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11. 탈중앙화/분산화로 나의 ego 쪼개기
21세기 초의 키워드는 단연, ‘탈중앙화’와 ‘분산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다. 신기하게 이 법칙이 적용안되는 분야가 거의 없는 듯하다.
인간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화폐를 탈중앙화/분산화할 수 있다고 인류가 마음먹은 순간, 대체 이 법칙이 무쇠처럼 단단하게 잠그어진 인류역사의 금기들에 적용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라고 우리 ‘동료인간'들은 P2P 로 활발한 대화들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스팀잇에서 처음 들은 단어 ‘동료인간’, 이 단어가 내 머리에서 며칠간 떠나질 않았다. 그 단어는 인류라는 단어보다 친근감있어서 내가 배려해줘야 할 사람들처럼 그렇게 다가온다. 그런데 그 말을 처음 쓰신 스티미언님의 글을 다시 찾을 수가 없다. ㅜ ㅜ 이 글을 보신다면, 제발 본인이 만들었다고 claim 해주시기 바람)
@dakfn님이 며칠전 올린 [심각한 경제이야기] 어쩌면, 거품이 꺼지지 않는 시대의 도래(https://steemkr.com/kr/@dakfn/3oknqx) 의 글을 보면서,
그래,,, 동료인간들이 천기누설을 알아버렸네. 왜 거품이 꺼지지 않지? 미국이 양적완화를 그렇게 해대도 correction 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 2만불을 친후, 다시 8천불로 correction 이 되었는데) 미국인들만 써야할 달러가 전 세계 온 인류의 화폐라는 생각을 여전히 고수하며 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심각한 거품을 받쳐주고 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 하나하나 인 것이다. 우리는 더욱더 큰 권력앞에서 그들의 시스템을 힘겹게 받쳐주며 눈물을 머금고, 그들의 돈이 양적완화 한 만큼의 가치가 유지되도록 열심히 대출받아 차도 사고 집도 사는 것이다.
나도 람보르기니 하나는 있어야 되고, 나도 40평 아파트 강남에 한 채 있어야지.. 하고 모든 사람이 바라게 되는 것은 사실 경제 상위 1프로에겐 너무나 반가운 소식인 것이다.
모든 사람의 부의 기준이 비슷하게 돌아가는 이 시대에, 나는 좀 허무맹랑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부를 탐색해 보기로 했다. 나와 같은 동료인간들은 나의 이런 마음도 이해가 될 것이다. 특히 스팀잇에 들어오는 많은 분들이 모두들 자신의 독특한 개성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많은데, 부의 개념도 탈중앙화/분산화 해보는 시도가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공감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팔로우 하는 @rbaggo 님은 포스팅 앞 문구에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은 나보다 부자일지 모르나 나보다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 말은 내게 어떠한 하나의 일침으로 다가온다. 진정한 부자의 정의가 무엇일까? 절대적 자유가 풍부한 사람? 아니면, 돈을 목적으로, 돈 자체를 위시하기 위한 부(富)? 사실 후자의 개념도 어느 정도 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죽기살기로 돈 버는것 아닌가? 노예의 삶을 살아도 부자만 되면 좋겠다는 사람이 이 세상엔 많이 있지 않은가? 잘 잘못을 떠나서 현상만 보면 말이다.
대체, ‘나의 부’를 정의내리려는 나에게는, 어디까지가 진정한 부이고 어디까지가 타협된 부인지 개념정리 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고민을 살짝 하는 동안, 역시 구하면 얻어진다고,,, 철학자 헤겔이 내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변증법으로 유명하고,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현대철학에서 빼놓고는 철학을 얘기할 수 없다는 헤겔이지만, 책을 펴본적도 없고 머리아파서 그다지 파헤쳐 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갑자기 그의 말 중 하나가 내 머리를 강하게 쳤다.
“당신이라고 믿고 있는 에고(ego) 안에도, 주인과 노예가 공존한다.
당신은 주인으로 살기를 원하지만, 노예없이 주인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주인된 삶이 멋진 삶이고 노예는 필요치도 않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땅을 파고 사물과 관계를 맺는 노예가 주인을 먹여 살리기에, 사실은 더 독립적이고 실체적인 주체이고 그에 의존해서 받아먹는 주인이 의존적 개체라는 걸 알고 있는가?”
“엥? 노예가 독립적 주체라고? 주인이 사실 노예에 의존하니 비독립적이라고? 오~ 이건 좀 신선한데?”
이렇게 시작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잠정적이지만(내일 또 다른 결론을 내릴지도 모르니), 뭔가 선명한 해법을 줄 것도 같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헤겔은 19세기 초에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에고(ego)를 이런 식으로 나눌 생각을….
양자물리학, 나노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나의 ego 하나 쪼개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일거 같다. 헤겔은 지금 시대에 더 잘 이해될 수도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의해 나뉘어진 에고의 주인과 노예.
우리의 에고는 사실 주인이 훨씬 쎄다. 사람마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고, 내가 잘 하는 것을 칭찬해주면 우리는 어깨가 으쓱해진다. 궂이 남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내가 어떤 어려운 것을 해냈을 때 그 보람과 보상은 나를 으쓱하게 만든다. 그리고 누군가 나의 실수를 찝어내고 나의 모자라는 점을 들춰내거나 나의 치부를 드러내면 어떤 사람은 공격적이 되고 어떤 사람은 자기비하를 한다. 이 또한 남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내가 내 자신을 꾸짖거나 비하하고 부끄러워 할때도 많다.
