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공존한다는 것 #2
또 잠시 글을 쉬면서, 함께 사는 고양이들을 더 많이 더 가까이 관찰하게 된 것 같다. 자주 쓸 수 있는 패턴이 가능할 때까지 참다가, 이제 글을 재개하기로.
오늘 떠오른 문제는 편애다. (아홉 마리의 고양이들과 사는) 나처럼 하나 이상의 동물과 공존하는 경우에는 언젠가 대두할 수 밖에 없는 주제가 아닐까 싶은데, 별다른 정리 없이 시간순으로만 늘어놓아도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될 것 같다.
나는 어릴 적부터 편애의 수혜자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 가족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이런 경우에는 본인이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제법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남들이 보는 것과 실상이 약간 다르거나, 아직 철이 덜 들어서 본인이 받는 편애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경우는 달랐다. 솔직히 내가 편애의 수혜자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 편애라는 것의 양상들, 그리고 그 이유들은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니 넘어가기로 하자.
중요한 것은 분명히 편애라고 부를 만한 것을 받긴 받았는데, 성인이 된 이래로 몇 년 동안 하나의 경험적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가 받은 편애는 진정 불공평한 그런 편애가 아니었다. 가령 나에 대한 부모님의 신뢰는 항상 가장 큰 것처럼 느껴졌지만, 당장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나에게 주어지지 않는 종류의 신뢰가 내 형제들에게 주어지고 있었다. 내겐 너무 쉽게 주어져서 달가워하지 않게 된 애정 표현들은 다른 형제에게 주어졌고, 진화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표현의 정도와 방식이 다 달랐을 뿐, 나름대로 자식들의 반응과 성향에 맞게 부모님의 애정이 주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몬티는 내 첫 고양이다. 첫 고양이에게만 줄 수 있는 애정이 있다. 데려오기 훨씬 전부터 내가 아끼던 강아지의 구박을 견뎌낸 아이이기도 해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내가 하는 행동도 다분히 '편애적'이다. 잠을 자는 방에는 몬티 외에는 절대로 데리고 들어가지 않는다거나, 안 보이면 찾는 경우가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거나.
나머지 아이들은 몬티의 부인 둘, 자식들 다섯, 그리고 입양아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아이들은 방에 데리고 들어가지도 않고, 집안에서 잠깐 안 보인다고 해서 굳이 찾는 일도 드물다. 하지만 같이 살아갈 수록 제각기의 매력이 있고, 나와의 사연들이 쌓인다. 사연들이라 해서 거창한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뭘 하다가 눈이 마주친다거나, 안 보여주던 표정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것으로 충분할 때도 있다.
내가 몬티에게 유별나게 행동하기는 하지만, 결국 모두 소중한 아이들이라는 얘기다. 처음 데려온 아이에 대한 각별함 정도로 설명이 되는 차이만이 존재한다. (게다가, 나와 방에 들어가면 재롱 피우면서 팔베개를 하고 잘 아이는 몬티가 유일하다.)
몬티의 부인들은 연상인데, 그 아이들을 데려온 경위에도 누군가의 편애라는 것이 역할을 했다. 아메리칸 숏헤어인 까뮤, 그리고 스코티쉬 스트레이트인 토니는 둘 다 다른 가정에서 한참 키우다가 데려온 아이들이다. 몬티를 생후 4개월 쯤에 데려왔는데, 부인이 필요한 것인지 엄마가 필요한 것인지 애매한 시기가 이어졌다. 그래서 가족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몇 마리 정도까지는 내가 다 키울 생각이었고, 결국 그렇게 되었다.
두 부인들 중 먼저 데려온 까뮤는 예쁘게 생기고, 만일 몬티와 새끼를 낳는다면 스코티쉬로 '쳐주기' 때문에 데려왔다. 하지만 그런 이유에 앞서서 까뮤를 데리고 올 수 있었던 원천적인 이유는 까뮤의 원래 주인이 해외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다 갔는지, 정말 가긴 했는지는 솔직히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에게는 큰 개가 하나 있었고, 까뮤는 그 개만큼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던 당시였기에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먼저 받은 사진에서 까뮤 목에 하얀 실이 묶여져 있었다는 점, 그리고 데려온 까뮤의 귀에 작은 상처들이 있었다는 점을 보면, 원래의 가정에서 무의식적인 학대를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상처는 다른 친구의 고양이가 놀러와서 낸 것이라고 하는데, 그 말인즉슨 낯선 고양이끼리 그렇게 두고 방치했다는 얘기다.
또한 눈에는 반점이 생긴 상태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 까뮤는 주로 개 사료를 함께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당뇨가 의심될 정도로 빵빵한 배와 단백뇨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필요한 영양이 없으니까 양으로 승부하지 않았을까 추정해본다. 제대로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배가 가라앉으면서, 그 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조그만 고양이가 되었다. 눈에 생긴 반점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다행히 시력 이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예전에 개 사료를 먹던 기억 때문인지 까뮤는 유독 닭고기를 밝힌다.
결국 원 주인이 까뮤를 떠나 보내기로 결정하기까지의 진짜 편애, 그것이 까뮤를 내 집으로 오게 해주었다. 나는 몬티를 생각해서 까뮤를 데려온 것이니까, 나에게도 편애는 있었고 지금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까뮤는 '몬티와 공존한다는 것'의 일부이고, 따라서 떼어놓을 수 없다.
몬티는 엄마같은 신부가 궁금한지 잘 때 자꾸 찔러보곤 했다. 깨어나면 무서웠으니까...
