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와 함께
다시 인센트 피우는 재미가 들었다.
아무리 사소한 자리라도 앞에 나가 말할 때 지독히도 긴장한다. 눈에 보일 정도로 덜덜 떨어 다른 이가 걱정할 정도. 꽤 오래 고민해 본 주제. 속으로 그렇게까지 아닌데도 몸은 당황스러울 만큼 예민하게 긴장했다.
확실히 연습 부족이라거나 잘하고 싶은 부담감에 짓눌려서는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원인은 이게 취약점이었고 타인 앞에서 취약점을 드러내는 상황 자체가 공포스럽고 싫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그 후엔 안 떨려려는 노력을 접고 약점이란 걸 받아들이고 즐기는 수준(오늘은 얼마나 떨려나 신나라)까지 가보자고 다짐했다.
몇 년이 지나 우연히 뭘 보다가 앞에 나가 떠는 사람은 타인을 굉장히 의식하는데, 본인이 청자일 경우, 발표자에게 경청하고 온전히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집중하는 만큼 타인들도 그럴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상정해 두는 거다. 역시 모든 일엔 작용과 반작용이 있다…
마찬가지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데 그건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는 걸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강아지처럼 그 사람을 향해 온 에너지를 집중하기 때문에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지 않고 각자 서로 가만히 있어도 결코 혼자 있는 시간처럼 보낼 수 없다.
함께 있으면 혼자 일 때 만큼 생각하고 파고드는 건 불가능하기에 혼자 보내는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달리 말하면, 함께 있는 기회를 맘껏 즐기기 위해 혼자 보내는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