이것은 모두 우리의 에고가 주인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의 증거이다.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자기비하의 마음이 강할때, ‘바로 그거야, 나는 딱 그렇게 살길 원해’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 에고 안에서 노예가 주인에 의해 무시를 당하는 순간이 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딱 마찬가지이다. 삼성이 삼성을 먹여살리는 노동자들과 직원을 노예로만 대하는 순간, 정부가 국민들을 국고를 채워주는 세금납부자로만 보는 순간, 경제상위층 1프로가 자신들의 돈의 가치를, 푼돈으로 꾸역꾸역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99프로의 서민을 무시하는 순간! 노예들은 혁명을 일으킨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심지어 자결을 하고, 세금을 탈세하기 시작하고, 그들의 화폐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화폐를 만들어 버린다.
그럼 내 에고 안의 주인이 노예를 무시할때 노예는 어떤 반란을 일으킬까?
“야, 너 주인! 나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네가 타인의 노예로 살게 될껄? 그때가서, 나한테 다시와서 잘해보자 미안했다 해도 소용없어. 안봐줄거야.”
라고 엄포를 놓을 때까지도 내 안의 노예를 한번도 배려하지 않았다면 ‘나의 자유와 부’는 심각한 타격을 맛 봐오면서 살아왔을 경우가 높다.
‘나는 왜 자유롭지 못한가? 왜 나는 나의 부를 쌓지 못하고 있는가? 왜 나는 남에게 그리도 휘둘리는가?’ 라는 의문이 떠난 적이 없다면 내 안의 에고에 깃들어 있는 나의 노예에 오늘 한번 귀를 기울여 봐야 할 것같다.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사실, 내 안을 잘 보듬지 못해 일어난 결과들이라고 생각한다. 내 안에서 주인과 노예가 서로를 인정하고 노예는 주인의 배려를 받으며 열심히 일 해주고, 주인은 그 이익으로 더 높은 가치를 창조해 내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나의 자유와 부’를 내가 맛볼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안의 노예를 배려해 주는 주인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내 노예를 무시하고 타인의 노예가 될 것인가?
기억해야 될 것은 내 노예를 무시하는 순간, 주인은 더이상 독립적인 존재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노예가 없다면 주인도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같다.
그리고 이런 결론은 나에게 신선한 가르침이 되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있는데, 그 일이 하기 싫어질때, 난 기억을 상기하고 나에게 물을 것이다.
‘이걸 할래 아님 다른데가서 쥐꼬리같은 시급받고 일할래?’
답은 항상 정해져 있고 그 답이 마음에 든다면,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의 주인으로 살 수 있고, 나 아닌 그 누구에게도 나를 노예대접할 권리를 양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만큼은 믿는다. 그리고 그 어려운 개념, 에고의 탈중앙화/분산화를 생각해 낸 헤겔에게 비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1. 사람들은 왜 열광하는가?>>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2. 16세기의 광부와 21세기의 광부>>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3. 새로운 시대의 신개념 전쟁>>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4.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최상극의 권리, Sovereign Individual>>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5. Personal ICO 가 실현되는 세상>>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6. 17세기 카페와 스팀잇의 공통점>>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7. 지구탈출,, 중력을 저항하는 밀레니얼 세대들>>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8. 내부고발자(whistle-blower)가 요청되는 사회>>
<<내가 바라본 크립토월드 - 9. 도대체 e-residence 가 뭐지? 유럽의 작은나라, 에스토니아의 e-residency 프로그램을 파헤쳐 봤다.>>
<<내가 바라본 크립토월드 - 10. 이제 우주도 국가차원이 아닌 개인이 접수한다. - Elon Musk 의 꿈>>
Cheer Up!
새로운 시각을 공부할 수 있었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요.
글 잘읽었습니다. 독특현 견해가 흥미롭네요.
팔로우하고가요
이곳에서 저도 많은 영향을 받고 주고 하는게 정말 즐겁네요.
감사합니다.
@ddd67 님 새해에는 에고의 탈중앙화/분산화와 더불어 스팀의 집중화를 이루시길 바래요. ( _ _ )
탈중화/분산화가 너무 되다보면 또 집중화도 일어나겠죠. ㅎㅎ
그래도 분산될때 사실 좀 즐거운 일이 많이 일어나는거 같아요 개인적으론.
동료의 연대!
네, 우리 인간들을 모두 동료로 생각하면 참 멋진 일들이 많이 일어날거 같아요.
꿈이라도 꿔볼려구요.ㅎㅎ
어둠이 없으면 빛이 없듯. 노예가 없으면 그 반대 개념인 주인도 없다라. 굉장히 흥미로운 주장이네요..ㅎㅎ 그리고 그 노예야말로 독립적인 주체라는 말에서 굉장히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항상 우리는 우리를 소유했다고(자기소유권) 말하지만, 사실 우리가 뜻하는 대로 되지않는 것이 삶이죠. 우리는 많은 내적 갈등을 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니까요.. 이런 사실들을 탈 중앙화랑 엮으시다니. 감탄합니다!
일은 헤겔이 다하고 저는 다된 밥상에 숟가락만...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