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4년 만에 본 명작 '토이스토리 1'

in #kr5 years ago

이 영화가 처음 개봉했던 1995년엔 저도 어린이였습니다. 아니 어린이와 사춘기의 경계선 쯤이었을까요. 어쨌든 토이스토리란 영화가 개봉하고, 화제를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성공적이었던 이 영화는 그 속편인 투, 쓰리가 계속 나왔었죠. 저는 뭐든지 중간부터는 잘 시작하지 못하고, 정주행을 해야하는 성격인지라, 토이스토리에 입문하지 못했습니다. 투, 쓰리가 나올 때쯤엔 제가 더 이상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았을 때였죠.

나중에 애플의 역사를 톺아보며 스티브 잡스의 일생에서 픽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애플에서 쫓겨난 잡스는 픽사를 1986년에 인수했고, 그 이후에도 픽사는 실적이 지지부진했습니다. 기술은 있었지만, 그걸로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기까진 시간이 필요했죠. 그리고 1995년 토이스토리로 진정한 픽사의 성공시대가 열렸습니다. 마찬가지로 잡스 인생의 제2막도 열렸죠. 잡스는 픽사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애플에 복귀했고,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달아 출시합니다.

우리가 아는 모바일 시대가 어쩌면 픽사, 그리고 토이스토리로부터 시작됐다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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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BY-ND 2.0) photo by Loren Javier, source : https://www.flickr.com/photos/lorenjavier/3911740122

어찌됐든 이제와서 토이스토리1을 보게 된 계기는 두 가지입니다. 제가 육아인이라는 것, 그리고 토이스토리 4가 나왔다는 것이죠.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넷플릭스로 토이스토리1을 보았습니다. 4살 아들도 빠져들만큼 흡입력있는 스토리였고, 또 러닝타임도 길지 않아 괜찮았습니다.

다 보고 나니, 이 영화는 성인인 저에게도 느낀 바가 적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안 볼 때만 움직이고 말하는 장난감들은 스스로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가장 좋은 친구인 장난감이란 사실을. 그래서 새로운 장난감이 등장할 때마다 긴장합니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더 심하면 버려질까 두려운 것이죠. 그런데 새로 등장한 장난감 '버즈'는 스스로를 장난감이 아닌 진짜 '우주비행사'라고 착각합니다. 여기서부터 재미난 모험이 시작되죠. 버즈가 자신이 우주비행사가 아니고 대량생산된 장난감임을 인지하는 장면, 그리고 자신의 기존 정체성(아이의 가장 좋은 친구)을 재발견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도 누구나 자기자신이 특별하지 않음을 발견하곤 하지만, 그저 누구의 좋은 친구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찰 수 있죠.

옆집에 장난감 고문을 하는 친구네 집에 있는 장난감들이 보여준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그들은 고문자에 의해 머리가 바뀌고, 몸통이 바뀐 괴기스러운 모습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돕고 또 치료해가며 살아갑니다. 이것은 마치 소수자, 피지배인들에 대한 묘사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옆집서 장난감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모습이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찢기고 부서지는 거, 하나도 재미 없다"며 장난감이 소리치자, 아이는 혼비백산이 되서 도망갑니다.

다만 주인공이 너무나 미국적인 캐릭터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주인공은 카우보이와 우주비행사. 미국을 대표하는 캐릭터입니다. 게다가 옆집의 핍박 받는 장난감들의 반란을 주도하는 것도 카우보이죠. 젠더적으로도 주인공은 모두 남성이고, 여성 캐릭터는 하나 뿐인데 왜 소년이 그런 인형을 가지고 있는지 개연성조차 없습니다. 또한 그 여성 캐릭터인 인형은 그저 주인공과의 러브라인을 위해 존재하는 그런 느낌이죠. 이리 보는 제가 넘 삐딱한가요? ㅋ

그래도 너무나 즐겁게 본 영화입니다. 노래도, 스토리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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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일때는 양성적 놀이를 많이 한다고 봐요. 소꿉놀이나 여성성을 발휘하여 인형 놀이도 하죠. 그러니 남자아이에게 여자 인형 잠난감이 있는건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봐요 . 토이스토리의 줄거리의 큰 흐름하나 인간이 자랄수록 장남감과 멀어진다는거죠. 장난감에도 유행이 있어 장난감 집단안에서도 서열이 있었구요. ^^

그렇군요. 아직 토이스토리 1만 봐서, 장난감과 멀어지는 모습은 못 봤지만, 크리스마스마다 서열이 밀리는 장난감들이 긴장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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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최근에 다시 볼때 버즈가 장난감임을 인식하면서 오는 현타 장면이 인상깊더라구요.

그쵸. 버즈의 캐릭터, 그리고 그 현타.. 가 영화의 핵심 축인듯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