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무사 척준경 이야기 번외편 : 친구의 이름이 하필...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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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에 척준경 이야기를 썼습니다만, 이 남자는 사극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한 정도가 아니라 넘치는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척준경은 원래 양수척 출신이에요. 양수척은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며 생업을 이어나가는 최하층의 계층을 뜻합니다. 향과 소, 부곡이라는 땅에 묶여 산다고 해서 향소부곡민이라 불리던 이들도 있었지요. 이들은 중세 서양으로 치면 농노 쯤은 되는 사람들입니다. 양수척은 그 이하였죠. 요즘 기준에서는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이들이랄까요. 유럽의 집시 쯤 되는 지위였습니다.

양수척은 행상을 하고 점을 치고 광대 노릇을 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사기, 절도, 패싸움 등을 일으켰습니다. 성공하기 전 척준경의 삶을 보면, 경제력에 비추어서는 말을 사고 탈 만한 기회가 보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일반 사병으로 참가한 첫 전투에 운 좋게 말과 무기를 얻고는 고려군을 전멸의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그렇다면 양수척 시절에 말을 얻었고 또 타고 다녔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 마디로 강도패의 일원이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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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준경이 원래 양수척은 아니었습니다. 고향 동네의 겨우 먹고 사는 최말단 향리의 아들이었습니다. 즉 그는 가출을 한 것입니다. 글공부를 하지 않고 격투술만 익히던 성장기였으니,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무뢰배가 전국을 떠돌며 방황하다가 왕족의 대저택에 힘쓰는 종으로 간신히 취직을 하지요. 그리고 그 왕족은 쿠데타를 통해 고려의 왕이 됩니다.

주인집이 왕궁으로 바뀌자 척준경 역시 궁에 묻어갑니다. 궁중행사 보조요원 쯤 되는 등급 외 공무원이었지요. 그러나 임금을 받는 자리였습니다. 밥술은 먹을 수 있는 삶이었죠. 그러다가 역사의 소용돌이로 고려와 여진이 충돌하고, 고려의 여진정벌이 시작되자 그는 기회를 찾아 일반 사병으로 전쟁터에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이후 그의 전공은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여진정벌을 통틀어 위기에 빠진 고려군을 도합 십만 명 이상 구해내고, 몇
번이나 단지 혼자만의 무력으로 결정적 승리를 가져옵니다. 그러면서 민중의 스타가 되고 한때 약수척이었던 사내는 무려 후작이라는 귀족의 작위를 수여받지요. 나중에는 고려 최고의 실권자까지 됩니다.

이런 인물이 왜 아직 사극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역덕들은 바로 그의 친구 때문이라고 합니다.

척준경을 주인공으로 하는 사극이 제작된다면 반드시 중요인물로 나올 인물... 그의 이름은 '왕자지'입니다.

성이 왕씨, 이름이 자지였던 척준경의 동지는 하필이면 한때 직업이 내시였습니다. 그렇다고 고자는 아니었습니다. 고려시대의 내시는 거세하지 않았습니다. 거세한 환관과 비서직인 내시는 구분되었고 환관도 일부러 거세하는 게 아니라 사고나 병, 기형인 경우에 자연스럽게 평생직장으로 채용된 것이죠. 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내시라는 직업이 지목하는 이미지가 문제지요.

이름은 무슨 뜻일까요? 한자로는 王字之입니다. 글씨 자 자에 갈 지 자죠. 좋게 해석하면 글씨가 휘갈겨 써내려지는 모양새 정도일 것입니다. 공교로운 사실은 자 자의 두 번째 뜻이 임신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자지는 ‘그것을 임신했다’ 정도가 됩니다.

어릴 때 이름인 아명으로 부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명이 소중(紹中)이입니다.

... 물론 아명은 보통 한자가 아니라 우리말이니, 기록을 위해 적당한 글자를 찾아서 넣었겠지만 하필 한자를 뜻풀이하면 ‘가운데로 안내한다’, '가운데로 이어진다' 정도의 뜻입니다. 물론 여기서 가운데는 중앙 정계겠지요. 조정 관료가 될 만큼 잘 되라는 뜻이겠지만 무슨 소용입니까, 이름이 자지인데.

이제 마지막 탈출구가 남았습니다. 자(성인이 된 후 자신이 스스로에게 닉네임처럼 부여하는 이름)로 부르는 방법입니다. 이 사람의 자는 원장(元長)입니다. 그러니 한자를 풀면 '크고 길다'는 뜻이 됩니다.

이름이 왕자지이고 가운데로 안내해 그것을 임신하며 어쩐지 소중한 것이 크고 긴 내시.

친구 탓인지 아닌지 척준경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왕자지 없는 사극 <척준경>은 불가능합니다. 척준경은 특공대인 별무반을 편성할 때 왕자지와 함께했고, 전쟁 중 위기에 빠진 왕자지를 홀로 구해냈으며 나중에는 그와 함게 유격대를 조직해 게릴라전까지 수행합니다. 빼려야 뺄 수 없는 인물이지요. 이래서 사람은 친구를 잘 만나야 합니다. 한국사 최강의 무장 척준경은 현대 한국인에게 무명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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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방해꾼이네요. 사극에서 자막처리하기도 부담스러운. 가명을 써서라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네요

아하 이름이 이름이 아쉽네요. 우리 나라 무장과 무술들에 대한 이야기가 중국 무협처럼 잘 만들어져도 참 좋을듯한데 여기 아주 좋은 인물을 놓고도 주변이름 때문에 만들기 어렵다니....

오히려 왕자지를 주인공으로해서 정면돌파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임팩트 갑이잖아요.

역사도 이렇게 보니 재미있네요. 팔로우 보팅합니다.

ㅋㅋㅋㅋㅋ 빵터지고 갑니다 잘봤어요 !!

잘 읽고 있다가 친구 이름에서 빵 터져버렸네요ㅎㅎㅎ 올려주시는 글 늘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웃겨요 ㅋㅋㅋㅋ 재밌게봤습니다!

친구이름에서 한참 웃었네요 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아 상상해버렸어!!
"나를 소개하지! 난 척준경의 친구 왕자지, 자는 소중이다! 덤벼랏!"
ㅋㅋㅋ 적들이 웃다 죽을듯!

킹갓 지님 ㅠㅠ... 부르기 쉽지 않은 그 이름....
역시 드라마에 나오기 힘들려나요 ㅎㅎㅎ;;

킹갓지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