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19오늘의서울시] 근거 희박한 지방채 근거와 자산 중심의 균형발전 논리
[오늘의서울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래의 내용은 11월 19일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시의회의 2019년 서울시예산안 토론회에서 발표한 총론 발제문이다.
-서울시 2019년 예산(안) 평가-
예산은 구체적인 정책의지의 산물이다. 실제로 수사적인 표현 이면에 구체적인 방향성과 실현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정 최초로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10년 혁명’이 뜻하는 바를 가늠할 수 있는 출발점이 2019년 예산(안)이라고 할 것이다.
세부적인 사항은 분야별 분석을 통해서 살펴 볼테지만 총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2019년 서울시 예산(안)은 발전주의적 도시모델로의 회귀라고 부를 수 있다. 발전주의는 도시 행정부가 도시의 발전을 이끌고 간다는 전형적인 개발전략이다. 또한 이는 민선 5기와 6기를 거쳐서 도달한 박원순 시정의 종착지로서는 다소 아쉬운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서울시는 행정의 역할을 서울시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서 나타나는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조력자의 역할이었지만 2019년 예산(안)에서 보이는 모습은 서울시가 시민들 앞에 앞장서서 여러 가지 발전전략을 공세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뚜렷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서울시정의 질적인 변화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지, 아니면 이전에 유사하게 발전주의 전략을 사용한 이명박-오세훈 시정부의 오류를 반복할지 단언하기 어렵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런 전략의 변경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것으로, 이 부분은 민선 7기가 출범한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뚜렷하게 발견하기 어렵다. 이 발제문에서는 최소한의 단서를 찾기 위해 ▵예산편성의 전체적인 방향에 대한 평가 ▵지방채의 발행과 균형발전 논리의 분석 ▵서울시정의 질적 변화라는 관점에서 차례대로 진단해보고자 한다.
1. 예산편성의 방향: 발전주의 시정의 재-등장
서울시는 이번 예산(안)의 성격을 ‘시민 일상의 공공성 강화’라고 표현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표방하면서 8개의 분야를 선정하여 공세적인 재정사업을 예고했다. 이는 큰 틀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과 호응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서울시와 정부는 모두 일자리, 혁신성장 등에서 적극적인 재정 투자를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동시에 ‘지출구조의 개선’이라는 과제를 통해서 기존의 관행적인 재정지출구조를 바꾸기 위한 원칙을 제시했다. 또한 사업집행 과정에서 국민들의 참여와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재정전략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예산(안) 기조에는 지출구조의 개선에 대한 사항은 전무하고 재정지출의 원칙에 있어서도 박원순 시장의 장점이었던 지출방식의 변화를 담고 있지 못하다. 시민 일상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관료 주도의 재정정책’으로 관철한다는 의도가 분명한데, 이 부분은 구체적인 예산편성의 타당성을 둘째 치고서라도 아쉬운 부분이다.
민선7기의 첫 번째 예산편성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맥락은 2022년까지의 <시정운영 4개년 계획>과 2019년 신규예산 간의 연계성에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서울시 시장실 홈페이지에서는 구체적인 공약 사항은 물론이고 해당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정계획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2019년 예산(안)이 박원순 시장의 공약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나아가 시정운영 계획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편성되었는지를 살펴보는데 한계가 있다. 이를 테면 특히 지난 선거 시기 공보물을 통해서 다양한 사업들이 제시된 것 중에서 아래와 같이 [민주주의특별시]라는 제하의 공약은 3개의 사업에 2조 2천억원 규모의 예산이 제시되었을 뿐 해당 재원이 서울시의 구체적인 예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 수 없다. 해당 공약의 구체적인 단위사업과 실행 방안에 대해 모호한 채로 민선 7기의 첫 번째 예산이 수립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2019년 서울시 예산(안) 기자설명회자료 중 일부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2019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서울시 재정환경의 진단 역시 적절한 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 박원순 시장은 예산(안)에 대한 기자설명회 자료를 통해서 ▵서민들의 민생 문제와 ▵강남북 지역격차를 주요하게 내세웠다. 우선 이번 서울시 예산(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준으로 제시한 강남북격차와 관련해서는 ‘자산가치’, ‘소득격차’, ‘건강격차’를 제시했다. 이것이 예산 편성의 주요한 환경 진단이 될 수 있으려면 정책적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거나 완화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그 이전에 해당 차이를 격차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진단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산과 소득을 지역격차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생긴다. 이를테면 강북의 자산가치를 강남과 유사하게 만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소득이 올라간다는 인과관계가 나타나야 한다. 그럴까? 이런 진단은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서울시의 정책은 자산 문제에서 비롯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여야 하지, 자산 가치 자체를 높여주는 정책이어서는 안되기 때문인데, 그것은 ‘재분배’의 문제가 빠졌기 때문이다. 재분배라는 문제의식 없이 기존의 자산구조를 내버려두고 가치만 올리면 강북지역 내의 불평등 구조는 오히려 심화된다. 대표적으로 우이신설 경전철의 자산 효과가 인근지역 자산소유자로만 집중된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민생 문제의 핵심으로 주거문제와 청년실업률, 출산율을 주요하게 서울시가 해결해야 될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임대주택정책이 수립될 필요가 있고, 청년고용 중심의 산업정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 중에서 특히 지난 7월 소위 싱가포르 선언 등으로 서울지역 집값 폭등을 촉발했던 책임이 있으며 그만큼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간임대사업자를 직접 지원하는 일부 정책(공공토지 건설형 서울리츠 등)을 제외하고는 반면 저소득층 등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정책의 경우에는 불용액이 상당한 수준으로 반복되고 있다. 즉 다년간 서울시의 서민주거 공급정책에 문제가 있는데도 이에 대한 관행적인 예산편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주요 임대주택공급 사업 현황
*2019년 예산안 재구성.
