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you (75)in #steemzzang • 15 hours ago엄마 걱정---기 형 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hansangyou (75)in #steemzzang • yesterday호수---문 병 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득임 사이에서 더욱 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hansangyou (75)in #steemzzang • 2 days ago개망초 흐드러져---한 상 유--- 찔레 덤불 허리춤께 올망졸망 길놀이는 신바람 타고 마을 어귀에서 둘러보니 산등성이까지 치배 없고 잡색은 시원찮다만 작고 흰 얼굴 쳐들고 어깨를 달싹이며, 쨍하니…hansangyou (75)in #steemzzang • 3 days ago사랑---이 병 률--- 내디딜 발 하나가 없거나 끌어당길 손 하나가 없어도 두 발이 다 없거나 두 손마저 다 없어도 도무지 전부가 마비되고 없다 해도 그리하여 마디마디 접붙일 것이 없기에 다글다글 원하는 것이 없다 해도hansangyou (75)in #steemzzang • 4 days ago비의 사랑---문 정 희--- 몸속의 뼈를 뽑아내고 싶다 물이고 싶다 물보다 더 부드러운 향기로 그만 스미고 싶다 당신의 어둠의 뿌리 가시의 끝의 끝까지 적시고 싶다 그대 잠 속에 안겨 지상의…hansangyou (75)in #steemzzang • 5 days ago풀---이 재 진---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알고 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다 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만 비명 대신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 들판을 물들이는 초록의 상처 상처가 내뿜는…hansangyou (75)in #steemzzang • 6 days ago비닐 우산---정 호 승--- 오늘도 비를 맞으며 걷는 일보다 바람에 뒤집히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끝내는 바람에 뒤집히다 못해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비 오는 날마다 나는 하늘의 작은…hansangyou (75)in #steemzzang • 8 days ago좋은 것을 더 많이 보자---방 귀 희--- 우리는 땅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보면서 마치 모든 나뭇잎들이 떨어진 양 생각하지요. 하지만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면 나무에는 아직도 많은 잎들이 붙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hansangyou (75)in #steemzzang • 9 days ago개구리 노래에 의한 변주---한 상 유---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했다 외갓집 논두렁은 물론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 장승배기에서 당고개까지 그러다가 듣는 사람 없어도 도시로부터 추방되고 몇 날 허한 허전함에 허기져…hansangyou (75)in #steemzzang • 10 days ago사랑의 물리학---김 인 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hansangyou (75)in #steemzzang • 11 days ago연평도의 꿈---한 상 유--- 눈물을 여기 떨군 눈길은 바다 건너 종일 서성이고 한숨일랑 발등에 쏟으며 그리움만 앞산 재 넘길 하세월 지난 밤 바랜 사진 속 이름들 부르니 한달음인데 고까짓…hansangyou (75)in #steemzzang • 12 days ago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 시 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hansangyou (75)in #steemzzang • 13 days ago야상곡---한 상 유--- 별빛은 공간과 순간과 조우하다 바위를낳고 나무를 낳고, 우러러 두 눈에 반짝이며, 흐뭇한 우연을 빙자한 밤길 위에 온새미로 쏟아지니 풀 그림자에 감겨 자빠진 김에…hansangyou (75)in #steemzzang • 14 days ago기우제---오 세 하--- 토독토독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사이로 내 이름이 들렸어 뒤를 돌았더니 네가 뛰어와 아무렇지 않게 팔짱을 끼는 거야 두근두근 몸이 굳은 채 바래다주고 소파에 멍하니 누워…hansangyou (75)in #steemzzang • 15 days ago순서를 바꿔서 하면 된다---방 귀 희--- 우리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데요,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온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는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hansangyou (75)in #steemzzang • 16 days ago6월의 시---김 남 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hansangyou (75)in #steemzzang • 17 days ago암 병동---이 강 건--- 병동 근무자들은 업무를 시작하기 전 눈을 감고 두 손 모으고 기도를 한다 오늘도 내가 돌볼 환우들의 건강과 무사와 안녕과 쾌유를 진심으로 빈다 아버님 어머님 할아버님 그들은…hansangyou (75)in #steemzzang • 18 days ago죽어서 몸을 판다---조 영 희--- 바다가 긴 장대에 걸려 있다 바다만이 가진 살내음 그 비린내를 갈매기가 주워 먹는다 저만치 지켜보던 파도가 백사장으로 뛰어 나온다 갈매기는 다시 바다로 날아갔다 그 바다가…hansangyou (75)in #steemzzang • 19 days ago밥---유 은 희--- 소금쟁이가 사르르 물살을 일으켜 하늘의 뉘를 일일이 일어내더니 구름 두어 뭇 풀어 지피더니 연못 쟁반에 고슬고슬 수련 몇 그릇, 몰려드는 몰려드는 저 푸른 입들 좀 봐hansangyou (75)in #steemzzang • 20 days ago별 헤는 밤---한 상 유--- 찌푸린 것도 아니니 해왕성과 명왕성 4.22광년을 달려온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이 반짝일 텐데 자체 발광 정신머리 사나운 거리를 지나 좌절을 궁리하는 어느 별 변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