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포탈들] 숨겨진 인연들 열둘에 셋,

in #stimcity1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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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법사의 검은 왜 단검이죠? 전투를 치르기엔 적절치 않아 보이는 군요."
"그의 검은 전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신분을 증명해 주는 검입니다. 검은 예로부터 소유자의 신분을 나타내주는 신분증 같은 역할을 했어요. 저 단검은 아버지의 아들임을 증명해 주죠."
"아버지요?"
"네, 마법사의 아버지. 언제 돌아와도 뜨겁게 안아줄."



마법사는 모든 것을 걸고 떠나왔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낭떠러지가 있을지,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가 없지만. 그러나 지구는 둥그니까 걷고 걷다 보면 결국 돌아오게 될 거라고, 모험과 도전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떠나온 집으로 돌아오게 될 거라고 마음을 다지고 지켰다. 그리고 마침내 수많은 생과 수많은 인연을 거쳐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제 자신의 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해 주는 검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부러지는 검으로 전투에 나설 필요가 없다. 그에게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해 주는 검이 있으니.



그때 매장을 둘러보던 마법사가 흠칫하고 놀라더니 바로 단검을 집어 들었다. 그는 자신의 검을 찾은 것이다.



"이걸로 주세요. 얼마죠?"
"가져가시죠. 결제는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마법사는 노 마스터에게 얼마냐고 물었다. 노 마스터는 이미 지불되었다고 말했다. 마주 보는 두 사람의 눈빛 속에서 마법사의 지난 생들이, 지난 과업들이 금빛 동전으로 변환되어 우주의 금고로 흘러 들어갔다. 노 마스터를 빤히 쳐다보던 마법사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제 검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마법사가 검을 검집에서 천천히 빼어 들자 눈부신 광채가 가게 안을 가득 휘감았다. 그러자 기념품 샵에 가득하던 관광객들이 모두 사라졌다. 두 마스터도, 기념품샵도. 돌아온 이는 마법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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