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과 최영미 사이
미국발 미투 운동이 한국을 휩쓸고 있습니다. 여성으로서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고발을 감행한 분들도 있습니다. 그 중 시인 최영미가 있습니다. 90년대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후일담 문학의 시대를 열어젖힌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 내용 속엔 여성이 바라본 남성중심의 저항과 투쟁의 민망한 속살이 곳곳에 드러납니다. 이런 식이지요<내가 운동권 그거 해 봤거든, 그거 별거 아니더라. 결국 저항한 그 남자들도 우리 여자들이 봤을 땐 파쇼적인 군사독재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아> 이렇게 동구권 사회주의의 붕괴와 함께 저항의 깃발이 서서히 내려지던 때에 내부의 환부들이 곪아터지듯이 흘러 나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팠던 공지영도 있었고, 또 누구 있었지요 암튼 좀 있었습니다. 남자들로는 박일문의 '살아남은자의 슬픔'이 생각나는군요. 그 후일담 문학이란 것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 일본의 70년대 전공투 세대 후의 문학적 경향을 빼닮은 것을 나중에 안 것은 나의 무지와 게으름 탓입니다. 이 후 시인은 이렇다 할 후속작을 남기지 못합니다. 기껏 내가 기억하는 시인은 그 시집의 말미의 추천사를 쓴 원로 문인이 최영미를 칭찬하며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추천 받은 것에 대한 기쁨를 토로하던 글들과 이 후의 한참 부족해 보이는 시집이였는지 산문집이였는지 아니면 기행문이였는지를 보면서 그녀가 어떻게 등단하게 되었는지를 다시 한 번 찾아보게 되었다는 정도 일겁니다. 이쁜게 죄가 될 수야 없지만 당시 후일담 문학으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던 최영미나 공지영를 떠올릴때면 전 늘 아픈 손가락처럼 공선옥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공선옥의 소설은 읽으면 좀 불편했습니다. 아름다운 그녀들처럼 멋스럽고 세련되지도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최영미의 담배와 공선옥의 담배는 그 맛이 달랐습니다. 무겁고 어두웠지만 공선옥이 그녀들처럼 성공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은 점점 낮고 가난한 곳으로만 흘러 갔습니다. 그 즈음 읽었던 단편 "술 먹고 담배 피우는 엄마"는 야간열차 속의 풍경 때문에 저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맥주를 권하며 자리를 마주한 사내의 그 집요한 성추행을 덤덤히 표현해 내는 공선옥을 떠올리면서 용감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한국에서 미국의 미투 운동의 불씨가 점화될 즈음 그 대열에서 공선옥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불쑥 최영미가 등장합니다. 이니셜을 썼지만 누군지 다 알 수 있는 원로 문인의 성추행을 시구에 담아 폭로하면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과 격려를 받고 있습니다. 티브이에 출연해서 자신이 철저하게 그들에게 농락당했으며 더 이상 자신을 불러주지도 않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문학계를 질타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노벨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거물급 원로 문인을 상대로 벌이는 전면전을 감히 상상하긴 힘듭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였을겁니다. 물론 그렇게 모던하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생계형 작가로 전락해 수영장 딸린 무료 거처를 호텔에 문의하고, 알 사람은 다 안다는 그 유명 원로 문인의 성추태를 20년 넘게 침묵하다 폭로하는 것이 그저 지금의 미투 운동과 그 뿌리를 같이 하는지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십여 년전 덜컹이는 야간열차 속 무지렁이 사내의 거친 손길을 집요하게 그려낸 공선옥의 펜끝은 당시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후줄그레한 일상적 성폭력에 대한 조용한 고발이였고 작가이기 이전에 여성적 용기를 필요로 했을 것임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오늘 2018년 미투의 격랑 위에 올라탄 최영미의 시는 그녀의 의도가 무엇이였던 떠들썩하고 전투적이며 상업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글이 또 길어졌습니다.
최영미 시인의 폭로를 지지합니다. 남성 작가들의 기행과 풍류로 포장된 권력형 성추행을 '왜 같이 잘 놀다 저러지' 같은 말로 옹호할 마음도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했어야 할 문제제기였다면 전 그게 최영미가 아닌 공선옥 정도는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극히 개인적인 바람정도를 끄적여본 겁니다.
과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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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글 잘읽었어요~
팔로우&보팅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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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고맙습니다. 팔로우 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공선옥 작가의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좋은 기회가 되시면 좋겠네요/댓글,보팅, 팔로우 고맙습니다.
공선옥 작가님 소시적에 좋아했던 분인데요. 추억이 새록새록 ㅋ 최영미 작가님의 폭로에도 응원을 보태봅니다. @gonair님의 시각이 새롭네요! 팔로합니다.
소시적...그러네요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댓글, 팔로우, 보팅 감사합니다.
관심있는 주제였는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공선옥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됬고 그분의 작품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그리고 미투 운동 응원합니다! 팔로우와 리스팀 하고 갈게요~
저도 응원합니다. 네, 한 번쯤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댓글, 팔로우, 보팅,리스팀 고맙습니다.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저도 공선옥님 팬이라 ㅎㅎ
리스팀해갈께요!
아이와 여행을 다니시나요? 놀러가겠습니다/댓글,보팅,리스팀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댓글,보팅 감사드립니다.
잘 읽고 보팅하고 갑니다^^
리스팀을 착각해서 잘못된 주소로 들어갔지만 덕분에 글 잘 읽었습니다/댓글, 보팅 감사합니다.
넵 저도 팔로우 하고 자주 놀러올께요^^
저랑 스팀잇 생일(?)이 같네요???
25일차 ㅎㅎㅎ
방갑습니다
오호,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