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할 시간
나는 내가 변한 줄 알았다. 세월에 깎여 무뎌진 데다 마음에 평화가 깃들어, 온유한 사람이 되었다고 믿었다. 살도 빠진 걸 보아 아예 체질이 바뀐 건 아닐까 싶었다. 나의 달라진 모습을 반기는 사람도,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는 눈물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비로소 타인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이해하지 못해도 외롭게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아니어도, 기대고 쉴 곳이 필요한 이들의 버팀목이 되어주고는 싶었다. 누군가 나를 그렇게 살렸듯이.
고작 열흘이지만, 이르면 오전 6시 반부터 늦으면 밤 11시까지 하루종일 통역과 가이드를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궁금한 것이 많은 한국인 셋과 영국인 넷이 동행하는데,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그들의 대화를 놓치게 되니 문자를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그러니 친절할 시간도 없었다. 일단 자는 시간이 유일한 자유시간이었고, 몇 인분의 말을 두배로 하며 돌아 다니다 보니 틈이 나도 조용히, 가만히 혼자 있고 싶었다. 일순간 파김치가 되어버리니 깊은 이해와 배려는 커녕, 대꾸할 기운도 없어서 평소처럼 행동하기 힘들었다. 전화가 걸려오는 것이 괴로울 지경이었다.
최근 몇년, 내가 누구에게나 진심을 다할 수 있었던 건 세월의 가르침이나 평화 속의 깨달음이 나를 천사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게는 친절할 시간이 아주 많았다. 몸과 마음 어느 것 하나 바쁜 일이 없어 삶에 여유가 흘러 넘쳤다.
‘버릇을 잘못 들였구나’ 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돈이 많아 펑펑 쓰다가 재산을 탕진해도 쓰던 버릇 못 고치면 큰일인 것처럼, 그동안 여기저기 후하게 쓰던 시간이 없어져 버리니 곤란했다. 여유 넘치던 나의 생활방식을 지속시키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고, 이기적이고 무심해지지 않고서야 수면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었다.
사람이 불행하고 불친절한 것은 마음과 환경의 문제라고만 여겼는데, 시간과 체력도 이렇게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참 오랜만에 깨닫고 말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이토록 낱낱이, 정성스럽게 써내려가고 있다는 것은 역시 내게 시간이 다시 생겼다는 뜻이겠지.
더불어 친절은 당연한 것도 아니오, 누구에게나 친절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느꼈다. 동병상련이나 측은지심에 쥐어 짠 나의 배려와 정성이 타인에겐 대수롭지 않을 수 있고, 타인의 불친절과 무심함이 실은 그가 쥐어 짠 친절일 수도 있다. 돈이며, 시간이며, 체력이며, 환경이며 그와 내가 가진 조건이 이렇게나 다른데, 우리가 같은 선상에 있을 리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귀 기울일 생각을 할 수 있었다니 나는 얼마나 풍족하게 살았나. 차분해졌다느니, 부드러워졌다느니, 잠시 내가 성인군자라도 돼버린 줄 착각했지만 그건 즉, 내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마음이 굴뚝 같아도 파김치는 누군가의 버팀목이 될 수 없다.
몇 년, 몇 개월을 놀다 고작 며칠 빡세게 일했다고 이렇게 생색을 냅니다.
공감되는 말이네요. 저도 여기 오고나서ㅜ변했다는 생각을 스스로 했었어요. 당연히 빡세게 직장생활에 애키우며 살림하던 사람이 시간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처음에는 허우적 대다가 나중에는 그 시간들을 차례차례 정리하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줄 알게 되니, 그 또한 시간이 있으니, 내 안에서만 매몰되어 있던 자아가 타인에게로 향해 지더라구요. 물리적인 환경 때문에 다시 안으로 돌리긴 했지만ㅋ 정말 수고 많이 하셨네요. 지친 몸과 마음을 스티밋에서 생색내시며 쉬시기를요^^
맞아요! 이렇게 명쾌할 수가! (물개박수)
그랬던 건 줄도 모르고 저는 제가 정말 변하기라도 한 줄 착각한 거예요. 갑자기 시간을 얻고 잃는 것이 생활과 심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백수로 오래 있다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지 뭐예요. 참 진부한 이야기지만 시간은 귀하고도 무섭습니다 :)
<맞아요! 이렇게 명쾌할 수가! (물개박수)>
질투...