까뮤가 무시하고 계속 자면, 시무룩해지던 몬티
몬티와 까뮤
몬티의 둘째 부인이자, 일곱 아이를 낳은 토니에 대해서는 동물과 공존한다는 것 #1에서 더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언급하고 넘어갈 것은 토니 역시 원 주인이 어떤 이유에선지 포기한 아이인데, 다른 고양이만은 계속 키울거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아니, 왜죠?라고 물었으나 별다른 답은 받지 못했다. 토니는 겁이 많고 소심한 편이다. 다른 아이를 괴롭혔을 것 같지는 않은데, 왜 혼자 다른 곳으로 보내기로 결심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좋게 생각하면 결국 그래서 토니가 내게 왔고, 원래 함께 살던 고양이보다는 우리 몬티와 잘 맞아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분양할 때는 언급이 없었지만) 토니의 원 주인이 훗날 말한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다른 고양이에 비해 까탈스럽고 말을 안 듣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집에서 특별히 말썽을 피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토니는 처음 내 집에 와서는 원래 있던 집을 그리면서 일 주일 간이나 울면서 지하실에 숨어 지냈다. 일 주일이 경과한 후에 처음으로 거실로 올라와서, 빗자루처럼 된 꼴로 눈치 보듯이 내 눈을 쳐다보던 순간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토니 역시, 몬티로 인해 몬티를 위해 데려온 아이이지만 '몬티와 공존한다는 것'의 중요한 일부이고, 다르게 표현하면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이다.
어린 신랑을 멍하니 보는 토니. 몬티는 어린 아이들이 흔히 그러하듯 혼자 놀면서도 계속 지켜봐주길 원했다.
일광욕을 하는 몬티, 까뮤, 토니. 새끼들이 태어나기 전 평화로운 오후.
편애처럼 보이는 것은 알고 보면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 표현은 다르더라도 다 사랑하고,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ㅋ
식구들이 많네요
실상은 잘 모르지만 상당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애들도 알겠죠
ㅎㅎ저 개인적으론 강아지 하나가 몸이 더 힘들었어요!
그러셨나요
그래도 제닥님 대단하시네요
가족수가 많으면 아무래도 일도신경도 그만큼 필요할텐데 다 보듬고 계시잖아요 ^^
ㅋㅋ그냥 집안 곳곳을 알아서 누비고 다녀요. 먹이는 양이나 치우는 양은 아무래도 많지만요. ㅋㅋㅋ
그래도 큰 깜지 먹는 양보다 적을거에요. ㅋㅋㅋ
캣방가움
캣반가워요!ㅋㅋㅋ
몬티가 부인 깨우는거 너무 귀엽당ㅋㅋㅋ
(근데 머가 무서운거야??)
에궁 토니랑 까뮤가 오기전에 그런일이 있었구나
젬형만나서 이제꽃길만 걷는중이겠네🌼🌸
까뮤 종 자체가 되게 튼튼하고 몬티는 아직 어렸어서...같이 놀면서도 까뮤가 좀 되게 짖궂었거든...다리 잡고 넘어뜨린다거나. 지금은 반대로 몬티가 가끔 쫓아가면 까뮤가 도망감ㅋ
저도 냥이 한마리 시작하고싶은데 자신이 없네요...늘 영상으로만 만족중입니다ㅠ
안녕하세요. 제 경우는 강아지 키우다가 사실 굉장히 편해서(?) 놀랬어요. 우리 애들은 좀 얌전하긴 하지만 영상 찍어 올려 보려구요. ㅎㅎㅎ
아아.. 까뮤 시력에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예요. ㅜㅜ
근데 자는 데 찔러보는거 너무 귀여운거 아닙니까? 😍
글고보니 마나마인 로고 빠트리신듯 해요.
그러게요...그래도 항상 개 사료만 먹은 건 아닌 것 같고...분양받을 때쯤엔 그 집에 남은 고양이 사료 있긴 한데 그냥 개 먹일거라고 하셨던 기억이;;;ㅋㅋㅋ
마나마인 로고가 있나요? 넘 오래 쉬어서 모르겠어요. ㅎㅎㅎ
하긴 같이 키우면 고양이가 개 사료를 못먹게 하긴 힘들겠네요.
이 이미지 주소 복사해서 쓰심 돼요.
사실 사료는 그냥 그때그때 있는거 먹은거 같고...고양이꺼 떨어져도 그냥 강아지꺼 먹게 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료보다는 흰 실에 묶여 있는 사진을 봐서...고양이가 좋아서 개 사료를 먹었다기보다는 주는대로 먹은게 아닐까 하는 ㅠ
이미지 ㄳㄳ해요. 또 오래 쉬었는데 엊그제 뵌 것 같네요. ㅎㅎㅎ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고양이가 강아지보다는 손이 덜가는것 같네요. 물론 강아지도 사람에 비하면 비교도 안되지만
오 오랜만입니다! 전 확실히 고양이가 수월해요. 일단 비올 때 산책 못 가고 그러면 저도 막 같이 불편하고 그랬거든요ㅠ
귀엽네용
ㅋㅋ ㄱㅅㄱㅅ해요
오랜만입니다! :)
이제 더 자주 오시는 거죠? (실상 저도 요새 글을 자주 못씁니다만.. -_-;;)
네 전보다 더 편하게 의식의 흐름으로 자주 쓸까 해요ㅋ 브리님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ㅎㅎ
이제 왔군요,,
근데 누구시종???
ㅋㅋ 읭? 누가 할 소릴 하시죵?!
ㅋㅋ 아무튼 반가워요
낮 씻으러~~~ 자주 오세요
핸드폰은 좀 궁금한데,,
요즘 바빠서 그냥 눈팅정도만.. 오랫만에 오셨으니
인사는 해야줭..
근데 누구신데... 이리 주절ㅈ절 내가 떠들징,,,, 칫!
오늘 바꾸러 갈려 했는데 모르겠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