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자영농노의 삶-장사일기> 최저임금과 알바생

in #kr5 years ago

여기서 배로 20분 정도 가면 영국령 섬 앙귈라가 있다.
매년 8월 첫째주 월요일부터 여름축제가 열려서 여기 사는 party people도 많이들 간다고 들었다.
작년에 그것도 모르고 가게 문을 열었다가 평소보다 손님이 너무 없어서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올해는 그냥 가게 문 닫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했는데, 그랬는데,

이번달에 갑자기 알바생이 생기는 바람에 알바비를 벌기 위해 문을 열었다..참 모냥 빠지고로 ㅋㅋ
사실 남편이랑 둘이서만 할 때는 장사가 안되는 특별한 날이 예측이 되면, 예를 들면 다들 쉬는 공휴일,
쉬는게 남는것이다ㅡ라는 마인드로 그냥 장사를 안한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체력을 비축한달까.
그러나 알바생이라도 한 명이 생기면 얘기가 참 달라진다.

알바생은 우리 단골손님의 17살짜리 아들래미인데 방학동안 한 달만 시켜주면 안되겠냐고 해서 지금 데리고 있다.
한 번도 알바를 해본 적 없는 (키가 184cm의) 베이비라서 우리도 특별하게 바라는 것은 없고
그냥 약간의 허드렛일 정도 해주면 우리도 조금이나마 일찍 끝나고 할 것 같아서 일을 시켰는데
역시 젊어서인지(?) 일 배우는 속도가 빠릿빠릿 해서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된다.
방학이 끝나면 근로계약도 끝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알바가 있다가 없는 알바의 빈자리란 생각보다 큰 것.

프랑스는 최저로 계약 가능한 근로시간이 주당 25시간이고 그 이하의 시간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근로자에게 어느 정도의 수입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마련해 놓은 장치 인것 같기도 한데
우리가 작년에 알바를 써보니 여기도 여러가지 맹점이 있었다.
알바도 하루 5시간을 일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알바 입장에서도 계약서 써가며 (=세금 내가며) 주 25시간짜리 하느니 차라리 풀타임 (주35시간 이상) 하거나 월급을 캐시로 받기를 원하는데
우리같이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서 그것도 점심에만 장사를 하는 사장 입장에서는 하루 5시간까지 알바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고, 그러니 매출 신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풀타임은 더더욱 무리이며 부담이다.

이 쯤 되면 ‘하 그냥 캐시잡으로 가자’ 할 수도 있지만
남편은 내국인이이어도 내가 여기서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에
너도 나도 다하는 그런, 흔하디 흔해서 불법인지 아닌지 감각이 없는 이런 일을 했다가
재수 없어서 걸리면 폐업하고 벌금 엄청 내고 난 심지어 추방 될 수도 있쟈나?
물론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작년에 알바 뽑을 때 열이면 열 (사실 열명까진 안옴ㅋㅋㅋㅋ) 다 월급 캐시로 받고 싶다고 해서 곤란했다.
우린 각종 세금 회계사 비용이 더 들어도 계약서 쓰는걸 원칙으로 했는데
다들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이나 실업급여 같은 것들이 있는지
소득 잡히는것을 꺼려하는 눈치였다.

한국에선 사장들이 근로계약서 따위가 무어냐 4대보험이 무어냐
일단 일부터 하고 보자 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거 같은데 (나도 경험이 있음, 그래서 노동청에 진정 2번 넣어본 사람임)
이 현상이 좀 신기하면서도 이해가 됐던게

프랑스 최저임금 smic 이라는 것이 시간당 10유로 (13000원) 정도다.
우리나라랑 비교하면 많아보여도 일단 일하는 기본 근로시간이 많지 않고
거기다 차떼고 포떼는 식으로 각종 세금 떼고 나면 거의 7-8유로 선이라
주 25시간 한 달 일하면 최종적으로 알바 통장으로 들어가는 돈은 800유로 선이었던것 같다.
(사실 월급은 수표로 써줍니다)
그러니 계약서 안쓰고 캐시로 일하면 그래도 1000유로 정도는 가져갈 수 있는데
계약서 쓰는 순간 소득 잡혀 정부 지원 줄어들거나 끊겨, 세금 많이 내야 해서 소득은 줄어들어...
나라도 캐시잡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은 매우 큰 도전이 되었을 듯.

(피고용인, 고용인 둘 다 경험해보니 어쨌든 계약서는 쓰는게 모두에게 좋은 거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것임..)

암튼 이래서 알바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같았고
겨우 구해도 역시 내 입맛에 맞는 사람이란 보장이 없어서
남편과 나는 그냥 ‘야 우리 사람 쓸 능력없어 몸빵해 몸빵’ 하며
진짜 몸빵으로 버티고
매일밤 맛사지기로 생을 연명하고 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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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맛사지..
음..

프랑스 saint martin 최저 임금 이야기 잼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