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1년 그리고 Move In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은 울기 좋은 날 - 이승환]
정작 울고 싶을 때는 절대 이 노래를 듣지 않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 흐믓할 때 그러면서 뭔가 모르게 좀 짠할 때 이 노래가 생각나요 ㅎ


안녕하세요 미술관입니다~

영어 단어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 말이 있는데도 한글보다 더 알맞는 혹은 더 그럴싸한 단어들이 있어요.
저에게는 move-in도 그런 단어 중에 하나입니다. 왠지 그냥 이사라는 말보다 이사가 가지는 더 많은 의미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저만의 생각이지만요.ㅎㅎ


내일 이사를 갑니다.
벌써 이 조그만 방에 온지 1년이 지났네요.ㅎ
1년이라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습니다.
어쩌면 제가 살아온 그 어떤 1년보다 힘들었고, 기뻤고, 스펙타클했고, 빨리 지나가서 그만큼 소중했던 1년이었던 거 같습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ㅎㅎ 참 평탄하게, 별 일 없이, 부자집 도련님처럼 살아왔었는데 이번 한 해는 하루하루가 생각날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 1년 소중한 제 휴식과 잠을 책임져 준 방을 떠나게 되네요.ㅎ

생각해보니 이사를 많이 다녔다면 많이 다녔습니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계속 옮겨다녔으니까요.
낙성대부터 시작해서 흐음.. 하나. 둘...여덟번 이번까지 아홉번의 이사를 하게 되네요.ㅎ
다 나름의 사정이 있어 1년, 2년 길게는 4년을 살다가 이사를 계속 다녔더니.. 이제 더이상 이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잘 안들지만 어쩔 수 있나요 이사를 많이 다니는 것도 다 제 책임이겠죠. ㅎ
매번 새 집을 가는 것이 은근 설레고 여기 가면 더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지만
이번 이사는 그 생각이 더 간절해지는 거 같습니다 ^^

어제 오늘, 자주 가던 집들에 가서 이사간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래봐야 1년 산거고 요새 뭐 이런 게 필요한 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동안 제 밥을, 커피를, 안주를 책임져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는 하고 싶어서 ㅎㅎ
오늘은 평일에 자주 가서 스팀잇을 하던 커피숍 사장님과 알바분에게 인사를 했더니..
그동안 고마웠다고 쿠키를 챙겨주시네요.. 감사해야할 사람은 나인데.. 커피숍을 나오면서 생각난 노래가 바로 [오늘은 울기 좋은 날]입니다.


이 방에서 1년.
참 얻은 게 많은데 그 중에 세 개만 블록체인에 그리고 마음에 새겨보려합니다.

하나.
감자 맛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걸 몰랐던 게 이상한 거 아냐? 라고 하시겠지만.ㅎㅎㅎ
전 그 동안 감자를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는 편식이 아주 심해서 안 먹는게 많았지요.
그러다가 조금씩 음식의 맛을 알게되면서 못 먹는 건 거의 없어졌는데 안 먹는 건 꽤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감자였어요.
사람들이 신이 내린 음식이라고 해도, 감자탕은 감자 먹는 맛으로 먹는 거라고 해도 전 거의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오죽했으면 3분카레를 먹고 나면 감자만 옆에 쌓여있을 정도였으니까요.ㅎ

하지만 이제 알았습니다.
감자가 저에게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맛없는 거라고 이미 결정해버렸었다는 것을.
알아보려 하지 않고 느껴보려 하지 않고 그냥 '저건 맛없는 거야' 라고 판단해버렸다는 것을.
아직 전 제가 어떤 것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지 못합니다. 아마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앞으로 새 집에서 살게되는 다른 시간들에서는 이런 생각들을 깨는 노력을 더 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둘.
스팀잇을 하게 되었습니다.

1년 동안 스팀잇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참 기대도 컸는데.. 그 기대만큼이나 스팀잇이라는 시스템은 실망을 줬던 거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나마 투자란 것을 했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SMT가 나오면 스팀이라는 플랫폼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전 스팀이란 플랫폼에 투자한 게 아니었습니다. 스팀잇이라는 사람이 사는 마을에 투자를 한 것이지요.

