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일요일 ~

in #kr7 years ago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쉬는 날!!!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아쉽지만 영광스러운 컬링 은메달 경기를 시청 후
늦은 아침으로 삼겹살을 먹었다.
아침부터 삼겹살 먹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난 고기는 언제든 먹을 수 있다.
식사 후 또 한 숨 더 잘까도 생각했지만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어딘가에 이동을 할 때마다 자가용이 아니면 ktx를 타고 갔었는데
오늘은 뭔가를 빨리 해야 하지 않았으므로 남편, 아들과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경주 여행을 떠났다.
플랫폼에 들어오는 무궁화호는 정말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정말이지 기차안에서 먹는 커피와 간식은 여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경주행 차장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1달 전 오사카에서 교토를 여행했을 때의 옹기종기 집들의 경치와는 사뭇 차이가 있다.
경주여행은 터널도 많고 산과 들의 경치가 익숙한 풍경이라 더욱 정겹다.

아이와 밀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경주역이다.
20년 전 남편과 연애를 할 때 주말마다 온 경주인데,
경주역은 20년 전과 변한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경주역 바로 앞 성동시장 구경을 갔다.
언제나 재래시장 구경은 신이난다.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말이다.
해산물 중에 문어를 끔찍히 좋아하는 내가 머문 곳이 문어를 매달아서 파는 곳이었다.
먹음직스러운 문어가 크기대로 있었다.

아침을 먹고 온지 얼마 안되었지만 시장에 왔으니 먹거리를 두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칼제비가 4000원이었는데
양도 많고 국물이 완전 시원하고 구수해서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아들은 김밥이 맛이 있다고 했다.
나는 떡볶이가 더 맛이 있는 것 같았다.
떡이 쌀떡이라서 쫀득하고 양념이 푹 배어서 오뎅과 함께 말아 먹으니 더 맛이 있었다.

시장에서 나와 경주 시내를 거쳐서 대능원 길로 접어 들었다.
서울도 그렇지만 경주는 시내에
옛것과 오늘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고금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능원 길까지 걸어오니 다리가 아파왔다.
대능원 입구에서 자전거 3대를 대여해서 다시 달렸다.
선덕여왕때 천문을 관측하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첨성대로 갔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저렇게 작은 곳에서
관측이 잘 되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함을 느낀다.

다음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림이다.
계림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계절도 놓칠 수 없는 곳으로 나는 계림에 계절마다 꼭 들른다.
김알지가 태어나서 유명한 곳이지만,
이 곳 계림 숲에서 천년의 세월을 견딘 나무들이 더 많은가르침을 준다.
계림숲은 언제나 고요하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면 힘든 것들이 치유되는 것 같다.

계림숲을 지나 최부자집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몇년전 까지 공사중이라서 모습을 감추었던
월정교가 장엄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경주 이곳 저곳을 자전거로 누비다가 자전거를 반납했다.
아들이 천마총 간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내친김에 천마총도 입장을 했다.
천마총 내부를 수리 중이라서 입장료가 무료였다.
아싸~
천마총이 있는 대능원 산책을 끝으로 경주 여행을 마쳤다.

어느덧 해가 뉘엇 뉘엇.
하루가 다 갔다.
천천히 걷고, 자전거로 다니다가 멈추어서 머므르고, 다시 느린 기차를 타고
그렇게 일요일이 느리게 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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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흐 칼제비 너무 맛있을 것 같아요ㅎㅎㅎ
예전에 갔을 때 경주에서 유명한 쫄면을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

가격도 넘 저렴해요.
가격대비 완전 만족스러운 맛이었어요~

경주도... 굉장히 자전거 타고 걷거나.... 걷기에 좋은 도시 같네요... 이전에 대학 입시 끝내고.... 혼자서 경주에 자전거 타러 갔던 기억이 솔솔히 납니다... ^^

느림을 경험하기에 좋은 곳인 것 같아요.
도시가 깨끗하고 넓지 않아서요~

정말 칼제비가 먹음직하네요.
아드님과 좋은 시간 되셨겠네요.
보기 좋습니다.^^

천천히 보낸 시간들을 아들이 기억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해요~

경주에 가본적이 없는데 덕분에 여기저기 놀러간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떡볶이와 김밥도 정말 맛있아보입니다. 언젠가 가게되면 첨성대도 계림도 최부자집도 다 들려봐야겠어요~

시간이 된다면 경주는 꼭 한 번 가보세요.
경주 곳곳이 다 박물관이랍니다.

저도 재래시장 너무 좋아요 ㅎㅎ 경주는 수학여행으로만 갔었는데 다시 방문하고 싶네요 ^^

경주는 여고시절 수학여행지로 많이 갔었죠. 저도 경주로 갔었어요.
삶의 활기가 느껴지는 재래시장 정말 재미있습니다.

영원한 고도.. 경주에서
느림을 만끽하셨다니..
행복하셨겠습니다~^^

경주도 천천히 변하는 데다가
걷고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다보니 조금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가
있더라고요. 월~토요일까지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빨리 빨리의 삶을 살고 있어서 이런 느림이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와 정말 알차게 보내신 것 같은데요 저도 훌쩍 떠나고만 싶군요~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일요일에만 할 수 있는 일이죠~
관심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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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를 너무 좋아해요. 사진들이 반갑네요.:)

글쵸? 경주는 한 곳 한 곳이 박물관이예요.
이 곳 외에도 삼릉 소나무 숲도 너무 멋지고, 태종 무열왕릉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