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세운 왕도 아들 교육을 실패한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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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황제 주원장은 큰 아들 주표를 후계자로 정하고 교육을 시키는데 주표는 마음이 너무 곱고 심약하다. 그는 아버지가 배신자들이나 간신들을 처벌하거나 처형할 때마다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주원장은 그런 아들 주표를 감싸고 다독이며 인내심을 발휘하는데 주표는 점점 힘들어한다.

어느 날 주원장은 가시가 돋은 긴 풀을 뜯어서 아들 주표에게 주며 말했다.

"이 가지를 만져보아라."

그러나 아들 주표는

"가시가 많아 만지지 못하겠사옵니다. "

하고 말한다.

그러자 주원장은 자기 손으로 가시를 훑어낸다. 황제의 손에 피가 흐른다. 주표는 피를 보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주원장은 다시 가지를 건네준다.

"이젠 만질 수 있겠느냐?

"가시가 사라졌으니 만질 수 있사옵니다."

주표는 두려움에 떨며 가지를 받아 든다.

"이게 아버지 마음이다. "

주원장이 주표를 보고 말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살아있을 때 아들 앞에 생겨날 가시들을 미리 제거해 주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너무 무섭고 잔인하게만 느껴진다.

주원장은 주표에게 다시 묻는다.

"그 풀 가지를 어디에 쓰는 건지 아느냐?"

"이 풀은 말을 채찍 할 때 쓰는 것이옵니다."

아들 주표가 대답한다.

황제인 아버지가 아들을 보고 간절하게 말한다.

"그것은 말을 채찍 할 때 쓰는 것이지만 그것을 달여 마시면 속에 독을 풀고 혈액을 잘 순환하게 하는 것이다. "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서움에 벌벌 떨고만 서 있다.

아버지의 사랑을 볼 수 있을 만큼 내적 시야가 크지 못했던 아들은 착하고 좋은 아들이었지만 끝내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버지의 왕국을 계승하지 못한다.

그는 넋이 반쯤 나가버린 채 두려움에 떨다 끝내 죽어버렸다.

수많은 아버지들이 아들의 앞길에 가시를 미리 제거해 주려 한다. 자신은 아들보다 앞서 세상을 살아왔으니, 장차 아들이 세상을 살아갈 때 아들 앞에 출현하게 될 가시를 미리 예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의 교육은 실패할 때가 많다.

수도 없이 목숨을 내놓고 몸 숨길 곳 하나 없는 허허벌판을 달리며 적들을 베고 나라를 세운 황제는 자기 아들은 그런 모진 것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 아들은 안전한 황궁에 두고 황궁을 위협할 간신이나 배신자들이 있으면 가차 없이 처형한다. 간신배들이나 배신자들 탐관오리들은 자신이 죽으며 분명히 아들의 왕국에 위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에게 호위병을 붙여주고 좋은 옷을 입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세상에서 똑똑한 모든 선생들을 붙여주고 세상의 모든 책은 다 모아놓은 서가를 준다.

그런데 그런 아들은 못 배우고 무식하고 배고프게 자란 아버지에 못 미친다. 나라를 세운 황제도 아들 교육은 실패한다.

아들 앞에 가시를 제거해 주는 것이 채찍을 때리는 것과 같은 일만은 아니다. 황궁의 미래를 볼 때 그것은 오히려 황궁 내부의 독을 풀어내어 황궁의 모든 일들이 원활하게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사람들을 엄격하게 대하고 법률에 따라 판단하고 벌주고 죽이는 것이 무섭기만 한 것이다. 그것이 미리 나라의 독을 미리 풀어내는 일임은 볼 수 없다. 나라를 세운 강력한 황제가 죽은 후에는 또 다른 강력한 자가 나라를 탐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부릴 것이고 도전을 해 올 것인데 아들은 미리 그것을 알 수 없다. 아버지 혼자 속이 타 들어간다.

이 교육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아버지가 어린 시절부터 아들에게 물려 주었어야 하는 것은 황제의 자리만이 아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이 달리던 야생의 들판과 배고픔과 전우들의 우애와 맞서 싸우던 적들 또한 함께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아버지가 정말 아들에게 주고 싶었던 넓은 시야와 통찰력 지혜와 용기 그리고 대장부의 강단을 줄 수 있게 되고 그래야 황제의 자리를 물려줄 수 있는 것이다.

야생을 잃은 남성을 불행하다. 왜냐하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야생은 남자를 성장하게 하고 성숙하게 한다. 야생을 뺏긴 남자는 성장하기 어려우며 용기와 통찰과 리더십을 기르기 어렵다. 황제 그 자신이 거친 야생에서 황제로 성장했음에도 야생이 너무도 좋은 배움터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야생에 감사하고 야생을 내면으로 받아 들이지 못했다. 그곳은 죽음이 칼 춤을 추는 곳이고 배가 고파서 억울해서 나와서 달리지 않으면 안 되었던 가시와 고통의 장소이기만 했던 것이다.

