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어울렸던 전시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

in #kr-pen7 years ago (edited)

어떻게 지나간 지 모를 4월, 그리고 찾아온 5월.
흩날리는 벚꽃처럼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워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싶었지만 결국 이렇게 또 약 한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다행히 시기적절히 내려준 봄 비와 그에 맞게 제 마음에 들어온 그림들이 좋아 이곳 앞에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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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던 어제, 무얼할까 오래 고민하지 않고 그림 전시하나를 보고 왔어요.

미국의 현대미술작가 알렉스 카츠.

그는 현대작가이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50년대 인물초상을 중심으로 작품을 이어나간 매력적인 작가입니다.

외출을 준비하며 노트북으로 듣던 노래 이곳에 올려봅니다. 그림과 어울렸으면 하는 마음도 살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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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딱 그만큼의 것들을 느끼고 왔던 것 같아요. 전시를 볼 때 그 사람의 작품과 더불어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알렉스 카츠 그는 아직 현존하는 작가라 그런지 많은 글이 없었어요. 그의 철학에 푹 빠지고픈 마음이었는데 신비롭게도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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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드로잉하는 작가 알렉스 카츠.
단순한 듯 섬세하게 그려낸 것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의 사랑이 느껴지는 듯 해요. 그림 속 인물들을 향한 그의 애정이 연필과 붓 끝에 녹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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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한 무용수를 오래, 깊게 그려낸 알렉스 카츠.
현대미술같지만 고전적인 것들이 담겨있는 그의 그림에는 오묘한 어떤 것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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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광고를 보고 깊게 영감을 받은 그의 그림.
검정속옷을 입은 여인들을 보고있노라면 절제된 야함, 단단하고 굳센 느낌을 받았어요. 그만의 붓터치가 빛을 발하는 몇가지의 것들이 인상깊었는데, 이는 그 중의 하나 입니다.

저는 전반적으로 그의 그림을 보며 강한 절제를 느꼈습니다. 그것이 그가 표현하려했던 것이 맞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딱딱한 듯 부드러운 색채와 그 느낌이 마음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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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트랜드(소위 힙하다고 말하는)와 아주 잘 어울리는 전시 구성과 감각적인 그의 그림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아한 미소와 고급스러운 귀걸이, 그리고 아주 매력적인 헤어까지 딱 제스타일의 그녀를 그림에서 발견했어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꽤 오래 바라보았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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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은 우아함의 상징이라고 불릴만큼 우아한 여인들을 많이 그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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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의 글에서 그는 한 사람의 아티스트가 되는 일은 신비한 것이라, 천재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말했습니다. 전시의 끝을 향해갈 때쯤 그는 창의성과 애정으로 똘똘 뭉친 평범한 아티스트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 묻어있는 인물에 대한 애정과 그만의 뛰어난 감각이 그를 특별한 아티스트로 만들었다는 것 또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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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아주 많지는 않아요.
적당히 걸으며 적당히 그의 초상을 마주하며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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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매혹적이었던 그림.
하얗고 부드러워보이는 그녀의 머릿결을 한참 들여다 보았습니다. 사랑이 없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깊은 평안과 부드러움이 그림 전체를 감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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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며 늙어갈 수 있다는 것 만큼 더한 축복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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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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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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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바라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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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이 할머니는 그의 뮤즈 아다입니다.
그녀와 결혼한 후 250점이 넘는 그림을 그린 알렉스 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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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지 않은 패션을 활용한 예술.
현재성을 가지는 예술.
이것이 그의 철학임을 마지막에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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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끝에는 작은 샵이 있는데요, 감각적인 그림은 역시 감각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나봅니다.

전시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딱 그의 글과 같았던 전시.
제목처럼 내리는 비와 어울렸던 전시였습니다. 잔잔하면서 신비롭고 약간의 새로움을 선사하는.


전시는 7월까지 계속된다고 합니다.
롯데뮤지엄 (잠실 롯데타워에 위치) -7F


또 다시 시작될 삶과 이제 곧 마무리 될 한국에서의 삶이 다소 두렵게 느껴지지만, 새롭게 얻은 에너지를 가지고 또 한 주를 살아가 봅니다. 드문 드문 올리는 글이지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 응원과 애정 :) )

C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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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전시회 구석구석 야무지게 보셨네요^^ 채은님 외국 나가시나요? 한국에서의 삶을 마무리하신다기에.

글을 쓰며 더 야무지게 돌아보았습니다 :)
넵 8월에 독일로 갑니다
너무 거창한 표현을 쓴 듯 하네요.. 언젠간 돌아올텐데 말입니닷ㅋㅋ

어쩐지 같은 얼굴이다 했는데, 그의 뮤즈군요! 저 요즘 인물 그리는게 너무 재밌는데, 아주 요긴하게(?) 잘 봣습니다 ㅎㅎㅎ

요즘 그림을 그리시나요~~~우왓 올려주세요 :):)

그래도 지구를 떠나시는 건 아니군요 새로운 곳에서 건강히 잘 지내시길 미리 기원합니다.

ㅎㅎㅎ 창의력이 송송 , 감사합니다. 황송합니다!

희끗한 머리의 여성을 보며, 가까운 누군가를 :) 떠올렸는데, 그의 뮤즈이자 아내였군요. 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일도, 아티스트가 되는 것도 근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정과 감각.... 예술 뿐 아니라 사랑, 아니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두려워도 나아가는 용기가 코코님과 함께하기를... 응원합니다.

스프링님의 글에서

결국 사랑

사랑예찬론(사랑이 최고라는 문구를 보고, 스스로 제목을 붙여봅니다)을 보곤 다소 격하게 공감했어요 역시 낭만가!
예술을 하는 사람이지만 누군가의 애틋한 뮤즈가 되고픈 바람은 항상 마음 안에.... ㅎㅎㅎ

응원에 감사해욧. 용기가 불끈.. :):)

오랜만에 글을 써주셔서 넘 좋네요 봄님처럼 한번씩 계속 생각났었는데 ^^ 돌아오심 좋겠다~~ 하면서 ㅎ
댓글 넘 늦게 써서 죄송하구요.ㅠㅠ 사정이 좀 있어서리 스팀잇을 잘 못하고 있는데..리스팀까지 해놓고 더는 늦으면 안되겠기에
가끔씩이라도 글 써주세요 ^^ 좋아라 하면서 찾아가겠습니다.
8월부터 또 새로운 삶이 시작되시나 보네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정말 반가워요 코코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