(나한텐 물개박수 한번도 안 쳐줬던 거 같은데...)
ㅋㅋㅋ 기립박수에 날라리 박수로는 안되나요..
바삐 지내다보면 '불친절' 이 몸에 배기는 걸 저 스스로도 느껴서 서글퍼져요. '난 원래 이렇게 불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여유가 없으니 똑같은 말도 냉정하게 내뱉는 저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건 '시간의 절대적 양' 보다 똑같은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라는 생각이 최근 들기 시작했어요 :) 하루에 10분이라도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며 나만을 위해 쓴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더 따듯하고 친절한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ㅎㅎ
그래서 결론은 저 자신에게 좀더 집중하고 관심을 기울이려구요 :D
그래서 세상에 불친절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나봐요.. 다들 피곤하고 힘들어서요...
<하루에 10분이라도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며 나만을 위해 쓴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더 따듯하고 친절한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격공(격하게 공감)합니다!!’
길에서 만나는 불친절한 사람들을 위해 홍삼캔디라도 들고 다녀야겠어요.
자비로우신 봄님 ㅎㅎㅎ
맞아요. 저도 간혹 사람들의 냉정하거나 무심한 반응에 마음 상할 뻔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이제서야..) 다들 사는 게 지쳐서 그렇구나, 이렇게라도 해주니 고맙다-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 입장이 되어봐야 겨우 알 수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긴 해도요.
<하루에 10분이라도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며 나만을 위해 쓴다면>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에너지가 밀려와요 :) 너무 좋은, 고마운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와..... 근데 지금 보니 메가님도 저랑 비슷한 말.. 후. 대댓글 인터셉터 당했네요 ㅋㅋㅋ
그런데 은근히 우리의 모든 신경이 외부, 즉 남들한테로 향해 있나봐요. 저한테 집중하는 게 의외로 힘들어요 ㅠㅠ 그래도 꾸준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내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생각하다보면, 내 마음이 쉽게 요동치지 않고 좀더 잔잔하고 여유로운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갖아봅니다 :)
호의에는 에너지가 들더라구요. 알아봐줄 사람에게만 줘야하는 선물같아요.
<알아봐줄 사람에게만 줘야하는 선물같아요.>
너무 맞는 말씀이세요!!!
호의는 잘 못알아채더라구요.. 당연한 줄 알고..
공감합니다. ^^
받을만한 사람에겐 호의를, 안그런 사람에겐 ‘반사!’를 해주려 노력해요..
반사를 주려고 노력하는데 또 그게 같은 사람 되기 싫은 마음도 조금 있어서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라고요. ㅎㅎㅎ
이런거 가르쳐주는 학원 하면 잘 될 것 같아요!! 공부보더 더 중요한 것 같은데 말이에요.
계약서 쓰는 방법 같은거랑 연계해도 좋을 것 같아요. 직장생활 마스터 과정!!
ㅋㅋㅋㅋ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걸요?
그리고 또 내가 신입사원일 때랑 내가 과장, 부장일 때랑은 또 다른 사람이 많아서요. ㅎㅎㅎ
많죠^^. 많습니다.. 많고 말구요... 암요!!
진짜 많아요~ 격하게 공감해요^^
나의 정성, 친절을 무가치하게 느끼는 줄도 모르고 그런 에너지를 최선을 다해 짜냈던 것을 생각하면... 그래도 그랬던 나에게 장하다, 착하다 선물처럼 얘기해줄래요 :)
^^. 알고 하면 괜찮은 거 같아요. 실망할 일도 적을테니까요.
애너지가 많이 소진되셨군요. 에너지 충천하시라고 90% 남겨두고 갑니다. 빵야빵야~!! 🔫🔫
저거 애기들 물총 맞죠..?