사도세자의 아버지 영조 또한 아들에게서 야생을 빼앗았다. 그는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아들을 왕에 걸맞은 틀에 넣기 위해, 아들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정형화하려 했다. 이미 야생을 맛보고 야생에 마음이 가있는 아들은 아버지가 내미는 틀속에서 살 수 없다.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는다. 그는 결코 자신이 옳다고,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틀에 아들을 넣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야 안전하게 왕위를 물려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조는 왕위를 얻으면서 두려움 또한 같이 얻었다. 그것은 어쩌면 왕위를 빼앗기거나 유지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는 그 두려움이 자신의 것이고 자신이 극복해야 하는 것임을 결코 알지 못했다. 그는 자기 두려움을 넘어서는 대신 자기 두려움의 뒤주 속에 자기 아들을 가두려 했다. 그것이 아들에게 자신이 겪은 고통과 두려움을 겪지 않게 하는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주원장처럼 아들의 앞길에 가시(왕위를 잇고 왕위를 지키는 일)를 미리 제거해 주고 싶었다. 자신은 그 가시가 얼마나 힘들고 아픈지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들이 뛰고 놀며 성장할 드넓은 야생을 빼앗고 뒤주 속에 가두면 결국 아들은 죽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왜 자기 눈으로 아들이 뒤주 속에 들어가는 모습을 봐야 했던 것일까? 그 자신의 눈으로 보기 전에는 그 아들이 죽을 거란 것을 결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기 아들을 가두어 목숨을 빼앗은 뒤주는 영조의 마음의 틀이다. 또한 상징적으로 영조가 아들에게 한 모든 행위를 압축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영조는 죽을 때 까지 이런 자기 무의식적 드라마를 현실로 실행하면서도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수많은 부모들이 자기 무의식의 드라마를 자기 아이에게 실행하는 것을 본다. 강력한 무엇으로 두려움에 쌓인 그들의 신념을 깨트려 주지 않는 한 그들은 그 드라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부모는 아들에게 주려면 다 주어야 한다. 아버지가 주고 싶은 것만을 주는 것으로는 안된다. 통째로 주어야 한다. 아버지의 실패와 고통까지도 모두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야생을 돌려 주어야 한다. 아버지가 달리던 전쟁판의 위험과 들판의 고독 또한 줄 수 있다면 주어야 한다. 그곳에서 성장해 낸 아들만이 아버지의 성공을 물려받을 힘을 갖게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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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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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꼬님 와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복많이 받으세요

Hi! I am a robot. I just upvoted you! I found similar content that readers might be interested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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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I wrote both of them.

저도 아이들에게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충고를 하곤 하는데요.
하지만 제가 실수한 내용이 뭔지 그로 인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얘기하지는 않았어요.
글 처럼 저도 저의 생생한 실패담과 그 과정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자녀들의 멋진 성장을 기도합니다.

https://supergiantx.github.io/followerchecker.html

찾았어요,
포스팅별 보팅 현황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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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도 잘 읽었습니다.
자녀교육만큼 어려운 것은 없죠.
마음먹은대로 잘 안되는...ㅎㅎ

아아아, 감사합니다. 여신님. 나의 여신님.

아직 결혼도 안한 주제에 쓸데 없는 생각입니다만... 그 생각을 했어요, 만약 내가 가진게 많은 아버지가 된다면, 또는 자녀가 저랑 다르게 생각보다 재능이 많아서 한국에서 사는게 너무 쉽다면 그래서 그게 자녀에게 온실밖에 되지 않을거라면 꼭 외국에 보내서 교육을 시켜야겠구나... 그런 생각이요 ㅎ 자기가 약자인 상황에 놓여보는 것, 거친 야생에서 핍박받아보고 그걸 극복해보지 않으면 세상을 보는 시야에 한계가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청나라나 오스만 투르크는 대대로 명군을 많이 배출했는데 아마 죽을 때까지 후계자가 누군지 특정을 하지 않고 형제들끼리 경쟁하게 하는 구조, 그래서 왕실에서 살지만 결코 온실이 아닌 그 구조여서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ㅎㅎ

이상 핸드폰으로 꾹꾹 눌러 쓴 뻘 글입니다 ^^;;;;

아, 아직 결혼 전이시군요. 네 말씀에 저도 매우 공감합니다. 오스만투르크의 후계자를 키우는 방법은 대단히 훌륭한 생각입니다. 결혼하셔서 자녀분을 두시면 매우 멋진 아버지가 되실것 같습니다. 리스팀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아... 요즘 아이 육아에 대해 다시 책을 읽고 있는데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언젠가 부터 제가 주고 싶은 것만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네요...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 자연과 인생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육아에 대해 제가 추천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육아에 대한 책을 한권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누가 읽을 까 싶어서 안 쓰고 있습니다 .하도 전문가만 원하는 세상이라서요. crowsaint 님은 좋은 부모가 되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요즘 뭐 태블릿전문가도 있는마당에 뭐가 걱정이십니까 ^^
뭐 붙이기만 하면 다 전문가니... 최근 트렌드가 e북같이 쉽고 빠른 매체라 아무래도 책을 접하기도 어려운건 사실이지요;

하하, 안 팔리니까요. ㅜㅜ 수십년간의 경험과 지식의 축적 연구 탐구 분석 그리고 최소 1년여 정도의 집필 머리가 하얗게 되도록 그렇게 책 써도 목숨을 이어붙이기 불가능한 정도니까요 돌아오는건.

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 것 처럼, 받는 것도 자식의 맘인가봅니다.
다 주어도 모든 자식이 다 받지는 않을 것 같아요..

예, 그렇겠습니다 .

좋은 글입니다. 그렇게 해보려고는 하나 실패와 고통까지 주어야 하는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것 같습니다. 시대도 달라졌고, 요즘 아이들이 겪는 고통이라는건 우리때와는 조금 다르니까요. 그래도 저는 고등학교 졸업이후로는 빠이빠이하려고 독립적으로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네 실패와 고통을 주는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상으로 나가면 스스로 겪어 나가게 될테니까요. 그걸 미리 막고 없애려고 하는것이 아이에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독립적으로 키우는 것이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인것 같습니다.

육아를 하게되는 부모가 있다면 참고하면 좋을만한 글이네요. 자주 와서 좋은 글 읽고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뵈어요 저도 찾아 갈께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젠 스팀잇 사용법을 다 습득하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스팀잇 이제 조금 느낌이 오는 중입니다. 사용법 터득은 아직 멀었습니다.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