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의 시대에서 나 자신으로 사는 법: 멍때리기
가상화폐와 함께 펼쳐질 4차산업혁명의 미래가 장미빛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실겁니다. 기술과 시스템은 빠르게 인간을 대체할 것이고 인간은 어느덧 나도 모르게 거대한 사이버 시스템에 종속될 위험이 큽니다. 아니, 사실 이미 구속당하고 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지하철에 앉아서 내릴 곳을 기다리는 사람, 업무 중 잠시 여유가 나는 사람, 심지어 데이트 상대와 마주 앉은 사람 조차도 모두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인간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잠시 가만히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순간 비로소 온전히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보는 동안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의 의도된 욕망의 부추김 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광고든, 기사든, 게임이든, 카톡이든, 친구가 올린 페북글이든 무엇이든지 말입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로만 하루를 채우면 나는 존재하지 못합니다. 하루 종일 휘둘리다가 지쳐 잠들고, 꿈 속에서도 그 잔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나는 의지가 강해서 괜찮아, 라고 하시는 분 계신가요? 지금 당장 폰을 끄고 한 시간동안 가만히 무엇도 하지 않은 채 있을 수 있다면 인정해드리겠습니다. 매우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제시하는 바입니다. 한 시간 정도 멍 때리는 시간을 매일 가져야 합니다. 폰에 손대지 않고 자지도 않고 그저 나 자신으로 있는 것입니다. 코인거래소는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찔한 성적 자극을 자지도 않고 계속 추구하다가 죽어버린 실험쥐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영화 매트릭스처럼 훗날 프로그램들의 지배를 받고 싶지 않다면 그저 나로 있는 시간을 확보하길 바랍니다. 종교를 가진 분은 그것을 기도라고 불러도 좋고 그렇지 않은 분은 명상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어쨌든 멍 때리기가 핵심입니다.
산업화의 역군이던 베이비붐 세대는 아직도 수출, 개발, 반공주의 따위에 매몰되어 있고 민주화의 선봉이던 386세대는 아직도 진영논리에 목숨을 겁니다. 2030세대는 4차산업혁명과 함께 펼쳐지는 가상세계 깊숙이 들어갈 것이지만 저들처럼 당대의 패러다임에 꽁꽁 묶인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매일 벌거벗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적인 힘들이 생길 것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 자신은 여전히 아무것도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긍정하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1시간이 힘들다면 30분, 아니 10분부터 시작해서 늘려가 보십시오. 꾸준히 해나간다면 어떤 시대의 변화에도여전히 나 자신으로,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 사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