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노자 살인청부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 아수라나 신세계, 범죄도시, 낙원의 밤에 마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나오는 외국인 살인청부업자들의 존재는, 내 짧은 지식 상 허구다(그 범죄 대상이 내국인일 때로 한정한다. 외국인의 외국인에 대한 범죄는 어느 나라나 공권력의 사각지대며 심지어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첸의 엽기행각은 실제보다 더 축소되어 묘사되었다).
내가 다 아는 건 아니하지만 와이프가 러시아 사람이라 지난 몇 년 간 러시아 인들에 의해 행해진 강력 범죄를 여러 건 담당해보고, 또 활동했던 정치 단체가 보수 쪽이라 탈북자 쪽을 많이 지원하는데 어쩌다 보니 그 경로에서 조선족이나 화교에 의해 행해진 범죄도 담당해본 내 의견에 의하면 그렇다. 그리고 사실 이런 경험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살인청부업자들과 높은 사람들이 연관되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일단 의뢰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에 대한 살인을 의뢰하여 외국인 노동자에게 돈을 준다면, 그 사람 입장에서 돈을 받고 살인을 감행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 아니면 그 돈을 받고 도망가는 것이 합리적일까? 한국 같은 경우 가족도 있고 나중에 보복당할 우려도 상대적으로 높다지만 외국인은 그런 것도 아닌데. 특수부대의 군사 작전처럼 바로 도망갈 수 있는 헬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살인 같은 범죄는 현지 경찰과 사법 공조도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 반면, 그 돈은 어차피 어느 나라 법으로나 꿀꺽 해도 돌려 받을 수 없는 돈이고, 그 사람 국적에 따라 저 필리핀 북쪽 지대 섬이나 중국 신장 지구, 러시아 시베리아의 도시 어느 곳 등등 아무 데나 도망가도 요란하게만 살지 않으면 현지인들 도움 없으면 삼성 총수라고 해도 못 잡는다. 그 사람을 잡으려면 현지인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인데 현지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히 무리고, 내가 살인 사주했는데 돈 받고 튀었으니 잡아달라고 말하는 건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 또 다른 약점이나 잡히는 것인데 될 리가 없다. 물론 원래 살인청부를 하면 주겠다고 한 돈의 한 100배 정도 쓰면, 대한민국 모 정치인의 살인 청부금을 먹고 튄 사람에 대한 개인적 원한이 유출되지 않게 그 사람을 잡아올지도 모른다.
즉 이 경우 합리적 선택은 당연히 돈을 받고 튀는 것이다.
만약 일정금은 후불제이다. 그럼 외국인 살인청부업자 입장에서 살인 이후 그걸 준다고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 노동청에 불법체류 임금체불로 신고하는 돈도 안 주려고 도망다니는 사장들이 부지기수고, 그거 돈 안주기 위해 사전에 부리는 꼼수만 수십가지로 이미 외국인들도 한국에 오는 순간 돈 떼이는 이야기종류 수십가지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데, 심지어 살면서 살인을 해본 적도 없거나 끽 해봤자 내국에서 약자나 같은 범죄자들 상대로 해본 범죄인데, 영화처럼 어떤 외국인 거물이 돈을 줄테니 살인을 청부하면 순순히 승낙한다는 것도 그 사람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단 금전적으로도 누가 돈 5,000만원이나 1억 원을 제시한다면 그 반대편에게 사주한 사람은 모르겠지만 <누구>에 대한 살인청부 의뢰를 받았다 그 정보만 제공한다면 아마 그것의 10배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도 마찬가지.
믿고 감옥에 간다고 그 돈을 준다는 보장도 없고, 출소하면 자신을 고용했던 조직이 남아있다는 보장도 없다(사실 후술하겠지만 이게 멕시코나 콜롬비아와 다르게 고위급에 대한 살인청부가 성립하기 어려운 제일 큰 이유다).
