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생길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좋은이웃 @chipochipo 입니다.

홈플러스.jpg

제가 즐겨찾는 동네 홈플러스 (인천논현점) 은
지난 6월부터 한 조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물건 계산하는 김에 계산대 아주머니에게 궁금해서 물어봤죠.

"그럼 직원분들 근무시간이 줄어드나요?"
"아니에요. ABCDE 다섯 개 조로 돌리던 걸 이젠 E조가 없어지고 네 개 조로만 돌아가요.
"E조가 ABCD조로 나뉘어서 들어가는 셈이죠."
"좋아지시는 건가요?"
"당장은 별 차이 없는데 지나봐야 알겠죠"

당장은 별 차이가 없겠죠.
하지만 영업시간을 줄이면 매출에 영향이 갈수밖에 없습니다.
매출이 줄면 고용여력도 감소로 이어지겠죠.
홈플러스가 당장 직원을 해고하진 않겠지만 매출이 줄면
자연스레 신규고용도 줄어들수밖에 없습니다.
E조의 인력 상당부분이 잉여가 되어버렸으니 말이죠.


최저임금.JPG

최저임금은 왜 이렇게까지 부작용이 심할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내부에만 원인이 있는것이 아닌
대내외적으로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죠.


1)세계화 (Globalization)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지구상의 모든 나라는
거의 폐쇄된 경제체제 안에서 생존했습니다.
석유와 철강, 고무 같은 원자재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물품이 자국 안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자급자족 경제였죠.
미국 같은 선진 강대국에서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주변 지역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소비했고,
인근 수백킬로미터 안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먹고
인근 공장에서 생산한 옷을 입었죠.
관세율이 높고 물류비가 높아서
수입품을 많이 쓸래야 쓸 수 없었던 시대였죠.

한국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죠.
1980년대가 되어서야 수입자유화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졌으니까요.
그 전까지는 수입차 양담배는 물론이고 바나나 한 송이도 마음대로 수입 못했죠.
그러니 돈은 대부분 국가와 지역내에서 순환될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했던 시대였던 셈이죠.
'낙수효과'도 가능했던게 그때 그 시대였습니다.
노동자의 소득이 올라가면 그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순환으로 이어졌고,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 그것 역시 그 지역 안에서 바로 투자되었죠.

세계화.png

이젠 상황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놈의 세계화 때문에, 2018년 현재 우리가 사는 경제시스템에서는
돈이 특정 지역 안에 잘 머물지 않습니다.
1970년대 이후 컨테이너선박의 보급과 물류혁명, 관세 인하, 무역자유화로 인해
경제의 국경이 대부분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우리가 사먹는 음식, 입은 옷, 사용하는 공산품 대부분은
외국에서 사온 것들 투성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덕분에 내 월급이 10만원 올랐다고 합시다.
그 돈의 상당부분은 외국으로 빠져나갑니다.
저만해도 미국산 (혹은 호주산) 소고기를 사먹고,
중국산 브룩스 운동화를 사서 신고, 이탈리아산 선글라스를 사서 씁니다.
또 일본 혹은 대만으로 주말여행을 가기도 하죠.
하다못해 한국산 쌀을 사먹는다 해도
그 쌀은 해외에서 수입한 에너지와 화학비료로 재배됩니다.

세계화가 진행된 사회에서는 이런 이유로 소득주도 성장이 어렵죠.
마찬가지로 '낙수효과' 역시 어렵다.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클수록 더 어렵습니다.

세계화 때문에 노동자 임금의 경쟁도 국제적으로, 국가차원에서 진행된다.
한국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한국의 일부 노동자들도 좋아하지만
바다 건너 베트남 노동자들도 쾌재를 부른다.
기업들이 공장을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더 빠르게 이전하기 때문이다.

국가간 임금의 차이가 커질수록
기업이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고픈 동기가 커지죠.
임금이 인상되는 만큼 생산성도 급격히 향상된다면 괜찮겠지만,
1년 만에 노동생산성이 10% 이상 오르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없습니다.
노동생산성 향상이 받쳐주지 못하는 임금인상은
결국에는 자국내 일자리 숫자감소로 이어질수밖에 없죠.

설령 천사 같이 마음씨 착하고 애국심 강한 기업 CEO가 있어서,
임금이 대폭 올랐는데도 공장을 해외로 옮기지 않고
일자리도 국내에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수 없습니다.
소비시장 역시 글로벌 경쟁의 시대이기 때문이죠.
현대의 소비자는 전 세계 상품을 놓고 선택을 합니다.
높아진 인건비로 인해 국산품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국산품 대신 값싼 수입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가격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과거보다 더 쉽게 도태되죠.


