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검사 時歷檢査] 그들의 작전

in #kr5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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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쉽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 복잡한 걸 싫어하고 단순한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 그러나 삶은 얼마나 복잡한가. 70억 개의 성향이 있고 그 성향들이 매일 서로 부딪히며 수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내는 게 인생이다. 그리고 정치는 그걸 해결하는 힘이다. 이용하는 용의주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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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어떻게 이용할까?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거다. 단순하지 않은 방향으로 몰아, 계속 상황을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거다. 지력의 차이는 인내심의 차이이다. 문제를 끝까지 붙들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성적을 좌지우지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중간에 '아 몰랑'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1년이면 다 잊는다니까.



(3)

윤의 작전은 잘 먹혀들고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상황이 복잡해지자 욕을 하면서도 슬며시 응원봉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이재명은 애가 타고 초조하다. 누가 수에 걸려들고 있는가. 수싸움을 처음부터 깔고 시작한 일이라는 게 다르다. 박근혜 때와는. 그녀는 끝까지 탄핵될 리 없다 믿었단다. 그리고 포기해 버렸다. 지금은 그 반대인 것 같다. 사람들은 탄핵이 안 될 리 없다 믿고 윤은 포기할 의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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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싸움의 키는 시간이 쥐고 있다. 누가 시간을 확보하는가가 수싸움에 있어 절대적이다. 수를 안 두면 되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만들고 시간을 확보하면 군중은 다 볼일 보러 간다. 심지어 그 난잡한 기술을 건 놈 덕분에 생긴 '곤란'이어도 일단 불을 꺼야 하니까 자리를 뜰 수밖에 없다. 환율에 불이 났다. 거리에 사람들이 사라졌다. 여기서 독립군의 기개를 바라는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그래서 니들이 번번이 깨지는 거다. 도시락이라도 던지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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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 그들이 던진 복잡한 수의 하나는 '무속 논란'이다. 그게 신앙이겠는가? '예수천당 불신지옥'의 그런 신앙이겠는가 이 말이다. 그렇다고 믿게 만드는 것만큼 확실한 수가 없다. 그 뒤에 본질을 다 가려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무속에 의지할지언정 그 목표는 무엇이겠는가? 더 잘 살자고 하는 짓. 저 잘 살자고 하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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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판의 '무속 논란'은 덮어씌워졌다. (안 하는 놈이 없는 그것을, 이 와중에 홍은 파묘를 했다잖나) 이번 판의 '무속 논란'은 심지어 의도된 측면이 있다. 취임 때부터 대놓고 광고를 해댔다. 멍청하게 들통이 나는 건 한두 번이다. 대놓고 들이미는 데에는 의심을 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기보살이 이번 계엄의 설계자란다. 푸하하하. 그렇게 믿게 만들고 진짜 설계자는 허허 웃겠지.



(7)

사람들을 믿게 만드는 게 선전이고 선동이다. 양쪽이 다 대중에게 뭔가를 믿게 만들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진실과 팩트는 저만치 뒤에 가려져 있다. 믿고 싶은 걸 쫓지 말고 보이는 것들의 이면을 생각해 보라. 진짜는 뭐겠는가?



(8)

또 하나의 선전, 선동은 '이기적 동인'이다. 그러니까 탐욕으로 똘똘 뭉친 돼지수령이라고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거다. 그거야말로 거짓이다. 누구도 스스로를 돼지수령이라 여기는 이가 없다. 자기를 부자라 여기는 재벌이 없듯이. 모두가 자신이 옳고 심지어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중이라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다. 누군가 스스로를 돼지수령이라 여긴다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생불이리라.) 자유를 위해, 시장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모두 다 독립 투사다. 그러니 탐욕의 프레임으로 떡칠을 해도 스스로는 유관순의 후예이거나 이승복의 후배인 거지. 누구나 위기에는 이기적 동인이 발동하고 평상시에는 애국자인 거다. 그리고 그 기준은 마구 왔다 갔다 한다. 이랬다저랬다 한다. 그건 위정자나 대중이나 하나 다를 게 없다. 미국 못 갈까 봐 SNS 지우는 행태나 저 감옥 가냐고 묻는 행태나 다를 게 없다 이 말이다.



