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밋, 괜찮을까?
가입인사를 쓴 보상을 드디어 챙겼습니다. 벌써 스티밋을 시작한지 1주일이 지났네요.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여기 정말로 괜찮을까?
스팀달러나 블록체인의 미래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0년 가까운 인터넷 커뮤니티질 경력으로 보건데 스티밋, 좀 더 국소적으로 스티밋 코리아의 미래는 알거 같아요. 여기는 정말 사상 누각이고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겠구나.
좀 긴 불평글이 될 거 같네요. 일단 스티밋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거죠? 저는 이렇게나 뉴비에게 많은 학습을 요구하는 사이트는 처음 봅니다.
마크다운 문법이라뇨! 마크다운이 차세대 기술이고 좋고, 그런건 다 집어치워요. 세벌식은 익숙해 지면 두벌식 보다 훨씬 빨라요. 그렇다고 직장의 모든 키보드를 세벌식으로 바꾸면 신입사원들이 지원 할까요? 당장 글자크기 하나 조절 못하는데요!
마크다운은 사실 사소한 문제에요. 프로그래머나 코딩을 배운 사람에겐 이게 더 친숙 할 수 있죠. 뉴비를 가로막는 더 큰 장벽은 따로 있습니다. '저자 태깅'이요.
저자가 직접 자기 글을 분류한다는건 정말로 끔찍한 발상입니다.
[KR Tag List] 지난 7일간 사용된 KR 태그들과 해당 태그에 올라온 글 갯수를 찾아봤습니다.
@minari 님이 정리하신 일주일간의 kr tag 리스트입니다. kr 관련 태그가 300개가 있어요. 맨 처음 온 뉴비가 이 중에 원하는 태그를 찾아 갈 수 있을까요? 아니 그전에 사람들 간에 태그가 정해져 있긴 한가요?
맛있는걸 먹었어요. 자 글을 썻습니다. 태그가 없어서 안 올라가요. 태그를 뭘 쓰죠? muksteem? pub? daily? 셋 다? 아니 이것도 나름 에세이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올리면 이 태그 원래 사람들이 좋아할까?
저자 태깅의 문제는 글쓰기 뿐 아니라 글을 찾을때 더 심각합니다. 뉴비가 태그를 조작해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건 불가능해요. 아까랑 똑같죠. 맞집 정보를 찾고 싶어요. 우리 집 근처에요. 자 이걸 태그만 가지고 찾을 수 있겠어요? 이거 뉴비가 아니라 지금 하시는 분들도 힘들걸요.
태그가 무용지물이니 결국 인간을 따라갈 수밖에 없죠. 우리집 근처 맛집 정보를 찾고 싶으면 태그를 어떻게 해보기 보단 가까운 동네 맛집 정보를 많이 올리는 사람을 팔로우 하는게 훨씬 더 빠릅니다. 그렇다면 스티밋은 레딧이나 보다는 트위터랑 같은 거죠.
왜 페이스북이 아니냐고요? 스티밋에서 알고리듬 개선해서 매일 내가 알 지도 모르는 친구 10명씩 띄워주면 페이스북이라고 생각해 볼께요. 여기는 그런거 없잖아요? 그러니까 트위터죠.
그리고 뉴비는 트위터랑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게 됩니다.
"대체 누구를 팔로우 해야 하지?"
아니 그런데 우리 이거 알고 있잖아요. 나랑 친한 사람이요. 일단 가입인사에 댓글을 써준 모든 분들을 팔로해요. 다들 그러니까요. 그리고 피드가 엉망진창이 된걸 봅니다. 자기가 만든게 아니니 당연히 원하는 주제로 통일되어 있지 않죠. 그러니 결국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합니다.
신규 독자의 유입이 없으니까 스팀파워도 늘지 않고, 고래들 취향의 글이 핫과 트랜딩을 점유하고 있죠. 그들 관심사에 맞춘 글을 쓰고 싶어도 마크다운 문법이나 태깅 등 그들에게 최적화되서 노출되는 글을 쓰기는 힘듭니다. 스티미언들이 모두 뉴비들을 환영하고 보팅해서 무슨 의미가 있죠? 진입장벽은 높고, 신규 유입은 없는데요. 의도적으로 막아놨나 싶을 정도로 스티밋은 뉴비 저자와 뉴비 독자를 분리시켜 놨어요.
좋습니다. 여러분이 뉴비를 응원하고 스티밋에 대한 다양한 글을 리플로 달아주고 그래서 학습한 사람들이 운이 좋아 원하는 정보를 찾는다 칩시다. 그렇게 찾은 글도 댓글을 달아놓지 않으면 다신 찾을 수 없죠. 뉴비에겐 댓글 하나 다는 것도 큰 모험입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요. 왜 내가 보팅한 글들을 모아서 못봐요? 심지어 여긴 트위터나 페이스북 처럼 마이크로 블로그도 아니고 장문 블로그잖아요. 한번에 이해 될 리가 없고, 보고 이걸 나중에 봐야지 하고 '킵' 해놓는 기능이 필요한데 그게 가능합니까?