2)기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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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맥도날드, KFC 등 패스트푸드 체인에 가면
사람이 아닌 기계가 주문을 받는경우가 많습니다.
패스트푸드체인 뿐 아니라 경제의 모든 구석에서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잠식해가고 있죠.
최저임금 인상도 기계화 추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기술발전으로 인한 대량실업의 우려가 있었지만
적절히 넘어간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마차가 없어지고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난 것이죠.
그러나 현대의 상황이 예전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과거에는 신기술이 나와도 산업전반에 확산되기까지 최소한 수십 년,
최대 수백 년까지도 걸렸습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변화의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단 몇 년 만에 산업구조가 완전히 바뀌기도 하죠.
노동자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당장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도태되고 있는 육체노동자,
인공지능에 의해 해고되는 서비스노동자들에게
'코딩을 배워라'라고 강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산업혁명 당시 영국 등 주요 산업국의 연간 성장률은 1% 내외였습니다.
당시에는 그 정도 속도도 어마어마하게 빠르다고 여겨졌죠.

하지만 현대사회는 어떤가요?
경제가 2~3%씩 성장해도 느리다고 비판받는 시대다.
그만큼 사회 변화와 기술발전의 속도도 빨라졌고
대부분의 개인은 이걸 따라가기가 벅찹니다.


3)노동형태의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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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청와대의 예상보다
큰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21세기에는 노동의 정의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땐 "노동자"는
곧 공장이나 광산 등에서 일하는 풀타임 육체노동자,
20~60세 사이의 성인남성 가장을 의미했죠.
또 가정 내 유일한 수입원인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상당히 획일적인 모습이었으므로,
이들을 돕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기가 용이했습니다.

현대사회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노동자의 모습이나 노동의 형태가 그렇게 획일적이지 않죠.
과거라면 노동자라고 여기지도 않았을 75세 아파트경비원,
16세 편의점 알바도 이젠 노동자의 범주에 들어가서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장년 남성 육체노동자만큼의 생산성을 내기 어렵죠.
그러니 최저임금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또 현대의 노동자 중엔 가구주가 아닌 사람도 많고
밥벌이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서 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배우자도 수입이 있는 맞벌이부부일 수도 있고,
혹은 이미 재산이 충분히 있지만 보조수입으로서
혹은 즐거움을 찾기 위해 일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재택근무도 늘어나고,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디자인처럼
창조적인 직업도 늘어나면서 과연 "노동시간"을
어떻게 측정하고 기준매겨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생겨납니다.
디자이너의 근로시간은 그가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린 시간만 따져야 하는가?
집에서 재택근무하는 노동자와 공장에 출근해서 일하는 노동자는
모두 동일한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가?

당장 저만해도 인터넷 쇼핑몰을 하면서
인터넷 도매업체 사무실을 임대하는데,
경우에 따라서 집에서도 작업을 거의 매일 하는데
이걸 근무시간으로 쳐 달라고 할순 없죠.

임금을 정부가 깊숙히 개입하여 강제적으로 정해주다보면
이런 식의 애매한 문제들이 끝도 없이 나옵니다.
업종에 따라, 지역에 따라 생산성의 차이도 크죠.

서비스업이 특히 그렇습니다.
경북 청송 깡촌의 식당(백반정식 1인분 4000원)에서 일하는 사람과
서울 여의도의 식당(백반정식 1인분 1만2000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생산성이 다르고 생활비도 다르기 때문에 임금도 달라야 합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는 그런 차이를 고려해주지 않습니다.
전국이 일괄적으로 시간당 7500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깡촌 식당의 고용주가 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둘 중 하나죠.
직원을 해고하든가,
아니면 정부 몰래 세금과 4대보험 내지 않고 현금으로 월급을 주든가?

2018년의 '노동자'는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일하는 목적도, 형태도, 원하는 바도 다양하죠.
여기다가 1970년대 이전의 패러다임을 가져와 억지로 끼워맞추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길수밖에 없습니다.

여전히 '노동자 = 4인 가정의 가장으로
하루 8시간 공장에서 일하는 육체노동자
...라는 가정을 깔고 정책을 만들면 현실과의 괴리가 커질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다음번엔 정부가 절실하게 해야될 일에 대해서 포스팅 들어갑니다^^
주말들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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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0회 짱짱맨배 42일장]2주차 보상글추천, 1주차 보상지급을 발표합니다.(계속 리스팅 할 예정)
https://steemit.com/kr/@virus707/0-42-2-1
현재 1주차보상글이 8개로 완료되었네요^^
2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노동 강도가 다른데도 같은 임금이면 문제가 있긴하죠.

최저임금 인상 - > 시장가격 상승 -> 실업자증가 - > 악순환...최저임금을 선진국에 맞춰서 계속해서 인상만하고 gdp는 그대로인데..무슨생각인지 모르겠어요 ㅜㅜ

내년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될지 기다려지네요. 주변 커피집 가격이 동결이면 저도 가격을 동결해야할텐데, 인건비만 올라서 주말에 알바직원분을 고용해서 운영했을 때 적자라면 근무시간을 조정해서 손님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요일, 월요일 문을 닫고 직원없이 혼자 일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네요. ㅎㅎ

좋은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획일이란 것- 항상 문제를 만듭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