절대 스팀잇 안에 사람들에게 실망한 건 아닙니다 .
아직도 제 자신이 움츠려들 때 자신을 사랑해야한다고 말해주는 스승님이 계시고..(아이디를 말하고 싶어서 움찔)
살짝 우울해질 때 기분 좋게 해주는 글을 써주는 분들이 계시고...
이 계절에 듣기 좋은 음악을 추천해 주시는 분들, 어디 여행을 가서 제가 보고 찍은 것보다 더 좋은 사진을 보여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블록체인이고 코인이고 경제고 세계사고 철학이고... 어디에서 열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글들을 써주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참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것은 분명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 1년, 이 스팀잇에 몸 담게 되고, 좋은 분들과 친해지고(맞죠 친해진거?), 사랑받게 되어서(누가?)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
말은 이래놓고 파워다운하고 있네요.ㅋㅋㅋㅋㅋㅋㅋ
빚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언제든 갚겠습니다!


셋.
물어보기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남한테 신세지는 걸 참 싫어해서.. 누구한테 뭘 물어보거나 부탁하는 걸 못 했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모르는 사람에게 핸드폰 한번만 쓰게 해달라는 말을 못해서 소중한 사람을 한 시간이나 헤매게 한 적도 있었죠.ㅎㅎ
올 한해 많이 나아졌습니다. 나아졌다는 말이 맞는 거 같습니다. 잘못된 것이었던 만큼.
어디가서 모르는 길이면 그냥 물어보고 뭘 찾을 때도 모르겠으면 바로 물어보고. 피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것저것 부탁해보기도 하고. 가격 흥정도 하고.ㅋㅋㅋㅋㅋ
예전에는 이렇게 물어보는 거 자체가 그 사람에게 신세를 진다는 생각을 했었나봅니다. 그리고 물론 귀찮음도 한 몫을 했구요.
이런 생각을 많이 버리니..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전화로 물어보는 것도,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는 것까지..
새로운 세상이 열리더군요.
참 많은 것을 내 안에 가둬두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번만 물어보면, 혹은 찾아보면 더 많은 시간을 다른데 쓸 수도 있고 같이 있는 사람도 더 편할 수 있는데
왜 그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했던 걸까요.

저번 포스팅에서 쓴

나는 잠깐 수줍고 오랫동안 행복하오

라는 말이 와 닿은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잠깐의 수줍음 혹은 내 딴에는 창피함이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데 그걸 몰랐었으니까요.ㅎ(참 드라마 대사를 내 맘대로 해석했죠?ㅎㅎ)

내 자신이 보수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안 했었는데.. 어찌보면 전 정말 보수적인 사람이었던 같네요.ㅎ
그래도 이제나마 알게 되고 깨우치고 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방에서 지낸 1년 동안 그걸 알아갔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뭐 이런 병신이 다 있어? 라는 생각하시는 거 아니죠?ㅎㅎ
아직은 한 명의 제대로된 인간이라고 부르기엔 살짝 부족한 거 같네요.
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어른이 되기 위해..
이사가는 새집에서도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

1년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여러 스팀잇 분들 그리고 인간 만들어주신 선생님.
여러 스승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아 자주 가던 맥주집에 인사를 못 드렸네요.. 그 집 소세지 잘하는데..
낼 아침부터 이사가야하니 오늘은 참아야할까요? 맥주는 음료수겠죠?

기~~인 뻘 글 읽어주셔서 어느 때보다 감사드립니다.ㅎㅎ

P.S 지금 이 방으로 내일 이사오실 분들도 언젠가 이사가실 때 잘 되서 나가시길 ^^

후문.jpg
(@heeyaa35 리안님 보팅하고 가신거 다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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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선한 분 같네요 ~.

