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도는 진범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 '책 읽기가 부담스러워요."라는 기사가 보여 클릭했더니 나타난
'책읽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 라는 첫문장을 보고 바로 생각난 것이 있습니다.
'음식이 싱거울땐 소금을 뿌리면 좋다' 라는 수준은 둘째치고 맞는 말을 해서
당황스러운 조선일보 리빙포인트였죠. 그야말로 전설의 레전드 기사입니다.
조선일보와 비교해서 죄송하지만 왠지 전 웃음이 났습니다. 제가 너무 거창한 시작을 바랬나봅니다.
요지는 안그래도 먹고 살기 바빠 독서시간이 부족한데 거기다 도서정가제로 인해 책값이 너무나 비싸기 때문에 더욱 부담을 주어서 점점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결국 일반도서(잡지,학습서적,만화를 제외한 책)를 작년 한해 1권도 안 읽은 성인이 전체인구의 40.1%라는 것입니다.
먼저 독서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은 마치 시들해진 연인관계에서 일방이 하루종일 문자연락 하나 없을때 늦은 밤 결국 폭발한 상대방으로부터 "야 넌 문자하나 보낼 시간없이 바쁘냐?" 라는 힐난을 받을 때와 같이 사람을 뜨끔하게끔 합니다. 기다림에 무너진 상대방의 심정은 대략 이럴 겁니다.
물론 제가 연애박사는 아닙니다만...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시간을 쏟기엔 가격적으로나 쾌락수치로 봐서나 자원을 투자해서 이득이 잘 안느껴지는 유흥이 되어버린 것, 시대에 뒤떨어져버린 것이 독서량이 줄은 실제 이유라고 다들 예상하실 겁니다. 저조차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네이버 지식인이 아닌 유튜브에 검색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좋다는 것을 잘 깨닫고 있는 것처럼요.
알랭 드 보통은 이런 상황을 두고 티비도 라디오도 없는 시대, 듬성듬성한 집들 사이에서 먼 집에 사는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즐거움에 비해 안톤 체홉의 단편선이 주는 쾌락은 그리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책에 실린 온갖 문장이 선사하는 지식을 줍는 즐거움,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들정도로 기발한 도치법, 단어와 단어사이의 긴장감과 미묘함같은 소소한 자극에서 무엇인가를 느끼려면 온전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은 정신이 필요합니다.
즉 쌩쌩한 대뇌피질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현대사회는 그렇게 여유로운 개인이 존재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한병철 교수님의 피로사회에서 보듯 애초에 끝없는 노력을 내재화하도록 압박한 사회니까요. 인터넷 신조어로서 워라밸이 라는 단어가 인기를 끄는 건 워라밸이 무너졌기 때문이고 오피스 와이프가 존재한다는 건 이러다 처자식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까먹겠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을 몰아부친 탓입니다. 몰아부치는 걸 보고도 잘한다 잘한다 했던 기존의 고위 공무원 탓이죠. 표만 받아먹고 일 안한 국회의원 탓이기도 하고요.
이 사진 사실 앞으로 엄청나게 많이 쓰일 듯 합니다.
사실 디스이즈자본주의 스타일 짤을 찾다가..
따라서 IMF 이후 독서인구는 뻔한 말로 곤두박질 칩니다. 책은 보통 1쇄가 1500 ~ 2000 부 정도 찍는데 이게 다 팔려야 다음 쇄를 찍는 것이 출판시스템입니다. 한 쇄 찍을 때 드는 최소비용을 책 사보는 소비자가 나눠내는 구조입니다. 당연히 시간이 갈 수록 대열에서 이탈자는 많아지고 책 사보려는 사람에게만 부담이 더 늘어나는거죠. 물론 쇄를 늘리고 싶으면 많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보셔서 아시듯 대형서점 판매량 순위를 돈주고 사와야합니다. 그 사오는 비용 역시 책값에 이미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우리눈에 보이는 출판시장은 무간지옥입니다.
