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설악산-2 영랑호(永郎湖) 범바위
추억의 설악산-2 영랑호(永郎湖) 범바위
파우스트를 쓴 괴테는 사람은 늙어가면서 건강, 돈, 일, 친구, 꿈을 잃어버린다고 했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지만 나머지도 노년 삶의 질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누군가와 같이 놀 친구가 필요하다. 제일 가까운 친구가 자신의 배우자란 걸 인정해야 노년이 행복하다.
좋은 멘토나 친구를 가지는 것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과업이다. 자신의 이익이 아닌 친구의 이익을 위해 진정 어린 조언을 해 줄 친구가 옆에 있다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위로가 된다. 변호사나 의사도 의뢰인이나 환자의 입장에서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도 수입이 없으면 사무실이나 병원을 운영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사회에 나와 일 때문에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일이 없어지면 떠나게 마련이다. 아무 조건없이 오로지 같은 학교, 같은 반이라는 이유만으로 맺어진 친구는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많은 동기들을 만났다. 학교 졸업 후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팽팽했던 얼굴엔 주름이 가득했지만 원래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 기억나나” "당근 기억하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그들과 보낸 학창시절의 기억은 생생하다. 한 번 얼굴보는 것이 이렇게 힘들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주로 서울에 거주하는 친구들이었지만 지방에서 일부러 올라온 동기도 몇몇 있었다. 오색에서 식사하고 숙소 근처 영랑호 범바위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슬비 내리는 영랑호는 조용했고 아름다웠다.
영랑호(永郎湖)
동해 바다와 접해 있는 둘레 약 8㎞의 석호(潟湖)이다. 영랑호 주변은 트레킹코스로 유명하다. A코스 3.5km, B코스 4.6km의 두개의 걷기코스가 있다. 대부분은 범바위에서 바로 내려왔지만 일부는 한 바퀴 돌고 오는 바람에 저녁식사가 조금 늦어졌다.
영랑호라는 이름은 신라사선인 영랑(永郎), 술랑(述郞), 남랑(南郞), 안상(安詳)은 신라 효소왕 때의 화랑들로 강원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수련을 했는데 도성 금성에서 열리는 무예대회에 참석하려던 영랑이 속초에 이르러 빼어난 영랑호의 경치에 빠진 나머지 무예대회도 잊고 계속 머물렀다는 전설로 인해 호수 이름을 영랑호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범바위
영랑호 중심부에 있는 범바위는 속초팔경 중 하나로 경치가 빼어나다. 거대한 공룡알 같이 둥근 바위 여러 개가 널찍한 바위 위에 얹혀 있는 모습이 신기롭게 보였다. 바위 바로 아래에는 예쁘게 지어진 정자가 있었는데 거기에 모여 대구에서 우크렐라를 짊어지고 올라온 L의 반주에 맞추어 흘러간 옛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추억을 되새겼다.
한산횟집
설악산 등산이라는 이벤트가 남아있지만 오늘밤 이 회식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공산이 크다. 술은 고대로부터 남자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될, 서로를 연결하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산채로 난도질 당해 올라온 물고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회는 맛있었고 술 취해 횡설수설하는 친구들의 목소리도 감미로웠다.
The K 설악산가족호텔
6개의 방에 몇 명씩 나누어 자게 되었다. 난 3조에 배정받았다. 소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닌 친구 2명과 대구에서 올라온 L, 사업도 같이 하고 중국 출장도 여러 번 같이 간 S와 한조가 되어 부담이 없었다. 10시경 습관대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밖에서 놀다 들어온 나머지 친구들의 벨 소리를 듣지못해 그들을 상당 시간 기다리게 해서 미안했다.
정말 좋내요 ...
동창들과의 여행 ...
가벼운 산책과 쌓여가는 술병들 ...
친구들과의 여행이지요^^
이렇게 많이 간적이 없는데 이게 마지막일거 같네요.
빈 술병들을 보니 저녁자리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고 그 흥겨웠던 자리는 또다시 추억으로 사라졌을거 같습니다. 친구란 그런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1박2일로 여행가는 게 쉽지않는 일인데...잘 마쳐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