(9)

그래서 법이 있는 거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처럼 기준 없이 왔다 갔다 하니 사회를 법에 고정시키고 법대로, 법 따라 한 발이라도 나아가자 하는 거 아닌가. 정작 그 법을 무력화시키는 건 법 조항이 아니라 법 감정이다. 여론 말이다. 차라리 AI가 통치하는 세상이 합리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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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마라. 그들에게 무속은 수단이지 신앙이 아니다. 비단아씨는 1년 남기고 탄핵당할 거라 했다는 데 그건 윤의 생시가 달라 그런 거라고? 니가 아는 생시는 정확하고? 윤이 아는 생시는 진짜 그 생시가 맞을까? 그럴까 봐 미리 계엄 터뜨린 거잖아. 앉아서 죽느니. 블랙요원들의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하기 좋은 게 점집이란다. 부르는 게 값이니까. 육사 수석 입학에 엘리트 코스를 달려온 아기보살이 은폐, 엄폐에는 안 능할까. 정보 조작과 대중심리전은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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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속내가 궁금한 건 윤의 아내다. 그녀의 정체다. 흑마녀의 현신처럼 보이는 그녀는 도대체 무얼 원하는 걸까? 그녀의 신앙은 무엇이고 그녀의 탐욕은 무엇일까? 그걸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모두 속고 있다. 어쩌면 그녀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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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탐욕에 쩔어서 대중을 속이려 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수싸움에서 패배하는 거다. 그들은 자신을 신앙하고 자신의 신념을 합리화하며 위기 시에는 생존을 목표로 할 뿐이다. 사람들에게 거짓을 믿게 만들려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확신 속에서 '참'을 설파하고 '진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거리의 전도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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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유튜버들조차 그렇다. 누구도 자신이 돈벌이에 미쳐서 패악질을 하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장단과 유불리가 있고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유리한 입장만을 고수한다. 정답이 없는 신념에 관한 것은 더욱 그렇다. 언제나 자신은 민주투사이고 자유의 수호자인 것이지. 저 새끼 돈 벌려고 저런다 하는 그 새끼들 중 누구도 스스로를 애국자로 생각하지 않는 놈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설득은 불가하고 타협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정치는 신념이 아니라 타협과 조정의 예술이 아닌가. 현상을 인정하지 않고 신념으로 밀어붙이면 그건 선교지 정치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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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윤은 신념을 도구로 삼았다. '부정선거'는 이미 신앙의 영역에 들어선 지 오래다. 신도들을 모으기 좋고, 거듭되는 탄핵은 시장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돈풍'이다. 환율 올라 좋은 건 윤이지 이재명이 아닐 테니까. 그런데도 저러고 있다. 무늬만 애국 투사인 대중들이 환율의 불길을 얼마나 버텨낼까? 광장으로 손님들을 빼앗겨버린 자영업자들의 불난 속은 또 어쩔까? 그런데 타협과 조정의 상대편은 모두 '탐욕에 쩌든 돼지수령의 수하'로 만들어 버렸으니, 그 눈치 백단이라는 국무총리와 영혼 없는 관료들 마저 이판사판, 공성전의 투사로 변신하게 만든 건 역시 부정선거로 당선된 멍청한 국개의원들의 헛발질인가?



(15)

윤은 9수를 감당해 낸 무거운 엉덩이질로 본인에게 유리한 홈그라운드에 올라 자신의 주무기를 발휘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술만 마시며 버럭 화내기. 대치 국면에서는 먼저 움직이는 놈이 진다. 수를 읽히기 때문이다.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골키퍼처럼. 점지받은 계엄 시점은 절묘하여 실패해도 정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윤의 무대응으로 상황은 알아서 더더욱 복잡해져 초조한 놈은 악수를 거듭할 것이다. 그러면 누가 이길까? 그게 궁금해서 점집을 찾는 게 아니겠는가. 아사리판에 아수라장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