든요. 하시는 일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거지요? 잘 됐어요!^^

봄들판님의 모습이, 이름이 알려지든 감춰지든 봄들님의 귀함은 훼손되거나 달라지지 않지요. 어떤 모습이든 응원하고 지켜보겠습니다!ㅎ

가끔 보육원 밋업 간 얘길하시는 다른 이웃의 포스팅을 보고 아, 봄들님은 잘 계시구나, 하고 생각했어요ㅎ
요리와 여행에 관한 일,,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봄들님이 가장 사랑하고 또 아프기도 했던 일들이라, 듣기만 해도 참 좋습니다. 언젠가 나를 아프게 하는 그 일도 비젼일 수 있다는 말씀을 들은 적 있거든요.

날아오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이, 더 멋지게요! ^^ 명절 잘 보내세요!

우와. 이리 빨리 와주시다니! 쏠메님 반가워요 엉엉.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너무 오래 두더지처럼 쉬다가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 새로 시작하려니 걱정이 많긴 하지만 결과야 어떻든 과정 안에 배움도 기회도 있겠구나 싶어요. 늘 한발 늦게 깨닫긴 하지만 허투로 주어지는 일은 없는것도 같고요. 감추고 접어놓았던 거 한겹한겹 펼쳐 날아올라야지요!
쏠메님께 늘 고마워요. 즐거운 명절되세요!! :)

<이름이 알려지든 감춰지든 봄들님의 귀함은 훼손되거나 달라지지 않지요>

옳소!!!

한가위에 메가문이 뜨겠지요?
메가문이 뜨면 메가님을 떠올리겠어요ㅎ
메가님은 요새 왜케 글이 뜸하세요!!
더 중요한 일 하고 계시는거죠?^^
명절 잘 보내세요!!

네 ㅎㅎ 한량으로 바삐 지내고 있어요 ㅎㅎㅎ 마음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내가 행복하면 누군가는 불행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

이 말이 특히 와닿네요...

당신은 언제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든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사람입니다..!!타타타! (스타의 스타)

3번까지 읽으셨군요... 쏠메님 댓글 복붙 한거 아니죠... 우리사랑..?

<3번까지 읽으셨군요...>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들님~!! ㅎㅎㅎ 올줄 알았어요.
사실 마니님 포스팅에서 몸을(!) 뵀기 때문에 멀리 떠나계시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마니님 덕분에 야야님과 봄들님 몸(?)이라도 보게 돼서 좋아요. ㅎㅎㅎ)

브리님!! 저도 뒤늦게 그 포스팅에 나온 제 몸(!)을 보고 깜짝놀랐어요 ㅎㅎㅎ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정신도 번쩍들었는데 왜 하필 추석연휴인지 ㅎㅎㅎ 오랜만에 와도 여전히 자릴 지켜주고 계시는 브리님을 보니 정말 반갑고 왠지 안심이예요 :)

스필님~ 돌아와주셔서 참 기쁘고 감사해요 :)
마음 나누던 이웃들이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죠-
요즘같은 시기에 스팀잇을 한다는 건 사실 코인을 넘어 그 외에 의미를 부여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마지막 문장 블록체인에 박제된 거 아시죠? ㅋㅋㅋ

송블리님!! 언제봐도 반가운 핑크색 프사예요 :) 오랜만이라도 이리 다시 올 수 있는 것도 역시 정든 이웃들이 자릴 지켜준 덕분이겠죠. 고마워요! 물론 이래놓고 또 정신이 팔려 한달 후에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ㅎㅎㅎ 스팀가격 안 본지 오래됐는데 여전히 불효중이군요 ;ㅁ; 봄날도 얼른 돌아와야할텐데 ;ㅁ;

면접이 남았군요. 잘하실 거에요. :) 늘 언제나처럼요. ^^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신듯하여 맘이 좋네요. 잘 지내고 계실것이라고 믿고 있었어요.
건강도 잘 챙기시고요. 소중하신 분들도 잘 만나시고 새로 시작하시는 일도 잘 되시기를 두 손 모읍니다.
추석 명절도 잘 보내세요. ^^

해피써클님!! 다른 분들 댓글에서 뵈어도 잘 계시는구나, 혼자 반가워하고 있다가 제가 이렇게 뜸하게 되어 해피써클님의 환영 :) 을 받으니 두배로 반갑네요. 유독 이곳에 저의 어둡고 아픈 곳을 비추었어요. 도망가 하소연하는 곳이 여기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여전히 그런 우울감은 제 안에 있을테지만, 이곳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털어내는 방향으로 가볼까봐요. 해피써클님, 제가 늘 마음으로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우리 모두 건강하기로 해요! 몸도 마음도 :)

으히히히 반가워 해주시니 저도 느므 좋습니다~
저도 익명을 빌어 이곳에 하소연을 많이 한 거 같아요. 그렇게 좌충우돌 아파하고 성장하고 뭐 그런거면 좋겠어요. ㅎㅎ 스프링필드님 마음으로의 응원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우리 되어요. ^^

스필님 한결 좋아진 소식이어서 반갑고 기분 좋습니다. :))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D

마슐랭님! 오랜만인데 이리 와주셔서 저야말로 반가워요! :) 아직 베트남에 계신가요? 그곳에서도 명절기분 내며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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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관심 받기 싫어하는데 스팀잇을 하는거 보면 또 아닌거 같아요.
우리 모두 관종이다라는 말이 맞는거 같긴하네요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제 경우엔 애초부터 관심이 싫었던 건 아니더라구요. 주목과 간섭에서 벗어나 제 마음껏 살고 싶었나봐요. @noisysky 님 말씀처럼 이곳에 글쓰는 이상 관심이 필요없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 행복한 추석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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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었어요 스프링필드님. 좋은 소식과 함께 돌아오셔서 기쁩니다!

써니님!! 잘 지내고 계셨죠!! 진짜 좋은 소식을 들고 오고 싶네요 :)
한국은 벌써 추석연휴네요. 써니님도 함께 즐겁고 풍성한 추석 보내셔요! :)

<메가님!!>

이거 저만 못 찾은건가요...

ㅋㅋㅋㅋㅋㅋ 메가님이라고 불러본 게 언제인지.. 내겐 너무 특별한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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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알님!! 이러기도 애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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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님, 감정을 어떻게 이렇게 단어로 잘 풀어내시는지ㅎㅎ 제가 주춤하는 이유도 이 글에 있어서 공감했고요. 남들이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일 수 있겠지만...ㅎ 하시는 일 모두 잘되시길 바라고, 추석 연휴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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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도뤼 고마워요~! :-)

경아님!! 지난 글에 달아주신 반가운 댓글에 뒤늦게 답장을 하려는데 그새 와주셨군요!! :) 남들이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건, 어쩌면 아무렇지 않아보이려는 우리의 노력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한편,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내가 그들 눈에는 분명히 존재하고요. 경아님도 제게는 뚜렷해요. 하시는 일 모두 잘되실 거예요 :) 그리고 해피추석이요!! ㅎㅎㅎ

스프링님 잠수 다 하셨어요? ㅎㅎ
그냥 틈틈이 또 다른 나의 시간을 담는다... 편히 생각하세요.^^
반가워요~^^

으아닛!! 주노님이 저한테 잠수 다했냐는 말씀을 하시는 날이 오다니!! 너무 반갑잖아요ㅎㅎㅎ 말씀대로 편하고 가볍게 생각해야겠어요 :) 깊어지되 무거워지지는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