그리고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감옥에 가는 것도, 한국 사람이 한국 감옥 가는 것보다 훨씬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이다. 그래도 한국 사람이라면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면회오고, 원래 사회적인 네트워크도 있어 믿을 만한 변호사나 금융인만 있으면 자기 재산도 간수할 수 있다. 그리고 감옥 내에서 사람들이랑 친해지면 대화도 하고 그럭저럭 지낼만할 수도 있다(내가 이건 접견만 여러 번 가봤지 실제 살아본 건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타지의 감옥이란 말 그대로 생지옥이나 다름 없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감옥에 가면 일이라도 하고 같은 제소자들이랑 잡담이라도 하는데, 아무리 인권, 인권 해도 외국인 제소자 때문에 통역사를 옆에 붙여줄 리는 없고 외국에서 살인청부를 저지를 사람을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면회를 할 가능성도 없다. 또 차라리 일이라도 하면 시간이라도 잘 갈 텐데 말이 안 통하니 일도 안 시킨다. 그래서 보통 하루 종일 아무도 말도 안 걸고 12시간 정좌한채 시간을 보낸다(과장 전혀 안 붙이고 현실이 그렇다). 이등병도 그렇게 보내는 게 고작 3개월인데 이 사람들은 그렇게 형기를 보낸다. 같은 문화권의, 말이 통하는 사람도 없을 가능성이 높고 있어도 떨어뜨려 놓은 경우도 많다. 기수열외가 나을지 아무도 매일 두들겨 맞는 것이 나을지 둘 다 경험해보지 못해서 난 모르겠다. 다만 면회 가면 다들 정신과 의사 진료 좀 받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더라. 나중에 언젠가 이 주제를 다룰 생각이지만, 법이라는 것은 결국 그 국가의 원활한 통치를 위해 만들어지고 운용된 면이 적지 않고, 외국인의 범죄가 탈피가 용이하다면 공권력이나 통치에 더 위험이 갈 것이기 때문에, 내가 본 바에 의하면 외국인 범죄, 특히 제 3세계 국가인들에 대한 처벌은 훨씬 가혹하다. 외국인들이라고 철의 심장을 가진 냉철한 살인 기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예전 유대인 제노사이드 등에서 흔히 보이던 유치한 시각일 뿐이다.
한편 살인 청부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사람을 무엇을 보고 믿을 수 있나? 만약 성공적으로 돈을 주고 사람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치자. 그럼 그 사람이 아까 말한 것처럼 어디 필리핀 민다나오 섬 주소 추적 불가능한 곳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말을 걸어 금년 생활비 1억 입금 안 해주면 한국 언론사에 다 뿌리겠다고 말을 하면 돈을 안 주고 버틸 수 있나? 아마 그 사람 사돈의 8촌까지 다 부자로 만들어주고서야 비밀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그 근방 조폭 하나를 사서 그 사람을 제거하거나.
전문적인 살인청부가 성립하려면, 이를 실행하는 자들의 <신용>과 <영속성> 모두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거기에 외국 조직폭력배어야 하니까 <국제성>도 갖추어야 한다. 만화 <도박마>에 나오는 허구의 조직 <카케루>처럼, 도박을 해서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자력으로 처벌 하는 대신 그 입회 수수료로 거액의 돈을 받는 그런 존재들처럼 조직도 커야 하고 비밀도 잘 지켜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라면 제도권에서 편하게 돈 벌지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물론 먹고 살 토양이 되지 않아 우수한 두뇌와 신체를 가진 집단이 그런 일을 한 사례도 있다. 예전 용병이 허용되던 시절 스위스 용병대가 좋은 예이다. 용병들이 돈 받고 안 싸우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 친구들은 신용을 확보하려고 고용된 반대쪽에 자기 아버지나 형이 있어도 서로 도끼창으로 찍으면서 싸웠다. 교황청이 포위되었을 때 200명 전원이 교황 앞에서 마지막까지 싸우다가 전사했다. 이 친구들은 돈을 주면 핏값을 확실히 살 수 있구나라는 신용을 주어 산지 밖에 없던 가난한 나라에서 용병을 가업으로 대대손손 유지하기 위해서다.