이런 면에서 보면 2019년 서울시 예산(안)은 진단과 사업으로 연결되는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입 구조의 측면에서는 세외수입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특징이 보인다. 2019년 세입현황 중 세외수입 항목을 보면 사용료 수입에서 17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가 자체 수입관리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데, 2019년 세입예산은 최근 평균보다 지방세 수입의 증가가 낮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세외수입 역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은 서울시의 세입관리를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해야 될 필요성을 보여준다.
일반회계 세입재원별 연도별 현황(단위 : 백만원, %)
*세입결산 일반회계 기준
2. 2019 서울시예산의 쟁점
2019년 서울시 예산(안)의 총론적 특징으로는 ▵지방채 발행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살펴본다. 우선 서울시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서 지방채 발행계획은 향후 서울시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항이므로 해당 투자의 타당성이 높아야 한다. 또한 강남북 격차라는 주제 역시 2004년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추진 배경이 되었을 정도로 오랫동안 지속된 서울지역 현안이다. 따라서 과연 박원순 서울시장의 진단이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뉴타운재개발사업으로 강남북 격차가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심화되었다면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치유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1. 지방채 발행
민선 5, 6기를 거쳐 서울시는 8조 6천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감축했다. 6년 동안의 시기 동안 매년 1조 2천억원이 넘는 채무를 상환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서울시와 같이 재정여력이 있는 도시도 채무는 손쉽게 줄일 수 있는 부담이 아니다.
특히 2017년 말 기준으로 11조의 채무에는 상당 부분이 SH공사와 같은 산하기관에 해당하는 것이다. 서울시 본청의 채무는 2017년 말로 3조 7천억원이 있는데 이는 2016년에 비해 3천억원 규모가 늘어난 수준이다.
서울시 채무현황(단위 : 백만원)
이런 조건에서 서울시는 2019년 재정투자를 위해 2조 4천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시 본청이 가지고 있는 3조 7천억원의 2/3에 달하는 규모다. 서울시는 도로교통사업에 1조 2천억원, 장기 미집행 공원용지 보상에 8,600억원 등을 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세부적인 지방채 발행사업을 보면 의아하다. 우선, 안전총괄본부의 월드컵대교사업이나 서부간선지하도로, 강남순환고속도로 등의 사업은 신규 사업이 아니라 계속사업으로, 2018년까지는 지방채 없이 추진되었던 사업이었다. 즉, 계속사업을 지방채 발행사업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 말은 과도하게 신규사업을 반영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지방채 발행에 용이한 계속사업을 지방채 발행으로 돌렸다는 의심이 가능하다. 실제로 현행 규정은 “일반재원의 부족한 부분을 보전하기 위한 지방채 발행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데, 기존의 계속사업을 지방채 발행사업으로 전환한 것은 법령 위반이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소위 생활SOC라고 부르는 문화시설들을 지방채로 짓는다. 민요박물관, 생활사박물관, 서서울미술관, 사진미술관, 공예박물관 등이 지방채로 지을 만큼 필수적이고 시급한 사업들인지 의문이다. 또한 행정자치부가 통보한 <지방채발행계획 수립기준>에 따르면, “투자심사 대상규모 이하의 사업은 지방채 발행 불가”로 규정하고 있고 서울시의 경우에는 40억원 미만 사업이 해당된다. 이에 따르면 서서울미술관 건립사업이나, 서울사진미술관 건립사업은 지방채가 발행될 수 없다.
