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연재를 끝낸 소감 +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칼럼들 모음

in #kr4 years ago (edited)

미디어오늘에 1년 7개월간 격주로 기고했던 칼럼 연재를 끝냈습니다.

무엇보다 칼럼 연재의 기회를 줬던 미디어오늘쪽에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게 칼럼 연재 제안을 해주고, 지치지 않고 마감 압박을 해주신 기자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에겐 지난 연재가 언론사 기자가 아닌 개인으로서 매체에 정기적으로 칼럼 형식의 글을 쓴 첫 기회였습니다. 늘 마감에 쫓겨 충분히 숙고해서 정갈한 글을 쓰지 못한 아쉬움도 많았는데요. 돌이켜보면 격주로 현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개인으로서 공론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시험해볼 수도 있었습니다.(사실 좋은 칼럼을 쓰기가 정말 어렵단 것을 매번 절실히 느꼈음..)

미디어오늘이란 미디어비평지에 제가 할 수 있는 얘기가 꽤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언론인으로서 조금은 독특한 경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0년 1월부터 매일경제신문의 주간지 매경이코노미에서 기자를 시작했고,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의 경제부에서 4개월간 짧지만 강렬한 경험을 했고, 2012년 6월부터는 한겨레신문사에서 사회부, 토요판팀, 스포츠부, 정치부, 새매체추진팀 등에서 일했습니다. 한겨레신문사의 자회사인 21세기미디어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란 매체 창간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7월 퇴사하기까지 총 8년 7개월을 기자로 일했고, 그 기간 중에 10개월간의 육아휴직 기간도 있었습니다. 2018년 11월부터 정책 연구소 LAB2050에서 2020년 4월까지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소속이 없는 개인 정책연구자이자, 고용보험 상실자이고, 취업 혹은 창업준비자입니다.(쉽게 말해 백수입니다) 칼럼을 연재하는 기간 동안 전직 언론인, 현직 정책연구자, 고용보험 상실자 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게 더 중요한 정체성은 두 아이의 양육자입니다. 이 칼럼의 연재 기간은 그 아이들이 영유아에서 어린이로 자라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제 경력과 정체성에서 상당한 글감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마감 때마다 생각의 빈곤에서 헤맸습니다.

저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특종을 잘 발굴하는 기자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취재원과 두루두루 관계를 쌓으며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타입도 아니었습니다. 글을 유려하게 잘 쓰는 편도 아니었고, 그저 부서나 팀에서 주어진 일들 겨우겨우 해내며 1인분의 몫을 해내려 애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치만 나름대로의 지향이 있었는데요. 저는 현상으로 드러나는 사건만이 아닌 문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구조에 천착하고자 했고, 모든 종류의 위계에 예민하려 했습니다.

그동안 썼던 칼럼의 주제는 주로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 언론 보도가 사회 문제 개선에 주는 영향, 혐오와 선정주의로 편향된 보도 행태, 정치 저널리즘의 문제, 공론장에서 제대로 된 숙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 등이었습니다. 또한 정책연구자로서 기본소득과 코로나 상황의 정책 대응에 대한 칼럼을 종종 쓰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오늘쪽에서 칼럼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유일하게 피드백이 왔던 칼럼은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지 않은 언론들'이었습니다. 이 칼럼에서도 언급된 지만원이란 사람이 영화 '김군'으로 다시금 조명 받는 상황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는 사건을 다루고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했습니다.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에서 '보험'으로 변했다는 표현은 '박수환 문자가 놀랍지 않다'는 칼럼에서 처음 썼는데요. 그 이후 이 '보험 비즈니스 모델'이란 용어는 저널리즘 토크쇼 J나 다른 언론 기사, 강준만·전상민의 논문 등에서 꽤 인용됐습니다. 보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설명은 칼럼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언론사는 보험에 가입한 기업의 이익에 종사하고, 보험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을 적게 낸 기업들에 보복을 한다. 이런 이유로 일선 기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데스크에게서 ‘홍보성 기사’나 ‘조지는 기사’를 발주 받는다. 그런 발주를 받은 뒤 비판할 만한 사안을 찾아서 보도하더라도 기자도 모르게 온라인에서 사라지는 기사들이 적지 않다. ‘비판’이 목적이 아니라 ‘보험상품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것이 보도의 이유였기 때문이다"

'5억원짜리 기사들은 어디갔을까'란 칼럼에선 이렇게 희망적인 기대를 적기도 했습니다.
"2020년대는 언론의 ‘먹고사니즘’이 보다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대안이 모색되는 새로운 10년이 되길 바란다. 우리 공론장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가 쓴 칼럼 중에 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글은 '재난 기본소득을 검토해보자'입니다. 이 글이 미친 영향이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는 아직 토론 중이라고 봅니다. 저도 그 토론에 참여했고, 또 앞으로도 참여할 생각입니다. 이 제안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이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 이후에 무엇을 하는가라고 봅니다.

