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체인은 공짜 예술복제의 종말을 말한다. (KR || Blockchain || Art)

in #kr7 years ago (edited)

예술을 복붙하는 것은 매우 쉽다. 당신도 전원과 인터넷이 작동하는 컴퓨터를 소유했다면, 반 고흐가 될 수도 있고, 피카소가 될 수도 있으며, 헤밍웨이가 될 수도 있고 톨스토이가 될 수도 있다. 그저 당신이 정말 그들이 아니라는 점이 걸리지만, 그런 것 따윈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아우라를 당신이 모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써 그들의 작품은 아우라를 잃는다. 사실, 뉴욕 맨하탄의 현대미술관에 걸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도면이나 당신이 위키피디아에서 찾을 수 있는 그의 도면을 복사한 것은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고, 심지어 당신의 복사본이 더 깨끗하고 근사할 수 있다.

그럼 원작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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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발한 문제를 제기한 철학자가 바로 발터 벤야민 형님이다. 유대계 독일인인 발터 벤야민은 레전설 철학자이자 문화평론가이자 작가였다. 여러 번뜩이는 통찰력을 이 세계에 선사하시고 가셨는데, 오늘 글과 관련된 그의 책은 이름하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고 불린다.

마르크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그는 당시 빠른 속도로 진행되던 산업기술의 발달에 주목한다. 이 책에서 그는 한가지 질문을 던지는데, "예술의 원본과 원본의 사진이 무슨 차이가 있냐?"는 것이었다. 즉, 복제가 너무나도 손쉽고 눈 깜짝할 수 있는데, 원본이 도대체 무슨 가치를 지닐 수 있냐는 것이다.

그는 산업기술의 발달로 인해 대량생산되어가는 미술품들- 혹은 끊임없는 한가지 원본의 복사물들-을 관찰하며 예술이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예술을 직접 보러 미술관까지 가지 않아도 사진으로 감상하면 그만이다. 그 예술을 여러 각도로 찍은 영상을 사서 보아도 그만이다. 그는 이러한 시각을 담는 기계들의 발달은 예술이 가진 아우라를 붕괴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예술가들은 벌벌 떨고 쫄쫄 굶어야 하는가? 아니다. 독특하게도, 왈터형님은 예술의 특징인 "유일성"이 사라지며 예술이 더더욱 생명력을 공급받았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냐면, 감히 소장는 커녕 접근조차 어려워진 예술이 대중에게 소비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은 예술소비의 혁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자, 예술은 해방되었다. 마음껏 생일축하 카드에도 복사되어 소비될 수 있고, 거장들의 작품을 크게 복사해서 방에 걸어두고 분위기를 띄울 수도 있다. 그런데, 잠깐.

블락체인은 네트워크상으로 다수의 컴퓨터에 의해 분산되는 분산원장으로, 어떠한 검열에도 맞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유권이 확실하게 데이타베이스에 기입되는 예술을 보장할 수 있다. 무슨 말이냐면, 절대 지워질 수 없는 소유권과 원작자의 출처가 블락체인에 의해 구현된 것이다.

블락체인을 이용한 예술의 영구적인 소유권 인증은 이미 시작되었다.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Ascribe, 뉴욕에 본사를 둔 Monegraph, 그리고 Verisart, Deloitte 등의 회사는 이미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영원한 소유권 인증서를 생성할 수 도와주며 실시간으로 출처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아티스트는 자신의 작업을 공유하였을 때, 블락체인을 사용하여 그 작품이 퍼져나가는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자신의 라이센스에 따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상용화 된다면 복사본은 더이상 가치 없는 복사본이 아니다. 여전히 아티스트에게 정당한 수익을 창출해주는, 수퍼 복사본이다. 블락체인이 상용화된 미래에는 모든 작품의 원본과 복사본들에 아티스트의 이름표가 붙으며, 아티스트에게 수익이 주어질 것이다. 언제나 문제가 되어 온 예술의 도용 또한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간단한 "리트윗"이나 "공유" 같은 기능으로도 수익화가 가능할 수 있다니, 얼마나 아티스트들에게 좋은 세상인가.

우리 모든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가슴 뛰는 소식인가.
블락체인의 상용화는 예술소비에 또 다른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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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창작자분들이 스팀잇에 진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스팀잇은 텍스트 위주의 SNS 플랫폼이지만, 다른 종류 (카툰, 사진, 등) 의 블락체인 플랫폼도 나오지 않을까, 아니면 스팀잇 정식 버전에서는 다른 종류의 것들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을까 기대중입니다.