스팀잇에 모든 사람들은 '고래'가 되길 원해요. 그래서 이 바다에 식물성 플랑크톤은 얼마나 있습니까?
또한 글이 지워지지 않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아니 그전에 대체 글에 저작권은 누가 가져가는 거죠? 내가 만약에 여기 내 창작물을 올리면 그건 다시 출판사 등과 계약이 가능한가요? 여기 글은 지울 수 없잖아요. 거기다 나는 돈까지 받아버렸고. 이런거에 대한 설명이나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있나요?
뉴비에 대한 진입장벽 또 하나는 '돈' 이에요. 다양한 독자가 없습니다. 몇몇 고래 뿐이죠. 그러니 고래 입맛에 맞는 글을 써야해요. 결론은 끊임없는 자기검열이죠. 나는 못났어. 나는 전문성이 없어. 나는 평범해. 스티밋은 근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나요? 스티밋과 관련된 어떤 글도 여기가 재밋다는 이야기를 보지 못했어요. 다들 돈 이야기고, 어떻게 하면 빨리 돈을 벌 수 있을가 그 이야기 뿐이죠.
사실 이글을 쓰게 된 결정적 계기는
스팀 여성 유저분들& 뉴비분들에게 제안합니다.
이 글 때문이에요. @woo7739 님은 물론 호의로 이 글을 썻을 거고, 아무런 글도 쓰지 못하는 뉴비들이 안타까워서 한 제안일 거에요. 하지만 이런 글이 뉴비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거에요.
이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나는 예쁘지 않은데, 나는 여자가 아닌데, 나는 콘텐츠가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죠? 스티밋은 글쓰기를 돈으로 보장하는 곳이고, 글쓰기에 대한 원초적인 재미가 없는 곳이에요. 고래가 있고, 고래의 취향이 있고, 눈치 싸움이 있는 곳이죠.
만약에 고래들 취향에 맞는 글을 쓰게 하겠다! 가 스티밋의 목표라면, 굉장히 잘 구현된 곳이에요. 그렇게 보면 스티밋의 모든 것이 이해가 됩니다. 고래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현질이죠. 이 순환구조에서 스팀 제단은 돈을 벌 수 있고요. 돈이 없는 독자요? 알게 뭡니까?
그런데 정말로 그런가요?
뭐 좋습니다. 저게 진실이든 아니든 상관 없습니다. 저는 저런 방향을 원치 않습니다. 다양한 독자들이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고, 저 또한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근본적으로 스티밋이 재밋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모임 기능을 지원해 주세요. 특정 주제들, 글쓰기나 마케팅, TRPG등 제가 원하는 주제는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 글을 씁니다. 그런 사람들 끼리 뭉치는 것은 큰 의미가 있고, 그런 사람들을 모아서 그룹 단위로 글을 볼 수 있는것 또한 정보 접근성을 키워줍니다. 태깅으로 알아서 잘 해보라고요? 그럼 신경망 학습 알고리듬이라도 도입해 글 쓸때마다 추천 태그 달아주세요.
트위터랑 비슷하다고 했지만, 여기는 트위터가 아니고 양질의 글은 충분한 시간이 들여야 나옵니다. 한명은 충분한 양의 글을 공급하지 못해요. 그러니 여러명을 묶어서 리스트-업 하고 그 리스트를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즐겨찾기좀 만들어 주세요. 이름은 뭐가 되도 좋습니다. 관심글, 북마크, 마음, 하여간에 개인적으로 보기에 좋은 글을 보관 할 수 있게요. 주기적으로 꺼내보거나 다시 리스팀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홈 옆에 태그 리스트좀 편집 가능하게 해주세요.
스티밋은 대체 어떤걸 지향합니까? 정말로 고래들을 위한 커뮤니티, 고래들이 원하는 글 이런 거라면 차라리 보팅파워 가지고 의뢰 가능한 시스템 구현해 주세요. 개인에게든, 공모전 형태의 대중에게든 간에요.
이렇게 썻지만, 저는 스티밋 해서 치킨 많이 사먹고 싶습니다. 증인들이나 개발자 없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고 있고요. 하지만 정말 스티밋, 괜찮을까? 하는 생각은 계속 드네요.
스팀잇이 진정으로 바뀌기를 원하신다면 진심으로 스팀잇의 발전을 원하고 글을 쓰셨다면 스티밋 주식회사에 직접 건의를 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이렇게 공들여 쓰신글이 여기서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묻히리라는 것도 잘알고 계시잖아요?
지금 이글을 읽는 사람 대부분이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람입니다.
불평은 다른사람이 대신 나서서 일을 해주기를 바랄때 주로 하게됩니다.
변화와 개선은 용기(직접건의등과 같은)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직접 건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바웃 스팀에 가도 백서나 FAQ만 있는데요. 공론화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는데요. 건의하는 창구가 있나요?
저도 건의 보지 않아서 구체적인 방법은 모릅니다. 한국인 증인 클레옵님의 카톡 아이디는 clayop 입니다. 이분께 건의 방법이나 채널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시면 답변을 들으실 수 있을 듯합니다.
