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부엉_#8] 혼자가 된다는 기쁨...
정말 오랜만에 스팀잇을 다시 찾았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니, 글을 쓰고 싶었던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어떻게 써야할지, 뭐라고 써야할지 잘 모르겠는 상황이어서 하고 싶은 말들을 계속 꿀꺽꿀꺽 삼키고만 있었다.
무작정 달려들어 적자면 또 못 적을 이유도 없겠지만, 어쨌든 조심스럽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아직은 다니면서 소통하고 덧글달고 할만한 여력이 있지 않아서, 그냥 나 혼자 끄적이는 것이 민망하기도 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적지 않는다면, 지금 이 기간에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영원히 기억하지 못할 저편으로 넘어갈 것 같아서, 여러가지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좀 적어보자고 용기를 내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난번 여행을 떠나면서 마음속에 막연히 자리잡고 있던 일들은, 이태리에서 딸을 만나면서 구체화되어갔고, 만리 타국, 남들이 구경하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그 곳에 가서, 우리가 한 일들은 그저 대화, 대화, 대화였다. "우리 왜 여기 왔지? 집에서 해도 될 것을 여기서 하고 있네" 라는 말을 하며 웃던 우리... 그러나 그 먼 곳에 있었기에, 일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많은 대화와 생각이 가능했으리라.
7년간 고민하던 일... 그리고 그 중에서도 1년은 진짜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미루던 일을, 드!디!어! 실천하였다.
그것이 꼭 누구의 탓이라고 말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사는 것 같은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가 노력한다고 해서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알고있었으며, 그도 그 나름대로 역시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각자 노력의 힘은 다르니까... 다만, 서로가 그러고 있어도 나아지는 것이 없고, 그렇게 함께 해야하는 이유가 없으며, 우리에겐 희망이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앞으로 살아야할 날이 아직도 참으로 많이 남아있었다.
어쩌면 지금 살아온 만큼 (어린시절을 제외한다면) 다시금 성인으로 살 날이 똑같은 양 만큼 남아있는데, 그 남은 기간을 그저 인내하고, 상처받고,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사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일을 끝낸다고 해서 갑자기 장미빛 인생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오히려 더 힘든 날들이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했다. 그래서 미뤘을까? 아니, 그냥 삶이 습관이 되어서 미루었던것 같다.
더 힘들더라도, 먹고 살기 막막해지더라도, 그래도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싶었고, 그냥 다시 태어난 느낌으로.. 어차피 인생은 고난이니까, 내가 선택한 고난을 겪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딸은 거기에 응원을 보탰다.
원래 로마에서 작별하려 했던 딸은,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 함께 귀국했고, 그리고 며칠전 다시 떠났다. 아이와 함께 했던 여름이 예년보다 유난히 짧았지만, 그래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3주나 더 있었기에 감사했고... 그리고 정말 소중한 순간, 필요한 순간에 함께 해주어서 더욱 감사했다.
나는 시칠리아에서 행복한 사람들의 물결을 보았다. 이곳 저곳을 예약해놓고 분주히 다니다가, 마지막 일주일 정도는 정말 발 가는 대로 움직였고, 관광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사치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돌아와서, 결심했던 일을 실천에 옮겼고, 그래서 그 상태가 시작되었지만, 옆에 딸이 있었기에 그 변화를 그다지 실감하지 못한 채, 그저 딸을 즐겼고... 그리고....
아이가 가자마자 모든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혼자가 된다는 기쁨과 자유...
아이가 없던 학기중에... 저녁마다 찾아오던 그 아슬아슬함과 불안한 마음...
그 조마조마함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냥 오롯이 혼자였다.
해야할 일은 산더미 같았지만, 그냥 자유롭고, 편안하고, 행복하다...
이제 새로 꿈을 꿀 것이다.
인생을 오십부터라 하면서...
이제 갓 시작된 청춘을 느껴보리라.
지난번에 생각했던 그 모퉁이에 와 있으므로...
라슈에뜨님 오랜만에 뵈어요
잘 지내고 계셨던 거죠?!
오롯이 혼자였다...란 말씀이 홀가분하게도 느껴지는 건..
아마- 그 순간을 부러워하는 제 마음 탓이겠죠
다시 뵐 수 있어 기뻐요 잘 오셨어요^-^
와락!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못오더라도, 잊지 말고 챙겨보려고요...
인생에 큰 변화를 겪다보니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데,
그래도 여전히 인생은 아름답더라고요!
아프신거 빨리 나으시고, 같이 화띵해요!
라슈에뜨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 파리에 못 가게 되셨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글이 없어서 여행이 안 좋게 끝나셨나 걱정을 하곤 했습니다 ㅠㅠ
어떤 일이든 결심을 내리기 전까지는 고민이지만, 결심을 내리고 난 후에는 후련함이 찾아오더라구요. 라슈에뜨님의 다시 시작된 청춘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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