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
스무 살 때 휴학하고 신문을 배달했다. 사는 집 아래 두 블록이 내 구역이었다. 매일 다니던 길인데 새벽 4시는 같은 공간을 다른 세계로 만들었다. 도로에 차도 사람도 없다. 걷는 사람은 오로지 나 뿐이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면 검은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환상 속에 있는 것도 잠시, 비닐작업까지 해서 신문을 돌려야 하는 날이라는 묵직한 감촉을 느끼며 바삐 걸었다.
가끔 그믐달을 볼 때가 있었다. 달의 왼쪽 가장자리만 얇게 빛난다. 달이 태양과 가까운 동쪽에 있어 그렇다. 태양보다 먼저 뜨고 먼저 져서 달 없는 밤이 길다. 해가 뜨기 전 잠시 모습을 드러내곤 새벽 별 빛보다 더 빨리 빛을 잃고 사라져 버린다.
힘들고 서러웠던 기억은 어렴풋한데, 그믐달을 본 시간은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나보다. 나만의 검은 우주가 가장 깜깜할 때, 해가 뜨기 전 잠시 하늘에 머문 그믐달은 나만 보는 것, 나만 아는 것 같은 은밀한 기쁨이었다.
배달을 그만둔 후 그믐달을 본 적 없다. 그 시간에 깨어있어도 형광등이 태양을 대신하는 공간에 있었다. 남들 다 보는 하늘에 뜬 달을 볼 때 보다, 나만 보는 하늘에 나만 보던 달이 떠 있었던 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그 때와는 다르게 밖은 밝고 마음이 어두워서 그런가보다.
나만의 달 나만의 검은 우주라는 표현이 좋네요.
저는 보름달이랑 우주를 좋아하거든요.
보팅하고 팔로우하고 가요 ㅎ
저도 보름달 좋아해서 정월대보름이면 꼭 달보고 소원 빌어요^^
그믐달 사진 찍으신 건가요? 아님 이미지 다운 받은 건가요?디카든 스마트 폰이든 달 찍으면 항상 뭉게지더라구요.
이미지 검색해서 넣었어요. 사진으로 찍기는 어렵더라구요^^
시 읽는 것 같아요. ^^ 감성충만...
마음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