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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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도 좋은데 영화나 보러 갈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수많은 선택지가 날 기다린다.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 어느 영화관을 갈 것인가, 걸어갈 것인가 버스를 탈 것인가, 이 시간대 영화를 볼 것인가 한 타임 뒤 영화를 볼 것인가, 팝콘은 먹을 것인가, 콜라인가 커피인가 아님 버블티? 등 자잘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쏟아지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영화를 볼 것인가’ 이다. 영화를 정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평이 좋은 것, 시간대가 맞는 것,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것 등 아주 많은 기준을 세울 수 있는데 내가 처음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를 본 것은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였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두근두근 개봉날 곧장 극장으로 달렸는데 그는 블루베리같은 분장을 하고 있었다. 일부러 예고편도 안보고 있었기에 큰 충격에 휩싸였는데 보다보니 블루베리도 나름 괜찮았다. 어쨌든 그 배우 덕분에 영화를 보게 된 것인데 영화가 충격적으로 내 취향이었다.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였는데 몰래 몇 번이나 보러 갈 정도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학생의 본분을 다해야 했기에 영화에 대한 기억이 서서히 잊혀져갔고 그로부터 약 3년이 흘렀다. 그리고 가오갤2가 개봉했다.
2편 개봉 일주일 전 즈음? 1편이 재개봉하여 포토티켓도 예쁘게 뽑고 경건하게 감상하고 왔다. 몇 년만에 다시 봤는데도 까르르 웃으며 봤다. 본 후에 ‘됐어, 이제 완벽하게 2편을 감상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 심심해서 넷플릭스 깔짝거리다 스타트렉 시리즈를 봐버렸고 머릿속에서 가오갤과 스타트렉이 짬뽕되어 2편 보러 갔다 소버린? 벌칸? 하면서 대혼란이 올 뻔했다. 그래도 아주 초반이었기 때문에 머리를 재빨리 정리하고 재미있게 영화를 봤다.
일단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뭐야... 가족영화였잖아...?(왈칵)’ 이었다. 그렇다. 이 영화는 이 시대의 참 아버지 욘두를 통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가족영화였다. 사실 보러가기 전에 영화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볼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블루베리도 안나오고... 하여튼, 그래도 스타로드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솔직히 내 취향은 1편에 더 가깝다. 서사도 그렇고 유머 코드, 그리고 음악도 1편이 확실히 더 내 취향인데 2편에 만족할 수 있었던 건 쩌는 시각효과, 참아버지 욘두 그리고 베이비 그루트의 덕이다. 돈이 없어서 아이맥스는 포기했는데 크게 후회했다. 마지막에 폭죽 팡팡 터지는데 ‘으아아 아이맥스 볼 걸..!’ 하면서 눈물을 참았다.
이 영화를 가족영화라고 느낀 것은 인물들의 관계가 너무나 ‘가족!!!!’ 했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크게 부각되는 관계는 에고와 퀼 그리고 욘두이다. 초반에는 뜬금없이 아버지 에고가 등장하여 그동안 너를 찾아 헤맸다며 퀼을 둥가둥가 해주고 퀼이 바랐던 ‘같이 공놀이 할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며 점수를 딴다. 반면 욘두는 납치범의 오명을 쓰고 좀 나쁜 놈으로 그려지나 했는데 역시 반전이 있었다. 가장 큰 희생은 사랑으로부터 나온다. 에고는 자아도취에 빠진 사이코패스에 불과하고 욘두가 진정한 의미의 아버지였다. 참된 아버지, 욘두...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로켓과 퀼, 가모라와 네뷸라의 관계는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주변 사물들을 파괴하면서 서로 죽기살기로 소리 지르며 싸운다. 역시 전세계 아니 전우주의 형제자매들은 모두 비슷하구나 느끼며 안도했다.
좀 뜬금없이 느껴졌던 관계도 있는데 바로 로켓과 욘두이다. 갑자기 둘이 나는 너야...! 이러길래 영화 제대로 안봤나 싶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욘두가 로켓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하는데 로켓이기 때문에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씬부터 눈물이 밀려오기 시작해 몇 분 뒤 눈을 부릅뜨고 눈물을 참게 된다.
드랙스와 맨티스의 관계도 재밌는데 지금 보니 둘 다 ‘스’자 돌림이다. 어쩐지 잘 맞더라... 처음엔 드랙스가 하도 놀려서 짜증났다. 쟤 왜 저래... 싶을 정도로. 사람(외계 생명체)에게 대놓고 ‘디스거스팅! 어글리!’ 라니 저 몹쓸 자식! 했는데 그걸 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맨티스를 보고 그동안 어떻게 살아온건지 참 짠했다. 그래도 나중에 맨티스가 드랙스를 통해 더 성장하고 드랙스 또한 맨티스를 아끼는게 보여서 둘의 관계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를 꼽는다면 단언컨대 베이비 그루트다. 치명적으로 귀엽다. 생김새부터 목소리, 하는 행동까지 너무 귀엽다. 이 영화의 가치는 베이비 그루트로도 충분하다.
서로 맨날 소리지르고 싸우면서 무슨 친구야! 그래, 그건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었다. 끝없이 나오는 쿠키영상 중 가장 좋았던 건 중2병이 온 청소년 그루트가 하는 말(아이 엠 그루트..!)을 퀼이 알아듣고 둘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인데, 그 장면에서 정말 가족이구나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따땃해졌다. 솔직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영화고 뭐고 이 영화는 베이비 그루트가 다 해먹기 때문에 나는 귀여운 것에 환장한다, 하는 사람이라면 꼭 보러가길 추천한다. 아이 엠 그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