ㅎㅎ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

이사 잘 하시고, 새 집에서는 더욱 좋은 일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D

그런데 왜 스팀잇에서도 방을 빼시는 듯한 말씀을..ㅠ

절대 방을 빼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방 빼게 되면 꼭 인사드리고 갈거에요.ㅎㅎ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machellin님 ^^
새집에서 또 다시 자주 뵐게요~~

미술관님 이사는 무난히 마치셨나 보네요. ^^
자주 오세요~~ :D

어느날 문득 어떤 음식이 맛있어지는 날이 있는 것 같아요. 소소하지만 큰 기쁨인 것 같아요. 새로운 곳에서 좋은 시작하시길...:)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
이사가는 곳이 마음에 들어서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네요 ㅎㅎ
우선 이사만 순탄히 마무리되기 바래야겠습니다. ㅎ

ㅋㅋㅋㅋㅋㅋ
이렁..
카레 먹다가 감자를 옆에 골라 놓으면
한대 쥐박아요 ㅎㅎㅎㅎㅎ
감자 맛있어요...^^*

ㅎㅎㅎ 네 이제 맛있어요!!!
닭볶음탕이나 카레에 감자는 찾아먹는 답니다.ㅋㅋ 놀러가서 바베큐하고 남은 숯에 구워먹는 감자도 아주 일품이더군요.ㅎㅎ

이사하는 곳에 상관없이 이사는 항상 설레요. 다음 집에서도 좋은 추억 쌓으시길 바랄께요.
근데 감자 맛있는 걸 아는 데 엄청 오래 걸리셨군요ㅋㅋㅋ

감사합니다 써니님~~~ ㅎ
진짜 오래 걸렸죠? ㅋ 그래도 아직 남은 생이 많아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겠네요.ㅎ
언제 감자 요리 포스팅 한번 해주세요~~~
아 그리고 사진을 못 찍었는데.. 브리치즈 구이 정말 맛있게 해먹었어요.ㅎ
같이 먹는 사람들도 좋아했구요 정말 감사드려요 써니님~~ ^^

😆 앗! 직접 만드시고 다른 분들과 함께 즐기셨다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드려야죠!! 덕분에 요리사 흉내라도 냈으니..ㅎㅎ
그리고 정말 맛있더라구요 ^^ 꿀이 신의 한수였다는 이야기도 듣고 ㅎㅎ
쉬운 요리 마니 가르쳐주세요 ^^

넵. 😆 요새 요리 글 안 썼는데 이 답글을 보니깐 생각나는 맥주 안주가 있어요. ㅋㅋㅋ 주말쯤 해서 쓰겠습니다!!!

이사를 축하드려요. 짝짝짝. 막상 떠날 때보면 그간 좋은 기억이 많이 떠오르지요.
주변 이웃들과 마음을 많이 나누셨나봐요.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 보기 드문 이웃이시네요^^

감사합니다 쏠메님~~ 이웃은 아무도 모르고... 가게 사장님들만 아네요 ㅎ 오피스텔은 옆집 사람에게 말걸기도 무섭^^
떠나려고 하니 좋은 생각이 많이 드는건 사실이네요 신기하게두 ㅎ 근데 이제 들어온다는 버거킹이 아쉬워지구 저 커피숍도 아쉽구 그러네요 ㅎㅎ

더 좋은 곳으로 이사가시길 바래요.
그곳에서도 좋은 사람들과 멋진 추억, 따뜻한 행복 쌓으시길. :)

이것저것 한다고 이 댓글을 일주일만에 다네요.ㅎ
인터넷은 바로 설치했는데..ㅎㅎ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불이님~~

만감이 교차하시겠네요.
이번엔 더 좋은 집에서 멋진 추억들 더 많이 쌓으시길요!

1년이 우찌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ㅎ
새 집에서의 1년도 뭔가를 얻어가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이사 가시는군요. 더 좋은 곳으로 가시는거겠죠? ^^
1년동안 얻은게 많으시네요.
앞으로 이사가는 집에선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거에요~!

네 정말 더 좋은 곳으로 왔습니다~~
이 집에서의 새로운 삶에서도 많이 얻었으면 좋겠네요 정말 ^^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feelsogood님 ^^

안먹던걸 먹게되고.. 물어보는디 주저함이 없어지고..
이거...
아저씨가 되어가는 증거인데요 ㅡ.ㅡ;;;
새로 이사가시는 집에선 즐겁고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

엇... 아...
이게 바로 팩트폭행...정답이네요..ㅋㅋ 아저씨.ㅎㅎ
이사 잘 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