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you (76)in #steemzzang • yesterday밤눈---김 광 균---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hansangyou (76)in #steemzzang • 2 days ago바람이 불어---윤 동 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 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hansangyou (76)in #steemzzang • 3 days ago내 마음을 아실 이---김 영 랑---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ㅅ마음 날가치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게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업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히 맺는 이슬 가튼…hansangyou (76)in #steemzzang • 4 days ago복수---이 연 숙--- 겨울 폭포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솟구친다 한 뼘씩 한 뼘씩 자기를 드러내면서 올라간다 녹지 않고 얼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복수를…hansangyou (76)in #steemzzang • 5 days ago풍경소리---이 봉 주--- 울음 속에 쇳물처럼 솟구치는 날개가 있다 천 번의 담금질에 쇳덩이 속에서 날개가 돋는다 팔만사천 번의 매질, 울음의 두께로 날개를 편다 오래도록, 응어리진 울음을 풀어주고…hansangyou (76)in #steemzzang • 6 days ago그럼---이 병 률--- 당신이 물었습니다 내가 그곳에 도착하면 뭔가 필요한 것이 없겠냐구요 네팔에서 만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럼, 이파리를 모아주세요 하루에 한 장씩…hansangyou (76)in #steemzzang • 7 days ago청춘가---한 상 유--- 아주... 느지막이 말이야 자판기가 내린 커피는 영락없이 설탕 둘 프림 둘에 내가 떠나고 남은 풍경은 외로운가, 하는 미지근한 질문이 엉긴 한 모금. 삼키며 햇살 자투리에…hansangyou (76)in #steemzzang • 8 days ago생일---이 강 건--- 내 생일엔 기쁨보다 헤아릴 수 없는 새까만 고통을 잊으신 우리 엄마가 생각난다 내가 먹은 미역국엔 소고기도 들어 있지만 그날 우리 엄마 첫국밥은 멀건 미역국이었다는데…hansangyou (76)in #steemzzang • 9 days ago마디---정 진 윤--- 대나무에게는 마디가 있어 굽히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한다 엄마에게도 마디가 있었다 부러지지 않고 굽히며 삶을 다시 세우기 위해 조금씩 자라는 마디 그 마디가 있어 딸로…hansangyou (76)in #steemzzang • 10 days ago감촉여행---함 민 복--- 도시는 딱딱하다 점점 더 딱딱해진다 뜨거워진다 땅 아래서 딱딱한 것을 깨오고 뜨거운 것을 깨와 도시는 살아간다 딱딱한 것들을 부수고 더운 곳에 물을 대며 살아가던…hansangyou (76)in #steemzzang • 11 days ago푸르른 날---서 정 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hansangyou (76)in #steemzzang • 12 days ago추억에서---박 재 삼---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닷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 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이던가 울 엄매야 울…hansangyou (76)in #steemzzang • 13 days ago서시---이 성 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hansangyou (76)in #steemzzang • 14 days ago울려고 내가 왔던가---한 상 유--- 우뚝 선 등대조차 휘몰리는 큰바람에 벋대려다 갈매기 몇 힘겨워 앉은 거기, 방파제를 넘다 젖어 고이는 어둠 속에 여태 섰다가 너울 젖어 돌아서는 산마루 눈썹달 하나 걸리고…hansangyou (76)in #steemzzang • 15 days ago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정 희 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hansangyou (76)in #steemzzang • 16 days ago감---허 영 자---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hansangyou (76)in #steemzzang • 17 days ago저녁식사---정 해 옥--- 교도소로 가야 합니다 남자에게 통역하고 법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 백화점에 들러 가다랑어 다타키를 사서 전철에 뛰어 올라 좁은 자리에 엉덩이를 밀어 넣었다 오늘 맡은 사람은…hansangyou (76)in #steemzzang • 18 days ago시인의 집---이 휘 련--- 소나무 멀뚝하게 서서 피안의 마을 바라보고 있는 바닷가 가난했던 시인의 집에 바람이 들어와 살고 있다 그림자는 아직 남겨두고 몸만 빠져 나간 주인 찢어진 창호지 틈으로…hansangyou (76)in #steemzzang • 19 days ago목포----문 병 란--- 더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와서 동백꽃처럼 타오르다 슬프게 시들어 버리는 곳 항상 술을 마시고 싶은 곳이다 잘못 살아온 반생이 생각나고 헤어진 사람이 생각나고 배신과…hansangyou (76)in #steemzzang • 20 days ago겨울 길을 간다---이 해 인--- 겨울 길을 간다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