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가]

in #kr-writing8 years ago

#[축가]



가만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어째 신부의 표정이 심상찮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주마등이라도 스쳐간 건지
고개를 숙인 채 부르르 떨며



애꿎은 입술을 깨물고
아등바등 울음을 참는다



저러다 뛰쳐나가는 건 아닌지
걱정돼 시선을 떼지 못하는데



엄마와 눈이 마주친 순간
결국 폭포처럼 쏟아버린다



식장은 눈물바다가 되고
난 어떻게 하나 우왕좌왕



하필 가사는 울지 말아요 그대
신부는 더 크게 울어버리는데



힐끔힐끔 눈치만 보다가
마이크를 내리고 살금살금



하객들은 무슨 일인가 웅성웅성
급히 쫓기는 사람처럼 빠져나와



대충 택시를 잡고
허겁지겁 집으로



며칠 뒤 들려온 소식
결국 파혼 했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