아무튼 초대형 서점이나 오픈마켓같은 곳에선 메이커빨로 판매량빨로 총판에서 더 싸게 들여올 수 있었고 결국 그만큼 할인쿠폰을 뿌려서 싸게 팔 수 있었습니다. 박리다매죠. 지역에 이마트 들어서면 집앞 문방구까지 사라집니다. 다시 말해 동네 서점은 다 죽으란 이야기입니다. 물론 애초에 인터넷 무료배송 시스템 때문에 이미 힘들긴 했던 동네서점입니다. 저도 1년에 한두번 갈까 말까 하는데 구비된 책은 잡지와 초절정 베스트 및 스테디셀러, 만화를 빼고 90%가 초중고 학습지여서 실상은 이정도구나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 물론 이 상황도 어느정도 지나갔고 지금은 대알라딘 시대이긴 하죠 -_-;)
그냥 소비재를 파는 가게였으면 업체가 경쟁력이 떨어지는거니 다 죽으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현대국가는 이미 통계로서 책에 대한 접근성이 좋을 수록 국민문화와 국가경쟁력의 기본토양을 다져준다고 결론내렸다고 합니다. (문화로 먹고 사는 법/ 저자 우석훈을 참조) 즉 최재천 의원은 동네마다 있는 책방을 일반식당처럼 명멸하라고 뉍둘 수는 없었던 겁니다. 문제는 이미 오늘내일 할때까지 방치했다가 너무 늦은, 의미를 느끼기 힘든 수를 쓴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책값이 오르는 가장 큰 책임을 도서정가제에 묻는 건 좀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판매부수가 적어서 벌어진 책값 상승은 다른 효과를 일으키는데 어느정도 수준이상으로 책 값이 올라가면 컨텐츠나 페이지수를 떠나서 책에 들어가는 종이질과 디자인이 예뻐야 소비자에게 선택받습니다.
기본 출판비용은 더 늘어나는거죠. 소비자는 "아니 책값이 15000원이 넘어가는데 디자인이 왤케 구려? 에라 영화나 보러가자." 한다는 겁니다. 이미 떠날 맘이 가득찬 소비자에게 생산자가 갖춰야 할 구색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야말로 처절한 출판시장..
도서정가제는 기수를 높이들어 어그로를 끌었습니다. 마치 책을 안본다는 비난을 대신 맞아줄 희생양으로서 링에 오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 까지 그리고 죽는 날까지 들어야 할 '독서를 합시다.' 라는 문구는 마치 발바닥의 티눈같이 우리의 걸음과 마음을 껄끄럽게 했습니다. 자신의 정신적인 등급이 독서량으로 정해지고 곧바로 낙인되어질 것 같은 불안은 오히려 책을 멀리하게하고 동시에 멀리하게 한 이유를 향해 분노의 주먹을 휘두르게끔 합니다.
정부와 언론은 자신들이 할 일을 하지 않았으면서 우리에게 올해는 책의 해(2018년 올해가 정부지정 책의 해입니다. 25년만에 책의 해를 지정했는데 하필 통계수치가 박살;;급이라...)라며 책읽기를 강조합니다. 부담이 분노를 부릅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즉 별다른 자극없는 활동에 에너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듯이 책도 이렇고 저런 여러 쾌락 중 하나로 가볍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부담이 좀 덜어졌을 때 훈훈한 연애소설이라도 하나 태블릿에 넣어놓고 친구를 기다리는 카페에서 읽다가 싱긋이 웃어보는 그 여유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나온것이 작은 도서관 정책이지요
도서관에서 한부씩 사주면 어느정도의 출판사 역량은 확보가 되는거니까요
작은 도서관의 수량을 늘리고 기존 도서관의 도서구입비도 늘리자는 정책이 바로 꾸준한 출판량 확보를 위한 해결책중 하나입니다
꾸준히 책이 출판되면 그중에 하나쯤은 대박이나 중박정도 치는거죠
모든책이 다 대박일수는 없듯...
많이 나와야 그중에 성공하는것도 나옵니다
즉 물량이 많아야한다는걸 정부와 언론은 잊고 있는거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실제 근처 세대가 좀 나오는 새로지은 아파트 단지에는 작더라도 도서관이 하나씩 꼭 들어가 있더군요. 보면서 오호? 괜찮은데?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 데리고 가서 부모님도 같이 책을 본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죠. 확실히 너무나 대책없이 조급함만 보이는 정부와 언론과 국회의원이 헛발질 하는 것을 볼때 마다 깝깝함이 군고구마급으로 몰려옵니다.. 당장 숨을 껄떡이고 있는 출판업계는 얼마나 좌절스러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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