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딩의 아무노래 대잔치 -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Muse

in #norae7 years ago

‘코너’는 전학을 가게 된 학교에서 모델처럼 멋진 ‘라피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덜컥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급기야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제안하고 승낙을 얻는다.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도 잠시, ‘코너’는 어설픈 멤버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급 결성하고 ‘듀란듀란’, ‘아-하’, ‘더 클래쉬’ 등 집에 있는 음반들을 찾아가며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첫 노래를 시작으로 조금씩 ‘라피나’의 마음을 움직인 ‘코너’는 그녀를 위해 최고의 노래를 만들고 인생 첫 번째 콘서트를 준비하는데… - 영화 Sing Street 줄거리

햇수로 5년차, 종교단체의 고등부에서 주말마다 교사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띠동갑이 넘는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일인데요,
다행히 그 세대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도구 중 하나가 음악입니다.

예를 들어
감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친구들의 단톡방에서

A라는 여학생이 '나 올해에는 남친이 생길까?'라고 떡밥을 던지면
B라는 남학생이 "누나, 안생겨요~ 절대 안생깁니다" 라는 식의 농담을 던지고
A가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는 노래 한소절을 불러 음성파일로 공유하면
C라는 남학생이 "그러니깐 니가 솔로지 쯧쯧!" 하면서 이런 노래를 불러서 올립니다.

https://allihoopa.com/s/or3NV1TF

커플들 부러워 하니깐 코에 뭐가 나니까 얼굴로 장난치니까 니가 솔로지
엽사 찍고 나니까 카톡에 올라오니까 지워도 또 나오니까 니가 솔로지
볼수록 매력 터지는 거 사람들 모르니까 아무도 대려가지 않아 아직 솔로지
커플들 부러워 하니깐 코에 뭐가 나니까 얼굴로 장난치니까 니가 솔로지
(아무말 대잔치... 가사가 없음) 그러니까 니가 솔로지

그러면 A를 열심히 놀리던 B와
깔깔거리던 D라는 여학생에게는
다른 느낌의 미묘한 기류가 흐르게 됩니다.

그렇게 단톡방의 무수한 카톡과 컨텐츠를 관망하고 있다보면
저 역시 어느새 장난끼가 발동하여 야밤에 갑자기 기타를 꺼내서 스마트폰 녹음기를 켜고 이 친구들의 아무노래 대잔치에 동참하게 됩니다.

B라는 남학생의 마음도 모르는 무심한 A라는 여학생의 이야기를
"안생겨요"라는 중심 사상을 바탕으로 이들의 썸과 로멘스의 중간즈음을 노래하다보면
대체로 유쾌하게 끝이 나지만 웃자고 시작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잠못 드는 밤이 되기도 합니다.

안생겨요 생기면 안되요 노래하는 나를 봐요
안생겨요 생기면 안되요 내 맘을 모르나요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친구라는 그 사람 맘에 걸려요
그저 아무렇지 않게 던진 농담 내겐 쉽지 않아요
왜 그댄 혼자일까요? 왜 난 혼자일까요?
그댄 예쁘고 사랑스러워 왜 내 맘을 흔드는데
안생겨요 생기면 안되요 노래하는 나를 봐요
안생겨요 생기면 안되요 누난 왜 몰라요 내 맘...

음악에 대한 위화감이나 부담감 없이 정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에 음악을 가지고 놀줄 아는, 누릴 줄 아는 친구들을 보고 있다보면 '그래 나도 음악을 저렇게 해야하는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당시 친구들 중 대부분은 졸업하고 음악과 무관한 전공을 택하고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요.)

P.S. 중고딩시절 애매오묘했던 로멘스는 아름답고 소중한 것 같아요, 제 3자입장에서 아빠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게 되는...

P.S.2 그 시절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Muse였을지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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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caferoman 님 교회 오빠셨구나~ ㅋㅋ
글 읽으며 예전의 마음이 몰랑몰랑했던 고딩 대딩 때 일들이 떠오르네요 :)
지금은 저를 누나라 부르던 어떤 남정네와 결혼을 했지만 ㅋㅋㅋ

노래로 기억을 박제하다보면 그 때 그시절의 흔적들이 필연적으로 남게 되는것 같아요. 몰랑몰랑한 기억도 이불킥 할 기억도 말이죠 고딩들이랑 저런 노래를 만들 즈음에는 네살 연상의 누나와 헤어진 직후 즈음이라 뭔가 "누나"라는 단어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노래를 만들어 부르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지금은 동갑내기 어떤 자매님과 결혼을 했지만요 ㅎㅎ)

스팀잇송 제작 프로젝트 결과에서 노래듣고, 방문했어요ㅋㅋㅋ
와...목소리 넘나 좋으신것!!
아내분에게 매일 노래불러주시겠네요!!!ㅋㅋ

정작 아내님께서는 씨끄럽다고 얼렁 기타 넣어 놓고 설겆이를 해라라고 하십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대로 아내에게 노래해준 것이 결혼할 때 축가를 했던것이 마지막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