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일의 <한국문학통사 3>
서울대학교 조동일 명예교수의 <한국문학통사>는 인문학 전공자라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국어국문학과 관련된 공부보다 영어가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문과대학의 간판이 도리어 영어영문학과가 되어버렸지만, 한국인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뿌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조동일과 같은 학자도 드물다고 생각하는데, 방대한 학식과 활발한 저술활동으로 한국문학의 위상을 끌어올린 독보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국어국문학은 사실 단일한 학문이 아니다. 고전문학, 국어학, 현대문학이 각각 분화되어 있고 연구분야도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고전문학 교수들은 고전문학만 알고, 국어학 교수는 국어학만 아는 게 현실이다. 그들은 국어국문학 내에서도 다른 영역의 연구에 대부분 관심을 갖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조동일은 국어국문학 내의 이러한 일종의 ‘벽’을 허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학자이다. 또한 세계문학 내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오기도 했다. 조동일은 이렇듯, 훌륭한 학자이기도 하지만 창작집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교수이자 저술가, 작가로서 종횡무진 활약을 해온 터라 글솜씨 역시 독보적이다. <한국문학통사 3>는 사실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조동일의 손을 거치니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문학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는 민족 수난에 대응한 문학, 정통 한문학의 동요와 지속, 소설시대로 들어서는 전환, 문학의 근본문제에 관한 재검토, 문학담당층의 확대, 실학파문학이 개척한 방향, 민요‧민요시‧악부시, 시조의 변이와 사설시조의 출현, 가사의 다양한 모습, 불교‧도교‧천주교문학, 한문과 국문 그리고 기록과 표현, 설화‧야담‧한문단편, 소설의 성장과 변모, 서사무가에서 판소리계 소설까지, 민속극의 저력과 변용에 관한 것이다.
조동일에 의하면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후기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제1기이다. 중세문학을 지키려고 하는 노력과 근대문학을 이루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극의 관계를 가지고 서로 얽혀 있어, 그 시기를 중세문학의 연장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고 근대문학의 시발이라고 해도 무리가 있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는 단순한 과도기가 아니고 그 나름대로의 뚜렷한 특징을 가진 한 시대이다. 고대와 중세 사이에서 중세로의 이행기가, 중세와 근대 사이에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동일은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를 한 말로 규정하는 독자적인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고 중세문학과 근대문학의 이중적인 성격을 들어 특징을 규정하는 것은 시대구분의 개념이 고대, 중세, 근대의 삼분법을 출발점으로 삼기 때문에 부득이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삼분법부터 시정하고 문학사의 전개를 서술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한다. 명칭보다는 실상이 소중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삼분법 시정을 작업의 전체가 아닌 결과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는 게 조동일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