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무. 공포?

in #kr7 years ago

작년 2월쯤일꺼다.
새로 이사 갈 집의 인테리어를 위해 을지로가의 조명집을 찾았다.
내가 마음에 두었던 조명을 사고 싶었지만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었다며 구경도 할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다른 집의 조명을 볼까 하고 몇걸을 걸어 가고 있었다.

사거리 지하철역이 있는 모퉁이를 돌아 걷고 있는데
대로변 가게에서 어떤 남자분이 나와 바지를 내리고 거하게 오줌을 발사했다.
정말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 모두를 향해 발사다. 발사가 맞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감히 예측할 수 없었다.
너무 놀라 온몸이 얼어붙었지만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해서 눈을 돌리니 내 앞에 노부부가 걸어간다. '에구머니~에구구' 할머니의 작은 소리가 들렸고 난 최대한 노 부부의 뒷모습만 보면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그 길이 너무 힘들었다. 온몸에 엄청난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고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면 커피라도 한잔하고 물이라도 마셔서 진정을 했겠지만 그 순간은 심신이 마비된 것 같았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놀라 붙은 채로 멍한이 있다가 갈아타는 역도 놓쳐 버렸다.

시간이 조금 흘러 정신을 추스르며 생각했다.

"미친 거 아냐? 정말 미친거지? "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미친거야!"

그래 정말 미친 사람일 꺼다.
그런데 미친 게 아니라 그냥 아무렇지 않게 대로변에 오줌을 눈 거라면..
그렇고 나서 알았다. 내가 얼어붙고 감전된 것 같고 작은 생각도 하기 어려운 그 상태가 "공포" 구나 하고..

영화에서 나오는 나이트메어, 귀신이야기 이런 것도 뭐 그럴 수는 있겠지만
내가 느낀 공포는 내가 예측하거나 이해하거나 대응할 수 없는 나와는 전혀 다른 상식인 것 같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잘 표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나와 전혀 다른 상식과 행동,, 그 생소함과 낯설음은 공포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도 해보았다.
화장실이 급한데 너무 멀어서 그랬을까?
그랬다면 차라리 바지에 실례를 했거나 아니면 사람들 정면에 발사를 하지 않았을 꺼다.
그럼 뭐지? 어떤 점쟁이가 액땜하는 방법으로 대로변에 오줌 발사를 알려준껄까? 그것도 아니면 개인적인 분노로 인해 화를 발산하는 방법으로 택한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고,
그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아찔하다.
내 앞을 지나가는 노부부가 없었다면 난 그 자리에 계속 서서 있었을까?
아니면 얼어붙어 서 있다가 그 오줌을 맞았을까?

지금 딱 떠오르는 생각은 노상방뇨! 이건 경범죄 아닌가?
휴우..

난 그 길이 어딘지 아니까 그 길은 밟지 않을꺼다.
아직도 공포의 잔재가 남아있으니까.
공포는 정말 별다른게 아니었다. 나와 다른 상식이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이게 무슨 생각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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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거 미친놈! 하고 말죠 하지만 님께서 느낀것은 공포감보다는 끔찍함이 아니였을까요.. 무서움과는 다른 그런 감정이 아니였을까 싶어요... 제 친구중엔 술만 마시면 헤어지기 전에 모퉁이에 숨어 꼭 쉬를 하고 가는 못된 놈 하나 있긴 하거든요..
그 놈하고 술한잔 하려 생각하면 끔찍하거든요..ㅋㅋ 훌훌 잊으세요

예, 호둘갑이 아니라 정말 섬뜩한 마비가 되는 공포예요.
예전에 아주 오래전이지만 환상특급이란 프로그램을 좋아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쓰는 단어와 의미가 바뀌거나, 문을 열고 나갔더니 갑자기 다른 나라로 통한다거나, 거울에 굴절이 있어서 눌렀더니 외계 우주로 통한다던가..그런 류의 얘기나 영화를 좋아했는데요...
실제 그런다고 하면 정말 끔찍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오늘을 기점으로 그 공포가 많이 흐릿해지고 있어요.
말씀 감사드려요~

공연음란죄 추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놀라셨겠습니다.ㅠ 인간이라고 모두 문명화돼 있진 않다는 걸 또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공연음란죄? 처음 들어보는군요.
담담하게 글을 썼지만 제겐 엄청난 공포였어요. 몸이 마비가 되더군요.
이런 일에 공포를 느끼는 것이 이상할 지는 모르겠지만 공포가 일상에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네요. 아침부터 이런 글을 올려 송구합니다.
말씀 감사드려요~

옛말에도 미친놈은 답이없다고 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어요.

@ohnamu 님 머릿속에서 얼른 지워지길 바래봅니다.

옙, 글로 꺼내놓고 나니 왠지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낯설음을 접하니 더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겠다 싶어 더 아득했나 봅니다.
말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공포가 아니라 황당함이겠죠. 님을 향했다면 드러움으로 인한 공포. 별난사람들 많지요.

별난 사람이었을 수도 있겟네요. 드러움 황당함보다는 .. 정말 두려움 공포같았어요.
뭐랄까? 나의 상식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라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그런 공포요..이런 일에 공포라는게 저도 살짝 어이가 없긴해요. 내 세계가 뒤틀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게 말인지 뭔지.. 참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게 확실하긴 해요.

정말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아요. 아직도 저런 분들이 계신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머릿속에 오래 두지 마셔요 나무님!

아침 출근길에 이런저런 생각 중에 떠올라 글을 올렸는데,,,여러분들 민망하고 찝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오늘 글로 쓰고 나니 조금은 옅어진 느낌이 들어요.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에규...그런 사람 만나면 엄청 당황하고 무섭고해서 그 길이나 위치에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 같아요; 잊어버리세요!!

그래야 하는데 잘 잊혀지지가 않네요.
평소 골목길로 잘 다니지도 않으니 별일이 없는 편인데 정말 대로변에서 이런 일이..
에구나 @akoano 님까지 놀라셨겟네요.
송구합니다. 그래도 위로 말씀 감사드려요.

으악 엄청나게 무서웠겠네요.ㄷㄷㄷ
그런사람이있다니 ㄷㄷ

네 정말 무서움을 넘어섰어요. 태연하게 순식간에..
그런 사람 태어나서 처음 봣으니 앞으로 자주 볼일은 없을꺼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ㅠ.

헉...이런 일이 있었군요....
흠.... 오늘 하루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별일 아닌게 별일 이더라구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상식적인,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생각이 드는 군요.
일상생활에서 돌연 튀어나오는 도발상황에는 당혹스러운 법인데, 거기다 비도덕적이기까지 하니 아마도 공포를 느끼는 건 당연하지 않았나 생각듭니다.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도 쉽게 잊혀지질 않나 보군요.
멘탈건강에 도움이 안되는 생각입니다. 잊어버리십시오^^
오나무님 활기찬 하루 보내세요~^^

말씀 감사합니다.
한동안 잊었다가 다시 떠올랐어요. 그래도 어제 이후로 조금씩 기억이 옅어지고 있어 참 다행이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활기찬 하루도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