시작한지 일주일도 채 안된 뉴비로써 너무 공감되네요.
특히 저작권문제가 그래요.
사진을 끌어다쓸때도 이게 추후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고
설령 직접찍은 사진을 쓰더라도
이 사진이 특별한 문제가 없지는 않을까 몇번이나
체크하게되네요. 사람이 있는 사진은 더더욱 꺼리게 되구요.
저도 스티밋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지만,
정말 이게 오래 지속될수있을까에 대해서는 같은 회의감이 듭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제가 걱정하는 저작권은 스티밋에 쓴 글에 대한 저작권이에요. 여기 보면 예술가를 후원하자! 라는 글들이 상당히 많고, 그런 쪽으로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려는 분들도 많은데 여기 올라온 글이 수정이 힘들고, 블록체인때문에 삭제가 불가능 하다면 내 저작권과 독점 유통권은 어떻게 지킬 수 있죠? 그런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 봐요.
동감합니다. 스티밋 불편합니다. 체계는 자본주의죠.
신규 유저에게가 매우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저는 [스티밋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 할 수 있는데 일부러 하지 않는다.] 라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스팀, 스팀 달러 등 화폐 가치에 영향을 주는 신규 유저 유입을 장벽(접근 난이도)으로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선할 힘이 있는데 일부러 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 주체가 사악하단 뜻이라 더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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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씀이 쓴약이 되는거죠 이런글을 오히려 악의적으로 폄하하면 그건썩은거구 끝난거죠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 고칠건 고치구 바꿀건 바꾸구 님이생각하시는 사항들이 단지 님만이생각하는게 아니라는거 잊지마세여 세상에는 자기손해보기싷어서 숨어서 지내는 인간들이 허다합니다 대부분그렇구여 스팀에도 ? 사회생활에서도 ? 인터페이스에 문제도 심각한건 사실이구여 돈놓구 돈먹기라는 표현은 좀 비약하신거구여 솔직담백한글 잘봤습니다
말씀대로 약간은 오버한게 있죠. 하지만 그래도 불편하단건 사실이니까요.
잘 읽고 갑니다..!
말씀하신 대로 뉴비들에게 불편한 점이 너무 많긴 하네요 ㅜㅠ
21세기에 마크다운이라니!!! 게다가 프로필 사진 하나 올리는 것도 1시간 걸렸네요;;
새롭고 흥미진진한 플랫폼인 것은 확실하나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동감합니다.
마크다운은 아무래도 개발자 외에는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세상엔 개발자 보다 아닌 사람이 더 많고요.
공감합니다. 주변분들께 추천은 하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높긴해요;; 저도 모르는것 투성인데, 그나마 일일이 도와드려야 가입할 수 있는...; 아직 베타버전이고, 앞으로 꾸준히 개선해 나가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가입이 어려운 건 어쩔수 없다고 봐요. 어째꺼나 베타 버전이니까. 하지만 가입한 이후에도 옆에 달라붙어서 계속해서 설명해주지 않으면 글 하나 올리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같은 뉴비로서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인터페이스가 구린 건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더군요.
그래도 아직까지 적응이 안되는 건
밀려오는 글들에 떠밀려 길을 헤매는 느낌이랄까
제가 좋아하는 분야는 시나 에세이같이 호홉이 긴 글인데
왠지 이곳에서는 정독이 쉽지 않더군요.
호홉이 가파요.
지금은 가상화폐같은 4차산업혁명 관련된
컨텐츠 위주로 챙겨보려하고 있답니다.
이 부문은 하루가 다르게 매일매일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는 분야라 기존의 도서같은 것보다
새로운 정보를 취하기에 이곳이 딱인 거 같아요.
올리신 포스팅처럼 @wholic 개인의 생각을 진솔하게 올리시고
또 같이 공감하다보면 어느새 증기처럼 녹아들어 가리라 봅니다
@wholic님, 응원합니다!
다른 것보다 글을 즐겨찾는 기능이 시급해요. 트위터라고 표현했는데 다들 천자는 우습게 넘기시고 4~5천자 가깝게 쓰는 분들도 계신데 그런 글들도 한번 훑어보고 끝이니까요. 좋은 글인데 두고 두고 담아보면서 곱씹어 봐야죠.
뉴비는 언제나 환영!/응원!이에요, 조사한바에 따르면. 텍스트가 공백제외 1000자 이상이면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포스트가 된다네요. - kr-newbie 보안관 봇! 2017/07/06일 시작 (beta)
개인적으로 이는 너무 비관적 시각인듯 합니다. 시작한지 2주째지만 즐거운 경험 많이 하고 있거든요.
저도 맞는 태그가 없는거 같아 kr-philosophy에 글을 쓰다보니 해당 태그에 글을 올려주시는 분도 계시고 해당 태그를 추천해주시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모두가 좋아할 수 없듯이 모두가 싫어할 수도 없죠. 이게 맞고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니 정말로 다행입니다. :)
아마 wholic님이 느끼셨던건 모든 뉴비가 느끼셨을 박탈감입니다. 한국 커뮤니티에 계신 많은 분들도 느끼시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시니 차차 나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