빵야빵야~~
물총 아니고 에너지총 ㅋㅋㅋㅋ 메가님한테도 빵야빵야! ㅋㅋㅋ 🔫🔫 이총을 맞으시면 바로 애너지 충전됩니다 ㅎㅎㅎ
안 그래도 건조해서 입꼬리조차 올리기 힘든 메가 얼굴에 수분 공급 감사합니다~~~ㅋㅋ
물총 아니라는데도...
끝까지..
지긋지긋...
ㅋㅋㅋㅋㅋㅋㅋ 빵야빵야! 에빵님 잘 지내셨죠 :)
스팀잇 힘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사실 복귀하려고 마음 먹었을때 진짜 진짜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끌어 모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엇! 역시 독심술 ㅋㅋㅋㅋ 사실 스팀잇도 제가 시간이 많아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거죠 ;ㅁ; 그러고보면 케콘님 링겔 맞을만 하심 ;ㅁ; 전 현금채굴하면 절대 스팀잇 못할 거예요 ;ㅁ; 케콘님은 24시간이 모자라!!! (그래도 케콘님 없는 스팀잇은 앙꼬없는 찐빵!!!! 물귀신처럼 잡으리오다)
마음이 있어도 체력이 안되면... 내가 살아야겠기에.. 친절은 개나 줘버리게 되지요...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통역을 하셨으니... 강호동급 체력이 아닌 이상.. 다 봄님처럼 방전될겁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맞아요! 마음이 굴뚝같다가도, 굴뚝도 점점 사라지더라구요 ㅎㅎㅎ 저 통역 뿐 아니라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투어 가이드도 해야 했어요, 시급 6천원에 엉엉 ;ㅁ; 하지만 덕분에 몸과 머리에 근육이 좀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을 역시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
많이 힘드셔서 더 그렇게 느끼신거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날 때 친절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친절한 분이기때문에 가능하다 싶네요. ^^ 글에서도 친절함이 뚝뚝 흐르는걸요.
봄들님(이라고 다들 부르시는군요!) 아직 잘 모르지만, 응원 보내드립니다. 푹 쉬시고 기력 완전 회복하세요~~ 아자!
@lachouette 님 안녕하세요 :) 그동안 사람은 행복하면 착해진다고 굳게 믿어 왔는데, 이번 기회에 시간이 많으면 친절하다는 생각도 덩달아 하게 되었어요. 저는 라슈엣님이라고 불러드리면 될까요? 저도 같이 응원 보내드립니다 :)
네, 좋아요! ^^ 자주 놀러올게요!
(⌒-⌒; )통역 힘들어요~ 같이 밥먹으면서 통역하는데 전 반도 못먹었습니다.. ㅎ 고생하셨습니다 ~
통역들은 밥을 반도 못먹는 것이 일상이군요 ;ㅁ; 저는 어찌나 억울하던지! ㅎㅎㅎ 말만 하는 투명인간이 된 느낌도 들고 말예요. 생색과 어리광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는 제 신랑과 시부모님과 저의 친정 식구들 사이에서 통역하는 것도 입 아프고 쉴 틈없이 말만 해야하니 피곤해서 죽겠던데... 스프링님 지금 엄청 잘 하고 계시는거에요...!!
아.. 말만 들어도 피곤하네요 ㅋㅋㅋ 저의 미래는 아니겠죠.... 올라!
(≧∇≦)맞아요 투명인간~ 그래서 가능하면 돈을 많이 받아야해요... ㅎ
저는 친구 부탁이어서 시급 6천원이었어요! 으하하
Σ('◉⌓◉’) 원래 아는사람은 더 챙겨줘야하는건데 참 이상해요~ ㅎ 나중에 맛있는거라도 고생한 자신에게 챙겨주세요~
어머.. 세상에나
엉엉 ;ㅁ;
쓰담쓰담.
엉엉 ;ㅁ;
이제 곧 다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날 겁니다! >ㅁ<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면 방청소부터 하나요?
방을 신나게 어질러 놓습니다!!!! (반항심)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역시 방청소로 놀리고나서야 봄님이 돌아온 느낌이 나는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