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싫다고 하지 않았냐"와 가해자 감성에 젖은 이들에 대해
승무원들에게 회장이 나타나면 팔짱을 끼게 하고, 안아주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시키고, 찬양가를 지어 부르게 시켰다는 항공 회사의 갑질 내용은 듣기 불쾌하다. 불쾌한 기사제목을 클릭해보자. 거북한 기사내용이 나온다. 거북한 기사의 끝에는 더 거북스러운 댓글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싫으면 진작 싫다고 하지 왜 다 해놓고 딴 말이냐", "돈이 좋아서 저래놓고 왜 이제 싫다고 난리냐"
비상식적인 폭력을 당한 이들에게 냉소와 비웃음으로 자신의 정상성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은 이렇게 비웃고 있음으로서 상식적인 위치에 있어보일거라 착각하지만, 그들의 무식함. 고통과 피해에 대한 무지함이야말로 정말 꺼내기 거북스러운 비상식과 잇닿아있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생각해보아야한다. 동네에서 강도들에게 칼을 맞은 사람들에게 "칼을 왜 피하지 않냐?"고 시크하게 물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동네에 살지 않거나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 밖에 없다. 성희롱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왜 거부하지 않았냐?"고 묻는 사람들은 성폭행 피해의 위험이 없거나,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 밖에 없다.
피해의 위험이 없는 것, 아무런 생각 없어도 살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권력에 속한다. 당신의 안전과 당신의 무지함은 당연한 것도, 자랑스러운 것도 아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당연함이 남들에게도 똑같은 당연함으로 받아질거라 믿고 행동해도 지금껏 아무도 의심 없어보이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권력적 사고에 익숙했었기 때문이다.
모든 폭력의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고발에 대해 "그 정도껏 가지고 난리냐고", "왜 그때 말하지 않고 이제와서 말하냐고" 한다. 피해를 '그 정도껏'이라 칭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정도'가 상식이어서가 아니라 철저히 가해자적 권력에 익숙한 사고방식 때문인 것이다. 그 고통을 이제까지 혼자 참아내도록 내버려 둔 것이 권력인 것이다.
이런 사고에 젖은 사람들은 피해자의 고통보다는 가해자의 문제제기 당함에 감수성을 느끼는 표현을 쓴다. 일베 사이트의 단어사용은 이런 특징을 잘 나타낸다. 글의 작성자가 여러 댓글로 비난을 받을 때 '민주화 당했다'며 낄낄거리는 그들의 표현에는 독재정권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비웃고, 차라리 독재 권력자의 고통에 대한 이해에 근접하려는 감성이 담겨있다. 승무원의 갑질 호소에 되려 승무원들을 비난하는 이들과 일베가 겹쳐보이는 것은 이것이 한 특정사이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이에 만연한 사고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갑질에 의해 회장을 안아야하고, 억지눈물을 흘리고, 찬양해야했던 승무원들의 고통과 비로소 용기를 낸 호소보다는 "왜 싫다고 하지 않았냐"라는 질문이 더 상식적으로 와닿는 사람들은 자신의 상식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피해를 피할 수도 있었다는 섣부른 말과 판단은 피해 당사자가 아닌 이상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단지 자신의 권력적 사고에 젖은 감수성. 가해자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것이 싫어 피해자를 탓하며 물타려 들었던 것은 아닌지.
내게 당장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에게 "노"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있겠습니까..
맞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어찌저찌 타고 들어와 글하나 읽고 너무 좋아 이 글 저글 읽고 댓글 남깁니다. 어떤일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이편 저편에 서는 것이 아닌 서로에 입장, 그리고 제 3자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리고 마무리로 개인적인 입장까지.. 어떤이들은 각각의 입장에 대한 비판을 하겠지만 저같은 어떤이들은 다른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만한 글들 인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글, 기사, 논문 등등을 읽다보면 비판할 만한것들, 모순 등을 찾는 버릇이 있는데 얼리버드님 글을 읽다 보니 오히려 공감하게 되네요. 좋은 글들 감사하고 팔로우 하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그냥 자기가 당해봐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맹신에 똘똘 뭉친 바보들일 뿐입니다. 자기는 둘 째 치고 자신의 소중한 누군가가 같은 입장에 처했어도 같은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사람들이 많은게 안타깝죠.
공감능력이 결여된 불쌍한 사람일거라 여겨봅니다.
맞아요.. 그런 일을 안 당해봤다는게. 남의 일이라는게 자랑은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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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질문 드려봅니다.
성적 터치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거부의사" 를 표현하지 않았다고 할때 터치를 하는 주체가 상대방의 숨겨진 "거부의사"를 알아채지 못한다고 한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 있나요?
The Law is reason free from passion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법은 감정이 배제된 이성" 이라는 뜻인데요. 법적인 판단과 집행을 하고자 한다면 가해자에 대한 동정도 피해자에 대한 동정도 배제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피해자의 눈물에 공감하는 것은 바람직하기만 한 일일까요?
무조건적으로 피해를 주장하는 측의 감정에 공감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버리고 유죄추정을 하라는 얘기와 다른것인가요?
"아 미안. 네가 싫어하는지 몰랐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권력입니다. 사장은 직원에게 성희롱 인격모욕등을 하고 잊어버릴 수 있지만, 직원은 사장에게 성희롱을 하고 "아. 기억은 잘 안나는데 그때 제가 뭐라 했었죠? 그게 불쾌하셨다구요?"같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모를 수 있는 것. 잊고 살 수 있는 것이 권력입니다. 아시아나 항공사에서 승무원들에게 회장님을 안아드려라. 사랑한다고 말하고 노래해라. 이 경우 명백히 갑질이며, 권력형 가해입니다. 피해자가 거부의사를 표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면에 피해를 당하면서도 거부의사를 표할 수 없게 했던 권력구조에 주목하면서 이해해야합니다.
이 글은 피해자에게 동정하자는 말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동정하지 말자"는 글입니다. 피해사실을 침묵시켰던 가해 구조를 외면하는 것이 감정을 배제한 냉철한 이성은 아니죠. 오히려 가해자에게 감정이입이 들어간 것이죠. 인용하셨던 문구 "법은 감정이 배제된 이성이다"라고 말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The worst form of inequality is to try to make unequal things equal"(불평등의 가장 나쁜 형태는 불평등한 것을 평등한 것으로 보려는 것이다)고 말했던 것도 주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글의 무슨 부분이 무조건 피해를 주장하는 측의 감정에 공감강요로 느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의 답변에서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생각합니다.
2/3. 원고에게 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냐는 개개 사건의 정황파악상 아주 기본적으로 확인되어야 할 질문을 하는것이 가해자적 감수성이고 대신 원고에게 공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본문의 논지로 이해 했습니다. 양예원씨의 예처럼 거부의사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케이스도 있고, 터치가 이루어질 당시에는 좀 불편했지만 거부의사를 표현할 정도로 까지는 싫지 않았다가 모종의 이유로 후에 마음이 돌아서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미투운동이랍시고 적게는 몇년, 길게는 십수년이 지난 후에 그것은 성추행/성폭행 이었다고 주장을 하는데, 증거도 남아있지 않고 원고와 피고의 증언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냐는 질문을 하지 않는게 옳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