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완전하다

in #krlast month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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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처럼 이유 없이 뜻 모를 원인 없이 침체되곤 한다.

과거 파도처럼 살았고 파도가 올 땐 불안하고 두려워 옆에 사람을 꽉 붙들고 말했다. 위안을 받기도 했고 주기도 했다. 그 파도를 타는 게 기쁘고 즐겁고 어느덧 삶의 의미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걸 혼자서도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이후엔 파도가 오면 방문을 걸어잠갔다. 배려이고 사랑이고 자부심이었다. 그렇게 동굴 속에 숨는 기간은 반복되었다.

이러다가 동굴에 갇히는 거 아닌가? 아니 동굴에서 나온 이후에도 나왔다고 말하기 뻘줌해서 방에서 고요히 앉아있었다. 파도가 온다고 겁난다고 손잡아 달라고 울던 존재는 이제 없다.

나처럼 파도를 타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서로의 노하우도 나누고 경험담도 나누며 웃고 춤추며 싶었다. 당연히 많을 줄 알았고 당연히 만날 줄 알았는데 기대한 곳에서는 그런 이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눈을 감아서? 내가 문을 닫아서? 파도가 허상이라서? 내가 오만해서, 사실 파도는 하나도 안 중요해서

파도타기 동호회를 만들고 싶다 생각했는데 원래 파도는 각자 타는 거 아닌가 티 안 나게 내가 타는 법이 특별히 뛰어나지도 우월하지도 않은데 원래 다 타는 거라서 때 되면 알아서 타는 거라서 타라 마라 할 시 없는데

아 그러네- 그러면 난 이제 뭘 하며 살지… 좀 무기력하게 동굴에서 지냈다. 파도가 오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그렇구나 타인은 완전하구나, 완전하니 그냥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바라보면 되는데. 괜히 맘 졸였구나 괜히 뭘 하려고 하고 괜히 뭘 해주고 싶었다. 아… 다 완전한데 내 현실에선 그냥 나만 잘하면 되는데 뭘 그렇게 걱정하고 있었을까 뭘 그렇게 오해받을까 겁났을까 뭘 그렇게 슬프다고 판단했을까 뭐 그렇게 다르게 느꼈을까

타인은 완전하구나 뭘 하든 하지 않든 어떤 모습이든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온전히 사는 것 뿐이다. 난 반응하고 그 주관적 해석만을 끌어안으면 되는 거였다.

엄청난 해방감이 밀려왔다. 뭘 잘났다고 그동안 도와주고 싶었던 걸까… 뭘 의도하려고 했을까ㅋㅋㅋㅋㅋㅋㅋ 자기 것도 아니니 당연히 안 되지 당연히 어렵디 어처구니 없는 스스로의 생각에 너무나 웃겼다

아 살 것 같다 😁

내가 판단하지 않으면 아무도 판단하지 않아 :)
그렇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날에 난 모든 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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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완전하구나, 완전하니 그냥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바라보면 되는데. 괜히 맘 졸였구나 괜히 뭘 하려고 하고 괜히 뭘 해주고 싶었다.


내가 판단하지 않으면 아무도 판단하지 않아 :)
그렇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날에 난 모든 게 될 거야

아..!!
정말 무릎이 탁 쳐지는 통찰력이시네요ㅎㅎ

타인은 완전하다.
저도 가슴에 새기고, 잊혀지려 할 때마다 머릿속으로 되뇌여야 겠습니다 'ㅡ' ㅎㅎ

해당되신 것(?)도 축하드립니다 😁 ㅋㅋㅋ

감사해요 뉴발님 🩵
해방 해방이다- ㅋㅋㅋ
오늘은 좀 무거워졌지만 다이나믹해서 좋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