연재 마지막 글도 기본소득을 다룬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진정한 의미'였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전하지 않습니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은 찬성과 반대 진영에서 선택적인 정보 취합을 하기가 좋은 의제입니다. 하지만 이 의제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이 실험의 구조와 배경, 핀란드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 이해를 도우면서 이 실험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해보고자 했습니다. 특히 이 칼럼의 취지는 기본소득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든간에 공론장에서 정직하고 충실한 토론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정책 의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축적된 만큼 현실과 정합성을 가지고, 사회 문제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정책에 기본소득 뿐 아니라 최근 현안인 전국민 고용보험, 부동산 정책도 예외가 아니라고 봅니다.

다시 언제 정기적으로 매체에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여러 문제의식들을 벼리고 대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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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으로 마지막으로 썼던 칼럼의 제목 부분을 캡처함.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칼럼들 아카이브

현직 기자였을 때 기고한 비정기 칼럼
20141008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관심을 가질 순 없는건가요
20150404 부동산을 둘러싼 사망사건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20160102 사람이 미래다? 두산이 우리 미래다

연재를 시작한 이후 격주로 기고한 칼럼
20181125 탄력근로제 정책패러다임 바꿔야
20181209 따옴표 저널리즘 끝내려면
20181219 조선동아가 김용균씨를 외면한 이유
20190105 죽음을 취재하는 언론의 태도
20190115 신재민 논란, 문제는 공론장의 수준이다
20190201 스카이캐슬이 한국 언론에 주는 시사점
20190213 박수환 문자가 놀랍지 않다
20190302 언론은 청년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20190314 언론이 트레바리에게 배워야 할 것
20190330 더 이상 정보는 기자의 것이 아니다
20190414 언론의 자본주의는 괜찮은가
20190427 세월호 보도를 사과하지 않는 언론들
20190512 유성기업의 무더기 제소를 보며 떠오른 기억들
20190525 솔루션 저널리즘의 전제 조건
20190609 국회의원 비례대표의 30%를 청년에게
20190622 이미지 정치는 이제 그만
20190707 지긋지긋한 꼰대정치를 끝장내자
20190721 누구의 월급에도 욕 값은 없다
20190803 서로를 극단으로 모는 프레임
20190818 한국콜마는 왜 그런 사과를 했을까
20190831 조국 논란이 길이 되려면
20190929 ‘조국 보도백서’가 필요한 이유
20191009 각자의 광장에서 들어올릴 N개 깃발을 위해
20191027 취재원 검증기구를 만들자
20191110 제주에서 기본소득을 연구한 이유
20191124 마크롱 개혁, 재정방만 보도들을 믿지 못하는 이유
20191208 언론이 만드는 노키즈존
20191222 올 한 해 고마웠던 보도들
20200105 5억원짜리 기사들은 어디갔을까
20200118 인재가 아닌 의제를 영입하라
20200128 ‘자연인’이라는 말 속에 담긴 정치혐오
20200215 아빠 위성정당이 뭐야?
20200226 재난 기본소득을 검토해보자
20200310 재난 기본소득 논쟁을 제대로 하려면
20200325 기본소득이 받는 오해와 언론의 역할
20200412 재난지원금, 선별환수를 넘어 부의 재분배로
20200425 이제는 공약집을 펼쳐볼 시간
20200507 '이천 물류창고 화재'라고 부르지 말자
20200524 실험하는 지자체와 솔루션 저널리즘
20200606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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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yeongjoongyoon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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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을 위한 휴식 후에 더 멋진 칼럼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

그동안 좋은 칼럼 연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번에 정리해서 스팀잇에 올려주셨으니,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보려 해요.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형중님!

고맙습니다^^ 저야말로 레일라님의 글들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