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포탈들] 숨겨진 인연들 열하나에 하나,

in #stimcity20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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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님, 많이 늦으셨네요."
"시리우스, 미안해요. 암스테르담에서 너무 지체를 했어요."



몽세귀르의 요새로 올라가는 게이트 앞에서 안내견 시리우스는 마법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다른 포탈로 이동할 우주선이 이륙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꼭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시겠다고 우주선을 꼭 붙잡아두라고 하시더니, 이렇게 늦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동행도 있으시네요? 말씀이 없으셨는데."
"아, 네 미안합니다. 동행과 함께 오느라 늦었습니다. 인사하시죠. 여기는 수아라고,"
"수아 씨? 그렇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수아는 당황했다. 마법사가 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개가 사람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뜻인지 깨달아진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안내견은 자신에게 처음 뵙겠다며 발? 아니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아... 저는 수아라고 해요."



수아는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법사는 자신에게 함께 갈 곳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동하는 내내 한탄을 늘어놓았다.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 함부로 자기 자신과 약속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보상하지 않는 사람들의 카르마에 관해 열변을 토했다. 유럽대륙을 가로지르며 마법사는 운전을 멈추지 않았다. 약속 시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한다며 조바심을 냈다. 그리고 수아에게는 곧 자신의 전생을 만나게 될 거라고 귀뜸을 했다. 이번 생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난 생을 거기서 끝냈으니 끝난 지점에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아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차피 마법사가 아닌가. 공무원과 함께하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거기까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말하는 개라니. 개가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수아는 불편한 기색을 애써 숨긴 채 시리우스가 내민 손을 살짝 잡았다. 그러자 시리우스는 수아의 손을 쿡 움켜잡고 흔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시리우스의 손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앗 뜨거!"



시리우스는 깜짝 놀라며 수아의 손을 놓아버렸다. 그러자 수아의 손이 장작처럼 타들어 가더니 온몸이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아, 이런.. 이분은 카타리파의 순교자이군요!"



이 중세의 요새는 숨겨진 교회의 역사에 등장하는 ‘카타리파’의 최후 항전지이다. 교황과 십자군에 대항해 마지막까지 항전하다가,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남은 200여 명의 신도들이 화형을 당하고 전멸해 버린 피의 순교지이다. 시리우스는 불타오르는 수아를 보며 그녀는 카타리파의 순교자라고 외쳤다.



"아닙니다. 이분은 순교자가 아니라 순교자들을 화형시킨 십자군의 장수예요."
"뭐? 뭐라구요?"



시리우스는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마법사의 말이 놀랍기도 했지만 불타오르기 시작한 수아의 화염이 불어오는 바람에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두었다간 산 전체에 옮겨붙어 불바다를 만들 지경이었다.



"마법사님, 이러다 불바다가 되겠어요!"



시리우스와 수아가 동시에 외쳤다. 그때 요새 정상에서 거대한 엔진음 같은 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주선이 이륙을 시작한 것이다. 다급해진 마법사는 허리에 묶고 있던 쇠줄을 풀어 수아에게 던졌다. 쇠줄이 수아의 몸에 감기자, 마법사는 수아를 매달고 그대로 날아올랐다. 요새 정상에서 이제 떠나려고 하고 있는 우주선에 올라타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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