지금 용병의 존재는 불법이다. 즉 지금 시대라면 최소 조직폭력배나 군벌 수준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 시대 조직폭력배나 군벌이 제도권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예전 이탈리아 마피아들처럼 정관계와 깊이 결탁하거나 아니면 남미처럼 정관계와 결탁한 것을 넘어 그것을 아예 뛰어넘어야 한다. 그런데 일본 야쿠자나 삼함회처럼 <신용>은 있으나 정부의 지속적 탄압으로 <영속성>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많은 이상 이걸 믿고 자기 인생 걸고 감옥 10년 갔다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범죄와의 전쟁>은 아무리 부작용이 많았다고 해도, 한국 조직폭력배들의 <영속성>에 의구심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실보다 득이 월등히 많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가장 약했을 때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 때이고, 미 군정이 시작된 이후 마피아들을 풀어주고 다시 치안이 개판이 되었다는 건 분명 팩트다. 물론 미국에 거주한 시칠리아 마피아든 삼합회든 원래 그 시작은 해외에 있는 외국인 거주인들의 자경단과 흡사하고 순기능이 있었다는 점은 명백하고 그런 점 때문에 현지 공권력과 오랜 기간 마찰이 없던 것도 맞지만 그 순기능은 내국인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시점까지만 인정될 뿐이다. 미군도 패전하는 마당에 현지인들로 구성된 군대와 총 쏘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외국인 집단은 없다. 남미 카르텔이든 탈레반이든 간에 현지의 어떤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발생한 하나의 정치 집단이고 그게 없는 나라에서 살인청부 같은 건 원래 어렵고 외노자가 그 주축이 되는 것은 더 어렵다.
내가 보았을 때 믿을 만한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에서 살인을 청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이 김정남을 죽인 것처럼, 그리고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현금수거책들에게 흔히 하는 것처럼 그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이 범죄인 줄 모르게 속이는 것이 베스트이다. 김정남을 죽인 여자들은 정말 자기가 이벤트로 깜짝 놀라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줄 알았다고 한다. 내가 보았을 때는 거짓말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두번째로 <하우스 오브 카드>에 나오는 것처럼 살인청부가 아니라 사실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이다. 이게 웃긴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내가 봤을 때는 살인청부를 맡기는 것보다 확률적으로 문제가 안 될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차분히 생각해보면 분명 그렇다. 나는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성공한 소시오패스의 심리를 잘 묘사한 컨텐츠를 본 적이 없는데 이 드라마의 살인 장면이 아무 생각 없이 나온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상원의원이 변장을 하고 사람을 지하철에 미는 장면부터 시작해 주인공에 의한 수 많은 살인장면이 나오는데, CCTV는 대부분 고작 2주만 보관할 뿐 아니라 그 추적 과정도 확실하지 않고 수면에 드러나는 명확한 원한을 산 적도 없는데 성인남성이 실종된 것은 그렇게 신속한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수사기관은 상원의원이 변장을 하고 누구를 죽였다는 풍문 자체를 전혀 믿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어려운 방법이지만 그래도 살인청부보다는 쉬울 것 같다. 아예 목적 자체가 그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복수라면 한 10년 쯤 뒤에 그 사람 자녀나 배우자를 암습하고 성적 목적에 의한 연쇄살인범의 행각 또는 강도의 소행으로 오인시키는 게 제일 효율적이겠지만 이 글의 주된 주제인 살인청부는 대부분 즉각적인 제거가 필요할 것이니 논외로 하고.
여튼 여러모로 외노자 살인청부 이야기는 개연성이 낮다. 어차피 외국인 안 받으면 멸종될 국가에서 이런 풍문이나 믿으며, "내가 못났지만 그래도 내가 저 외국인보다는 괜찮은 한국인이요." 이런 이상한 계층 의식을 가지고 사는 못난 인간들 이야기에 휩쓸리지 말자. 어느 나라나 외국인의, 외국인에 대한 범죄는 그 나라 공권력이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보다 그 반대 케이스가 월등히 많다.
영화 황해가 떠오르네요^^
사실 그때만 해도 신선했는데 요즘엔 틈만 나면 외노자 청부업자가 등장하더라고요 ㅎ 완전 클리쉐
현실과 영화는 당연히 많이 다르겠지요^^
ㅎㅎㅎ 처음에는 신선했는데 자꾸 보다보니.. 나중에는 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