창작물 복제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 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좋은하루되세요 :)

하지만 반대로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는 예술품을 집에 걸어놓았을 때 그 작품만이 가진 예술성에 돈을 주고 작품을 구매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100만불짜리 장미와 같이 원본이기에 가치가 있다고 한다면, 이 원본과 같지만 사본인 것을 인쇄해서 우리집에 걸어놓거나 배경화면으로 사용한다고 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여기에 비용지불은 안 해도 됩니다. 그럼에도 원본과 동일한 심미적 이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예술 작품에 있어서 원본이라는 가치 이외에 예술성이라는 가치는 0이 되어버린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블록체인 기술로 예술 작품을 복사해서 배경화면으로 쓰거나 인쇄해서 걸어 놓는 등의 작업이 전혀 불가능해진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요.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예술이 대중들에게 소비되기 위한 방안 또한 생겨나지 않을까 싶어요. 예술가들도 그걸 원할 것 같고요. :)
저작권이 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agar님께서 제시하신 통찰과 비슷한 곳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요. 글에 소개된 인증서 발급 및 작품 추적이라는 아이디어는 기초적인 저작권을 지키는 용도로만 잘 사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또 어떤 방식으로 예술소비의 방향이 바뀔 것인지는 한번 지켜보면 재밌겠습니다 :))

벤야민에 대한 언급을 보게 될줄은 몰랐네요-
블록체인은 과연 작품의 아우라를 어떻게 변모시킬 수 있을까요. 사실 블록체인은 복제성의 극단적 형태일 수도 있는지라, 비복제성의 아우라와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

오, 너무 참신한 호기심이에요. 맞습니다. 인증서 발급이 상용화되어서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에도 블락체인으로 가동되는 인증서 발급이 적용된다면, 제 생각에 벤야민의 의문은 뒤집혀버릴것 같습니다.
"복사될 수 있다는게 무슨 소용이야? 원작자 표기와 수입화가 붙어서 생산되는데."
여담인데, 제가 한번 상상해 봤어요.
이전에 구글 이미지의 카메라를 통한 이미지 인식-> 구글 서치 기능이 처음 생겼을 때가 생각이 났어요. 이러한 블락체인의 이미지에 대한 인증서 발급이 극도로 발전해서 카메라 렌즈같은 하드웨어와도 연결이 되면, 우리는 미술관에서 어떤 작품의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는것 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는 것 만으로도 작가에게 수익을 내줄 수 있게될거에요.

너무 나아간걸까요? ㅎㅎ

다른 사람 작품을 몰래 스팀잇에 올리고 자기가 쓴 글이라고 우기면 그건 어떻게 해결 할 수 있나요?

원본의 인증서가 모든 복제본을 추적하여 적용되기에 몰래 스팀잇에 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봅니다 :)
그래도 스크린샷 따위를 찍어서 내 작품이라고 우기는 걸 강행한다면.. 사실관계가 확인되고 나서 다운보트같은 기능에 의해 훔친 사람이 엄청난 죗값을 치르게 되지않을까요?

넵.. 그런 강력한 제제가 필요합니다. ㅎㅎ

이제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예술의 형태에 대해 온전히 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드리며 보팅 및 팔로우하고 갑니다 ㅎㅎ

아.. 인사드렸는데 직접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피넛버터님의 글들에도 언젠가 인증서가 실려서 공유될 때마다 수익화가 되면 좋겠어요! :)

글 잘 읽었습니다. p2p에 의해서 저작권이슈가 나타난 게 2000년대 초 였는데.. 시간이 흘러서 p2p에 의해서 저작권 보호가 되는 세상이 되었네요.

블락체인이 괜히 혁명적인게 아닌것같아요 :) 좋은 변화의 바람이 살랑살랑 느껴지네요.

@danbab7은 스팀잇을 처음 접하게 된 건축 디자이너입니다. 세상이 제시하는 것들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며 깨닫는 성찰과 공부하며 새로이 알게 된 지식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혹시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팔로우, 업보트, 리스팀 부탁드릴게요! 예술과 관련된 많은 컨텐츠들을 기획하고 있거든요 :)

@danbab7의 개인 작품 찾아가기

@danbab7이 거장들의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

새로운 플랫폼이 출현하면 우리는 항상 유토피아를 꿈꾸게 됩니다. 저도 이 달콤한 상상이 계속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창작자와 컬렉터가 다이렉트로 소통하여 경제적 선순환을 이루는 상태. 저도 소망합니다. 간절히요!

맞아요. 선순환만 가즈아되길 바랄 뿐이죠 ㅎㅎ :) 좋은 하루되세요!

어... 컨텐츠들이 정말 딱 제 취향이네요. 바로 팔로우했습니다 ㅎㅎㅎ

반갑습니다!

남의 그림이나 작품을 '내것'이라고 뻔뻔하고 싸가지 없게 쓰는 것은 문제되겠지만, 표현을 위해서 쓴 것을 통해서 작가의 작품도 PR해 준다고 한다면 문제될 것도 없을 것같은데....., '소유'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사실 '넌센스'인 것도 같습니다. 이제는 데이타공유사회인데 말입니다. 저작권이 뭣이 그리 복잡한지.... 스팀잇이 투명하게 근거가 남는다는 것에서는 분쟁의 소지는 미리 예방하는 것 같네요. 그러나 씁쓸하긴 합니다.

@peterchung님의 의견이 바로 왈터 벤야민의 포인트였습니다! 산업혁명으로 대량생간이 가능해져서 유명한 화가가 그린 꽃이 우리 집 접시에도, 베를린 아무개 여사의 부엌에 있는 접시에도 있는 세상이니. 화가가 그 꽃을 그렸다는 것이 별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크리에이터들은 보상을 원합니다. 그게 돈이던, PR이던 간에요. 지금이야 복제를 통한 최선이 작품이 널리 퍼져서 PR이 빵빵하게 된 것이겠지, 여기에다가 자동 저작권 인증에 의한 금전적인 보상까지 각 복사마다 주어진다면 아무런 나쁠 것은 없을것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