또한 지방채를 발행하게 되면 반드시 이에 따르는 채무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는데, 2019년 예산(안)을 통해서 발행한 지방채를 포함한 채무관리계획이 제대로 작성되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울시가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2015년부터 1조원 이상씩 늘어났던 지방세 수입 규모가 2019년에는 상당부분 줄어들게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경기의 하향화’에 따른 시세감소로 분석하고 있는데, 이런 경제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할 때 과거와 같이 순세계 잉여금을 통한 부채 상환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 ’12년 ~ ’19년 시세 증가규모
’12 12조 6,397억 원(8,832억↑) → ’13 12조 6,109억 원(△288억↓) → ’14 12조 4,073억 원(△2,036억↓) → ’15 13조 6,225억 원(12,152억↑) → ’16 14조 1,258억 원(5,033억↑) → ’17 15조 5,554억 원(14,296억↑) → ’18 17조 965억 원(15,411억↑) → ’19 17조 7,858억 원(6,893억↑)
과연 지금의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적극적인 재정투자를 해야 할 정도로 시급한 도시 문제가 있는가. 있다면 그것이 적절하게 진단되었고 그에 필요한 사업들이 수립되었는가. 더 나아가 이렇게 발행한 채무를 다음 시정에 부담을 주지 않고도 해소할 수 있는 계획이 있는가. 구태여 평가를 하자면 2019년 예산(안)의 내용 중에서 지방채를 발행할 만큼의 시급성을 가진 사업이 있는지 의문이다.
2-2. 균형발전 정책
박원순 시장의 삼양동 선언의 골자는 ‘강남북 균형발전’이다. 현재 서울의 도시 문제 중 가장 중요한 문제로 강남지역과 강북지역의 지역격차를 꼽은 것이다. 문제는 ‘강남북 격차’라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모호하다는 데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에서 발행하고 있는 지역격차 연구자료를 참조한다.
현재까지 인구, 주거, 교통 부분의 자료들이 공개되어 있는데, 우선 인구와 관련해서는 노령화지수와 독거노인 비율, 그리고 인구대비 청년비율을 주된 지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르면 65세 이상 중 혼자사는 노인 비율 상위 10개 자치구 중 7개 이상이 강북권이며 서울시의 청년인구 52.1%가 강남권에 집중해 있다고 진단한다. 그런데 이런 인구의 분포를 ‘격차’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또한 이런 지표의 해석이 정확한가라는 점 역시 의문이다. 이를테면 인구대비 청년비율을 보면, 강남권역에서 관악구를 제외하면 강북지역이 훨씬 높다. 관악구가 상대적으로 청년비율이 높은 이유는 고시촌 때문이다. 이런 특수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무리하게 격차를 강조한 탓이다. 비슷하게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환경에서 찾아야 한다. 또한 노년부양비라는 지표 역시, 한국의 노인 정책이 자치구로 분할되는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노인 정책에 의해 포괄적으로 집행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볼 때 적어도 ‘자치구 기준’은 커다란 의미가 있는 지표라 하기 힘들다.
하지만 인구 지표는 그마나 서울시가 어디에 노인정책을 주되게 집행해야 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의 의미가 있지만, 교통이나 주거 지표는 그런 수준도 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교통 격차의 기준은 자가용 등록대수이고 수입차 비율이다. 또한 도로포장률이다. 지하철역수나 버스노선 개수가 아니라, 주차장 면수가 교통부문의 격차를 설명하는 지표가 된다. 유사하게 주거와 주택 지표도 이런 오류가 보인다. 단독, 다가구주택과 아파트 비율을 구분하여 비교하는 것은 사실 ‘격차’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가 특별하게 아파트를 더 우월한 주택유형이라고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또한 평형 역시 그렇다. 오히려 비주거용 거주시설 현황이 더 핵심적이다. 실제로 자가 거주 비율은 강북이 강남보다 높은데, 이에 따르면 강남지역의 주거 불안정이 더 높은 것이 아닌가.
이처럼 체계화되지 못한 강남북격차라는 문제설정은 유효하고 적절한 정책사업을 수립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러다보니, ‘균형인지예산’이라는 해괴한 기준이 등장했다. 이것이 문제인 이유는 서울시가 스스로 광역정부로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민들이 겪는 문제는 자치구로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생활권으로 보면 자치구는 생활권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민이 겪는 문제는 자치구의 균형을 통해서가 아니라 해당 문제를 가지고 있는 서울시민이 ‘많이 모인 곳’으로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균형인지예산이라는 기준을 통해 소위 권역별로 균등분배하려고 한다. 노인이 많은 곳에 노인관련 예산이 집중되고, 전월세 거주자가 많은 곳에 전월세 지원정책이 집중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도시 문제가 단순히 지역을 중심으로 균형있게 재정을 분배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계적인 균등화는 결국 서울시의 균형인지라는 것이 ‘자산 기반’인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즉 해당 지역에 자산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에 놓고 있는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지적했듯이, 재분배가 없는 자산기반 투자는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한다는데 있다. 지역별로 균등화가 문제라면, 이미 서울시는 조정교부금을 통해서 자치구에 필요한 재정을 충당해주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말하는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것은 그래서 과거 이명박 시정부에서 뉴타운재개발의 명분으로 삼았던 불균형과 유사하다. 지역발전을 자산가치의 증가로 본다면, 해당 지역에 미술관을 짓고 박물관을 짓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문제는 정작 미술관과 박물관 혜택을 봐야 하는 사람들이 높은 지가에 살 수 없게 되는데 있다. 경의선숲길, 서울숲 등 서울시의 대규모 공공투자가 발생한 지역에는 반드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인위적인 거주자 교체가 발생했다. 또한 지금까지 서울시가 진행한 어떤 방지대책도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북 격차라는 진단은 이명박의 ‘강북 개발론’의 변형에 불과하다.
2-3. 예산편성지침 상의 변경사항
마지막으로 변경된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지침’ 상의 착안사항을 살펴본다. 이는 예산을 심의하는 시의회에서 각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부분들이다. 우선 예산자율편성 대상의 확대 방침에 따라, 행사축제예산에 대해 총액한도제가 지침 상의 기준경비에서 배제되었고 ‘지방자치단체별 내부기준’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신규행사 사업에 대해서는 사전심사를 진행하도록 관련 지침이 개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서울시는 사전심사에 대한 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집행하여야 한다.
현재 서울시에서 수행하고 있는 행사 및 축제평가는 서울문화재단에 설치된 서울축제지원센터에서 수행하는 것이 전부이나, 매년 서울시의 축제에 대해 5건 정도 밖에는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서울시는 점차 대규모 투자사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 행정자치부는 지침을 통해서 두가지의 제도적 장치 즉, 지방재정영향평가와 투자사업이력관리제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한 사전 심사 및 사후관리 강화
○ 행사·축제 유치, 공모사업 응모 등에 대한「지방재정영향평가」실시
○ 중앙의뢰 투자심사 기준을 준수하고, 문화․체육시설 및 모든 청사 신축사업은 전액 자체재원 사업의 경우에도 의뢰심사 실시
○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심의대상이 아닌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민간투자사업에 대하여 타당성 조사 실시
- BTL 사업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 BTO 사업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 2,000억원 미만
○ 500억원 이상 대규모사업의 타당성조사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전문기관(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의무적으로 의뢰
○ 자체심사 시 관대화 경향 방지, 투자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 전문성 제고 등을 통한 투자심사의 엄정성․객관성 제고
○ 투자심사 이후 추진상황 관리 위해 ‘투자사업이력관리제’ 실시
※ 500억원이상 투자사업에서 전체 중앙투자심사대상 사업으로 확대
○ 국가·공공기관의 신설·이전·확정·운영 관련 비용 부담 금지* *「지방자치법」제122조(건전재정의 운영) 제3항 및 제4항
이에 따라 현재 지방재정영향평가의 현황을 보면, 2014년에서 2017년까지 영향평가를 진행한 사업은 불과 3건이다. 이는 서울시가 지방재정영향평가를 지나치게 과소하게 시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다른 서울’은 포기 했나
이번 서울시 예산(안)을 보고 느끼는 당혹감은 혁신의 부재 때문이다. 민선 7기에 들어서면서 10년 혁명이라고, 그동안 해왔던 서울시의 실험을 완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예산을 통해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서울시가 내놓은 ‘보도자료’는 핵심 없이 8가지 분야의 사업을 길게 나열한 것에 불과하지 구체적으로 눈에 띄는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면 오히려 박원순 시장의 시대정신이 퇴행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도 든다. 기후변화, 도시의 불평등, 더 강력한 시민참여, 관료 행정체계의 개편, 거버넌스의 실질화 등과 같이 박원순 시장 스스로 내놓았던 시대정신 혹은 사회적 가치가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시적인 사업성과, 자산 소유자 중심의 사업설계 그리고 기존의 시민합의 구조를 상실한 관료 중심의 사업과정이 눈에 띌 뿐이다. 이제 100명이 모이든 500명이 모이든 그 속에 뭔가 새로운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 이미 참여 자체가 형식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론이 없는 공론화는 형식에 불과하다.
2019년 서울시 예산(안)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도대체 민선7기 박원순 시장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이 답을 서울시의회가 잘 찾아 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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